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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길을 묻다] "의료 ICT, 세계시장 주도하려면 지금 준비해야"

박래웅 아주의대 의료정보학 교수

전미옥 기자입력 : 2018.04.04 01:03:00 | 수정 : 2018.04.03 23:21:53

박래웅 교수

4차산업혁명의 바람이 의료분야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한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의료의 접목은 미래의학에 거는 가능성과 기대감을 높였다. 과연 기술의 발달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까. 의료정보라는 미지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박래웅 아주의대 의료정보학 교수(50·사진)를 만나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년에 약 3000명씩 의사가 배출됩니다. 엑셀로 단순 계산하니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40대가 되면 임상의사 수는 대략 10만 명이나 되겠더라고요.”

 20여년 전 당시 전공의였던 박 교수는 “10만 명 중 한 사람으로 사는 게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될까. 좀 더 중요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진료실을 떠나 의료정보학 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진료실의 반복된 업무보다는 컴퓨터를 활용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의료정보분야는 비주류로 인식됐지만, 시간이 흘러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의료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관련 초청강연만 100여회. 박 교수는 “전문의 자격을 얻은 이후로는 줄곧 의료정보분야만 연구했다. 과거에는 데이터가 많지 않았고, 분석할 기술이나 저장능력도 부족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부분이 해결되면서 정보의 가치가 증가한 것”이라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술이 관심을 끌면서 기대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공통데이터모델(Common Data Model, CDM)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선행 CDM 기반 분산형 바이오헬스 통합 데이터망 구축 기술개발' 사업자에도 선정됐다.

CDM은 의료기관별로 구조와 의미가 다른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모델이다. 의료기관이 보유한 빅데이터의 구조를 실제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같은 방식으로 통일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연계·교류하도록 했다. 원본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고, 특정방식으로 추출한 정보만 사용하도록 설계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빠른 시간 안에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박 교수가 주도하는 아주대병원 컨소시엄에는 현재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삼상서울병원 등 39개 병원이 참여 중이며, 10개 병원은 CDM 변환을 마쳤다. 앞으로 3년간 나머지 병원의 CDM 변환을 완료하고, 이를 교류하는 데이터망을 만들어 상용화하는 한편,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컨소시엄과 연계해 의료정보 교류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어 ‘CDM 기반 분산형 바이오헬스 통합 데이터망’을 스마트폰 안의 앱스토어에 비유하며 성공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구는 물론,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의료정보화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가진 경쟁력이나 기반도 괜찮은 편이라는 평가다. 

박 교수는 “의료 CDM은 우리가 비교적 빨리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미국의 경우 판매하는 자료, 민간보험 청구자료 위주인데 비해 우리는 전국민 의료보험데이터 중심으로 자료의 양적, 질적 가치가 높다”며 “플랫폼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환자맞춤형서비스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의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그는 “의사들도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의료분야에서도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결과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료실에서도 환자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적용하거나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능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천도 따랐다. 아주의대에는 2년 전부터 예과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 실습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온전히 학습하려면 일주일에 13시간 이상 소요되는 고강도 과목이다. 박 교수는 “초기에는 학생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부”라며 “학생들이 지식의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지식의 생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데이터분석이라는 문턱은 넘어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박 교수는 ‘더 좋은 의료’에 대해서는 확신한다면서도, 밝은 미래만은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정적인 직업은 사라지고, 여러 직업을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주류인 세상에서는 소수의 혁신가만 살아남을 수 있다. 또 기계가 사람을 뛰어넘는 임계점에 도달하면 사람들이 하던 많은 일들을 기계가 대체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 급여를 받으면서 생활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무엇이 유망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좋아하는 영역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향이 정답일 것”이라며 “다음 직업을 정하게 된다면 가치보다는 흥미를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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