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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길을묻다] 인생 이모작 시대, 붓을 든 의사

[의사의길을묻다] 장준동 한림대 정형외과학교실 주임교수

전미옥 기자입력 : 2018.04.17 00:15:00 | 수정 : 2018.04.20 09:43:47

지난달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한국교직원미술대전’에서 장준동 교수가 자신의 그림(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른바 ‘인생 이모작’ 시대가 열리고 있다. 평생 한 분야에만 몸담았던 전문가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진료실을 떠난 시간에는 메스 대신 붓을 든다는 장준동(64) 한림대 정형외과학교실 주임교수(동탄성심병원 인공관절센터장). 평균 80년 정도의 인생을 24시간으로 계산해보면 그는 현재 저녁 7시 12분, 이제 막 노을이 지는 시간에 접어든 셈이다. 그는 의학이 아닌 '미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색하다면서도 좋은 화가가 되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돌이켜보니 저는 평소 사진을 찍거나 스케치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미술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좋아했고요.” 장 교수는 평소 가졌던 관심사가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이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평소에는 정형외과 교수로서 인공관절에 대한 연구와 환자 치료에 매진하지만, 퇴근 후에는 앞치마를 입고 붓을 든 채로 이젤 앞에 선다. 그림 그리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환자 진료와 교육, 연구 등 본업을 등한시할 수는 없어 시간을 많이 내기는 어렵다”며 “일주일에 3시간씩 2회 이상은 반드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다. 유화는 물감이 마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의 간격을 두고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그리는 대상은 인간을 포함한 하늘, 꽃, 풀, 산, 바다 등 자연의 모습이다. 기타를 치는 아내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산과 바다의 경관을 화폭에 옮기기도 한다. ‘그림을 그림답게’ 그리고 싶어 나름의 공부도 열심히 했다. 장 교수는 “존경하는 철학가인 김형석 교수의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에서는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고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라고 한다. 또 나이가 들어도 일을 계속하고 취미생활을 하며, 봉사와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100세 가까이 된 저자가 쓴 글이 그림을 시작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고백했다.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미술’에는 어떤 매력이 있었을까. 장 교수는 “의학은 정해진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환자 치료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철저함과 긴장으로 가득 차있다”며 “이와 달리 미술은 자유가 용납되고 내 맘대로 표현할 수 있다. 물론 미술도 집중력과 치밀함이 요구되지만 이 과정에서 마음이 한결 순화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미술과 의학에는 공통점도 있다. 모두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장 교수는 “환자의 걸음걸이, 말투, 얼굴 표정 하나 하나 모두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보가 된다. 세밀히 관찰하고 살피지 않으면 환자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마찬가지로 미술 활동 또한 세밀한 관찰에서 시작한다. 사물의 외형뿐 아니라 이들이 가진 특성과 내면까지 들여다보아야 그들을 보다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도 미술을 위해 인체의 해부학적 공부를 깊게 했다. 정형외과학도 인체의 구조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는 학문이라 또 다른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한국교직원미술대전’에서 대표작가로 선정되는 등 성취도 따랐다. 미술대전에서는 전국 교직원을 대상으로 응모된 작품 중 엄선된 250여점과 초대작가 작품 20여점이 전시됐다. 장 교수가 출품한 작품은 ‘우리는 어디로 가는걸까’라는 작품이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끊임없이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는 관점에서 ‘인생’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라며 “언젠가는 정점에 도달 하겠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 이후의 길을 몽환적으로 표현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표작가로서 개막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했는데 저로서는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며 소회를 밝혔다.

장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의사들에게도 취미활동을 적극 권장했다. 그는 “의사의 생활은 늘 긴장되어 있고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폐해 질 수 있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때 취미 활동은 긴장상태에서 해방시켜 주고 안정을 주는 장점이 있다”며 “후배의사들에게 취미생활을 갖는 것을 권하고 싶고 미술도 취미 생활로 아주 좋은 장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희망적인 모습에 관심이 많다”며 “훗날에는 메시지가 있고 감동을 주는 예술성 높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나아가 화가로서 개인전을 할 수 있는 날도 그려본다”고 포부를 전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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