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게임이란…“토론할 시간도 부족한데”

기사승인 2018-04-30 23: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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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게임이란…“토론할 시간도 부족한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과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각계 인사들이 모였지만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수준에 머물며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게임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학계와 업계, 민간 콘텐츠크리에이터부터 정·관계 관계자가 참석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대한민국게임포럼이 올해 처음으로 주최한 행사다.

포럼 공동대표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게임이 처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인식개선을 위한 실천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라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토론회는 시작부터 종료 시각을 20여분 남긴 오전 11시 40분경까지 각 패널들의 주제발표로 진행됐다.

기조발표를 맡은 한동숭 전주대 교수는 ‘게임인식의 현황과 대처방안’을 주제로 게임의 사회문화적 인식과 몰이해 등을 다뤘다. 인문·사회학적 연구로 게임에 대한 리터러시(이해력)를 강화하고 긍정적 기능과 창의적 모형을 제시할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산업계와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도박성, 폭력성, 선정성 등을 통제할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도서관’이라는 별칭의 콘텐츠크리에이터 나동현씨는 ‘게임에 대한 청소년의 과몰입 현상이 기성세대가 구축한 교육 환경에 기인한다’는 주장을 폈다.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학업에서 느끼기 어려운 환경을 지적하고 게임 규제 정책인 ‘셧다운제’, 사전 심의제도 등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내비쳤다.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고문은 “개발자들이 사회적 인식 문제로 지금까지 많은 홀대를 받아왔다”면서도 “학교 현장이나 학부모 인식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긍정적인 면을 함께 짚었다.

이승훈 영산대 교수는 기존의 게임법이 게임 플랫폼과 첨단 기술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게임이 가진 긍정적 가치를 극대화 시킨다면 자연스럽게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그 첫 단추를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수석부회장도 “게임을 ‘놀이문화’라고는 하지만 ‘대중문화’라고는 하지 않는다”며 “세대 변화를 인지하고 게임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실에서의 게임 재화 거래 등 음성적 시장 문제도 고민해야 할 주제로 던졌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과 김규직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앞선 패널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노력과 방향성을 소개했다.

최 국장은 게임의 청소년 이용 비중 87.9%, 전국민 여가 선호도 3위 등의 조사 결과를 들며 “게임의 긍정적 가치를 알리고 순기능 전달을 통한 인식 제고가 올해 사업 목표”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를 위해 대국민 캠페인과 용어 정리 등 연구용역, 청소년 보호 방안 등을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김 과장도 “게임은 디지털 시대 보편적 여가문화로 변했다. 청소년의 경우 활동 선택의 제약 환경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 게임”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지속 가능한 게임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교육 확대와 대국민 홍보, 과몰입 대응체계 구축, 실태조사 등의 인식 개선 노력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는 진행 자체에 대한 지적부터 불거졌다.

나동현 크리에이터는 “이런 자리를 예상하지 않았다. 난상토론 하고 치고 박고 할 줄 알았다”며 “당혹스러운 게 토론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시간 배분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일부 패널들도 더 적극적인 토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도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도박과 게임의) 영역을 싹 갈아주시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수십년의 이론이 아무리 정교하게 해도 공염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도박을 게임이라 하지 말라는 것”을 인식 개선의 시작이라고도 강조했다.

포럼 공동대표인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토론 진행의 한계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일부 집단의) 게임에 대한 공격 행위가 일종의 이권이 됐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는 아마추어”라며 안일한 자세에 일침을 가했다.

조승래 의원도 “게임 소비자들의 단결된 조직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고 “전문가들이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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