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인터뷰] ①표창원 “‘미투’ 두려워 펜스룰?…남성들, 무엇이 잘못인지 깨달아야”

이소연 기자입력 : 2018.03.21 06:00:00 | 수정 : 2018.03.26 17:43:58

여성 경찰 비율 10.8%, 여성 국회의원 비율 17%. 경찰과 국회는 ‘남성’이 권력을 장악한 대표적인 곳이다. 경찰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의 인생 궤적은 남성중심적인 집단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표 의원은 발언과 법안들은 달랐다. ‘미투 운동’(#MeToo·나도 고발한다)에 대한 지지를 누구보다 강력하게 표명했다. 미투 피해자 보호를 위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특위) 소속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표 의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소속 의원 등이 성폭력 가해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당내 분위기는 어떠한가

어둡다. 많이 가라앉아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할 일은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부에 또 다른 가해자가 나온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미투 운동을 지지할 것이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당내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투 운동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받는 이가 민주당 소속이다 보니 민주당 지지자들이 2차 가해자로 지목되기도 한다

지지자들의 2차 가해에 대해 당 내부에서 해결책을 논의 중이다. ‘미투 운동 음모론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다. 또한 민주당원이라면 미투 관련 음모론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책·제도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젠더폭력 방지에 대한 당헌이나 당규 개정, 결의문을 만들어 가시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명문화될 경우, 당원이 미투 관련 어긋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할 때 해당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징계 또는 탈당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미투 운동 지속을 위해 노력하는 점이 있나

미투와 관련된 법안들을 계속 발의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 신고자 보호 강화, 미성년자 성폭력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등이다. 정부와 함께 공직, 학계, 스포츠계, 문화·예술계 등 각 영역별로 성폭력특별대책기구를 설립 중이다. 또한, 당내에 신고접수 창고를 만들어 추가적인 성폭력 피해 접수를 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곧 닥친다. 혹시라도 미투 가해자들이 출마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미투 운동 관련 민주당의 ‘실천’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인다 

당 지도부와 특위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일선 지구당 등에서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민주당 아직 정신 못 차렸네’라고 이야기하실 수도 있다. 비판을 민주당 미투 운동의 동력으로 삼겠다. 비판은 계속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당이 더 노력할 수 있다.  

-‘보수’가 아닌 ‘진보’ 쪽에서 유독 미투 운동이 활발하다.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성범죄는 정당·정파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과거에는 ‘성누리당’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보수 진영에서 성추문이 터졌다. 다만 현재는 민주당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집권당이다. 민주당 관련자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성공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피해가 더 상기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당 스스로도 돌아봐야 한다. 전체적으로도 이러한 성 관련 문제를 조장하거나 방관한 관행이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경찰, 국회 등 남성 중심 집단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간 불의를 목격하고 ‘위드유(#WithYou·함께 하겠다)’를 외치지 못해 후회되는 순간도 있나

나름대로는 피해자 편에 서서 가해자가 징계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 경찰대 교수 시절, 제자가 실습 과정에서 파출소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제자를 도와 감찰 조사를 의뢰했다. 이후 해당 파출소장은 징계·파면 받았다. 다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 방관자 내지는 공범자의 역할을 했던 부분은 있다고 생각한다. 회식 자리에서 다른 남성이 동석한 여성에게 성적 농담 또는 ‘술을 따르라’고 하는 것을 매번 제지하지는 못했다.  

-미투 운동 대응 중 하나로 ‘펜스룰(Pence Rule·여성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펜스룰이 본인 스스로 도덕성 또는 윤리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문제 될 것 없다. 다만 오용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미투 운동이 두려워서 여성을 회식에서 배제하고, 업무를 막고, 채용을 제한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행위다. 남성들은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혁명적인 상황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 잘못이고 범법행위인지 이제라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성희롱을 성희롱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여성을 배제하고 차별을 가하는 방식으로 미투 운동에 대응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소위 ‘알만한’ 사람들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것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프로파일러로서 권력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논해본다면 

지위가 높거나 명예가 있다는 것이 범죄를 저지르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범죄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오히려 권력자들이 일반인보다 범죄를 더 저지를 기회가 많다. 일반인이 누군가를 은밀한 장소로 데려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성범죄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는 권력을 가지면 더 손쉬워진다.  

또한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은 적발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가해자가 피해자의 생계를 좌우할 결정권을 가진 경우, 신고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가 알린다고 해도 남들이 보았을 때는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겠냐’는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과 ‘피해자도 좋아할 것’이라는 합리화가 작용했으리라 본다. 

이소연, 김도현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맨 위로




이미지

photo pick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SPONSORED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