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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젊음 모방하는 어른들…나이듦에 대한 '절망' 더할 뿐

기성세대, 기득권에 부여된 책임 다해야

전미옥 기자입력 : 2018.03.03 05:00:02 | 수정 : 2018.03.02 23:13:59

우리 사회에 믿을만한 어른은 과연 몇이나 될까. 최근 각계 지도계층의 인사들이 미투(#Me Too)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미투 운동이 밝혀낸 슬픈 진실은 우리 사회의 성범죄가 특정 분야에 상관없이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는 문제라는 점이다

다음세대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성범죄의 가해자 또는 가담자였다는 사실은 일면 충격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전혀 충격적이지 않다. 다들 알면서도 모른 체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초··고등학교에서도 성희롱, 성추행 등 성범죄는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성범죄와 관련한 흉흉한 소문조차 들어보지 못한 학생은 거의 없다.  

일례로 졸업하고 빨간집에서 만나지 말자10여년전 제자들에게 룸싸롱을 운운하던 한 고교 교사는 지금도 교편을 잡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 당시 이의를 제기한 학생은 없었고, 그런 류의 성적인 발언은 자연스러운 농담처럼 치부됐다. 어쩌면 남성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주입받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성인의 문턱에 들어서기 전부터 성희롱에 노출돼있던 셈이다.

그나마 과거에는 기성세대가 지나온 세월에 대한 존경이 있었고, 이와 함께 훌륭한 어른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적어도 어른에게는 본인이가진 명예와 지위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모습이 요구됐다. 그런데 최근 어른들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최근 신조어 영포티(Young Forty, 나이에 비해 젊게 살고 싶어 하는 40), 아재파탈(‘아재+옴므파탈의 합성어로 매력있는 중년을 뜻함) 등은 현재 기성세대의 모습을 반영한다.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득권과 함께 요구되는 사회적인 책임은 져버리고, 이러한 책임회피를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했다.

이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이성에게도 매력이 통한다는 논리를 펴고, 이 매력이 자신이 가진 지위와 기득권 때문임을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영포티와 아재파탈은 분명 매력있는 모습이지만, 현실의 영포티가 어떤 모습인지는 미투운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해자들은 왜 피해자에 연애감정이었다고 해명할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을 희롱했음에도, 영포티의 매력때문이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중년이 가진 기득권은 누리면서, 중년에 요구되는 책임과 품위는 회피하는 우리 시대 어른의 모습이다.

과연 영포티가 주장하는 젊음은 젊음일까. 젊음은 노력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것일까. 노인의학에 정통한 한 원로의사는 인간에게 세월을 거스를 방법은 없다젊음처럼 보이는 것은 진정한 젊음이 아니다. 노화방지란 젊음을 흉내내는 것일 뿐, 깨우치지 못한 사람들의 허언이다라고 말한다.   

젊음을 모방하는 어른에게서 젊은이들은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다. 값진 세월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죽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뿐이다.  

중년은 세상일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하늘의 이치를 깨닫는 시기다. 이들의 매력은 젊음을 모방할 때가 아니라 자신이 축적한 세월의 지혜를 이야기하고, 다음세대의 길잡이가 되어줄 때 빛난다. 삶의 유한함과 인간의 취약성을 먼저 겪고 이를 극복하는 지혜를 축적한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훌륭한 어른이 너무나 절실한 요즘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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