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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왜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의료계만 발끈하나

왜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의료계만 발끈하나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4.05 07:43:52 | 수정 : 2018.04.05 07:44:46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과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조수진 교수 등 의료진 3명이 4일 구속됐다. 법원의 구속수사 허가가 떨어지자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병원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전공의부터 대학병원의 교수들, 일선 의사들과 이들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전부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의 의사들이 정부와 법원, 검·경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4일 성명을 통해 “의료진의 탓으로 때우려는 구속수사는 법리에 맞지 않는 여론만을 의식한 판단”이라고 비난했고,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이 일의 파장이 얼마나 심대할지 온 국민이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 대한 진료기피현상이 벌어질 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에선 주의의무에 대해 회피하려는 노력만 늘어나 결국 환자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전공의들은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피해 유가족들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들이 사망한지 3달여가 지났지만 의료계는 자기반성이나 성찰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정작 의료진이 정해진 지침과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문제를 고의가 아니었으니 이해해야한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

이들은 “의료계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환자들은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하느냐. 의도성이 없는 음주운전이나 교통사고도 처벌을 받는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계도 반성하고 인정해야한다”며 담당 의료진과 사건을 바라보는 의사들의 시선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많은 국민들도 피해 유가족들의 심정에 공감의 뜻을 표하며 의료진과 의사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의사들은 특권층이냐”, “제 식구 감싸기만 한다”, “역학조사결과가 나왔음에도 믿지 못하겠다는 의사들의 사고는 비상식적”이라는 등의 말들도 나왔다.

법은 ‘정의와 상식, 논리의 삼위일체적 결정체’라고 표현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의료진을 구속으로 몰고 간 법은 정의에 기반하고 상식적이며 논리적인지는 의문이다. 일련의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고, 상식과 비상식이 혼재돼 있다.

이번 사건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 당장 경찰과 검찰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결과를 토대로 결론을 내렸다면서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역학조사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및 감시 권한을 가진 국회의 요구에도 거부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반론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구속된 의료진들에게 주지 않기 위한 전략이라거나, 역학조사결과 자체가 정황과 추론을 바탕으로 하는 불완전한 증거인데다 그마저도 피고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지 않아 공개하기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여론은 흔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공감의 방식인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포장하며 의사들을 비난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약자와 강자를 나누고 약자의 입장에 동의하는 것이 옳은 일이고 선한 일이라는 무의식의 영향을 받은 듯 일방적이다. 

힘줘 안아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미숙아들의 생명을 다루며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의료 환경에서 의료진의 두려움에 공감하고, 이번 사건이 의료진들에게 어떤 상처와 공포로 다가오는지를 깊이 있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천안함 폭침이나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며 전쟁을 겪은 군인과 큰 사건을 경험한 이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심각성과 지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의료현장을 전쟁에 비유하면서도 정작 의료인이 겪어야할 두려움과 PTSD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은 없는 듯하다.

잘못이 있다면 밝히고, 뉘우쳐야한다.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논리를 내세워 반성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주변에서 잘못했다며 손가락질 한다면 아이는 손가락질을 피해 삐뚤어지기만 할 것이다.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이해하고 이해시키고 보듬어야 한다.

역지사지라며 일방의 입장만을 투영할 것이 아니라 양측의 입장을 모두 고민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의, 상식, 옳은 일, 선한 일이라지만 저마다 다른 가치판단과 잣대를 가지고 있는 절대적일 수 없는 우리가 강자라서, 특권층이라서,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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