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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청원에 몸살 앓는 정부 정책

사익 우선인 국민청원, 일방적 요구에 정책실무자 허탈

조민규 기자입력 : 2018.03.24 04:00:00 | 수정 : 2018.03.23 22:07:21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국민청원을 만들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모토로 국정 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하고 있다.

23일까지 국민청원에는 14만 5천여건 청원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초기에 비해 최근의 청원 형태를 보면 세세한 정책과 불만까지 청와대를 통해 해결하려는 모양새다. 

일례로 ‘복날만 되면 개고기집에서 난동부리는 애견관계자를 처벌해달라’는 요구나, ‘강아지 뺑소니 사건’ ‘수학고사에서 계산기 사용 허가’ ‘패키지 해외여행 쇼핑센터 방문 없애주세요’ ‘드라마에 대한 방영금지처분’ 등 수사기관이나 정부부처 내에서 검토할 수 있는 문제를 청와대에 해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또 공식적으로 의견 제출이 가능한 기한이 있는 입법예고 법안의 의견제출도 국민청원에 올라오고 특히, 제도나 정책 개편에 대한 의견이 아닌 ‘선거 접어주세요’ 등 특정 개인에 대한 인사나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내용의 청원도 올라와 있다. 

때문에 ‘국민청원 및 제안 제도의 위험성, 폐지하든지 보완해야’ ‘청와대 청원에서 동일 내용(주제, 제목)에 대해서 하나로 통일해 주셨으면 합니다’ 등 국민청원 제도에 대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국민청원에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청원의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현재 정부부처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은 확연히 줄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에서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무부처의 제도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부처, 산하(유관)기관은 각각의 역할이 있는데 이 부분이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국민청원이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인데 글을 올리면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 정부의 최상급 기관인 청와대에서 거론이 된 내용에 대해 검토를 하기 때문에 하급기관으로서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보건복지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복지부로 검색되는 청원만 1000여건에 달하는데 대표적으로 ‘권역 외상센터 지원’(청원답변 5호)이 있다. 

28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청원에 참여했고, 그 결과는 3개월여 만인 최근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중증외상 진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외에 신규 의료인 확대, 반려동물 진료비 현실화, 초등교원의 아동학대 교육 의무화, 발달장애인국가책임제 도입, 한부모의 맞벌이 부부와 같은 혜택,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등의 청원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변화를 가져온 청원은 드물다. 대부분 현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거나, 일방적인 요구에 불과한 청원이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현안이 돼 있는 요양병원 고발, 보수교육 온라인화 등 정책적인 문제보다 일부 현장에서의 문제에 대해 국민 청원을 하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라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실무담당자를 거론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

이러한 요구가 늘어나자 실무자들은 정책 추진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정책을 수립할 때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치는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민 청원에 올라온 글을 보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듯이 표현하고, 이를 국민과 상급기관에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이더라도 국민청원으로 올라가면 다수가 보게 돼 오해가 확산되지만 답변 기준인 20만명이 되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들어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국민청원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일방적인 정책 비난이나 요구의 장으로 변질돼 정책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시기가 된 듯하다. 또 청원자들도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초심이 필요해 보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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