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논란, 금융위·회계법인 등 관련 기관 후폭풍

금감원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위한 각본 있었다”

기사승인 2018-05-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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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논란, 금융위·회계법인 등 관련 기관 후폭풍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잠정 결론이 금융권에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뿐만 아니라 회계를 처리한 외부감사법인 등 관련 기관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도운 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뿐만 아니라 한국공인중계사회, 한국거래소 등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회계법인 패닉…강력 반발 “법적 문제 없다”

금감원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를 완료하고 “회계처리 상에 충분히 문제가 있다(분식회계)”는 내용의 조치사전통지서를 해당 회사와 감사인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 통보한 후, 금융위원회와 후속 조치 및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치사전통지란 금감원의 감리결과 조치가 예상되는 경우 증권선물위원위에 감리안건 상정을 요청하기 전에 위반사실 및 예정된 조치의 내용 등을 안내하는 절차를 말한다. 금융당국의 최종 결정 전 해당 회사나 외감법인에 충분한 소명 절차를 부여하기 위한 취지다.

금감원은 조치사전통지 발송 후 조속한 시일 내에 감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분식회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5월 중 감리위원회를 열려고 협의를 하고 있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올해 상반기 중에는 (분식회계 여부 결정이)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금감원의 결정에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곳은 당사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다. 해당 회사는 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법과 절차에 따라 상정했으며 분식회계라는 지적은 맞지 않고, 회사의 이득이나 고의성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논란이 발생하게 된 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고의로 회계를 조작해야 할 동기가 없었다”면서 “향후에 있을 감리위 심의, 증선위 의결, 금융위 의결 등의 절차에서 입장을 충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조치사전통지를 받은 삼정·안진회계법인 등 외감법인도 당혹스런 건 마찬가지다. 회계처리 감사인인 삼정 및 안진회계법인이 감사의견 ‘적정'을 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해당 회계법인들은 ‘비밀유지 의무’를 들어 적정 의견을 낸 이유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면서도 추후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의 이같은 반발에 금감원은 “(조치사전통지는) 국민들이 알권리 차원에서 사전 통지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난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법상 조치서의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 비밀유지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며 “감리위나 증선위에서 최종 결정 전, 감리 결과에 대한 내용을 미리 말하면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논란…금융위·한국거래소·회계사회 합작품?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잠정 결정을 두고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도 난처해하고 있다. 금융위가 분식회계를 묵인하고 코스피 상장규정을 완화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도왔다고 볼 수 있어서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 한국거래소의 요청으로 ‘상장 신청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6000억원이고 자기자본이 2000억원’인 경우 매출이나 이익에 상관없이 적자기업이라도 코스피 상장이 가능하도록 자본시장의 문턱을 낮췄다. 

이를 두고 금융위와 한국거래소가 삼성바이올로직스의 코스피 입성을 위해 맞춤형 상장규정을 마련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의 분식회계 처리가 없었다면 5300억원(2015년 적자 전제)정도 되는 누적결손금 때문에 자본총액이 11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규정완화뿐만 아니라 분식회계를 통해 실적 부풀리기가 필요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2017년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국내 상장 유치를 위해 금융위에 상장규정 완화를 건의했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 맞춤형 상장규정 완화를 시인한 바 있다.

이런 사실은 한국거래소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A씨는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위해 규정 완화를 요청했고 금융위가 이를 들어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시키기 위해 요건을 완화한 것은 팩트(사실)”라고 밝혔다. 

당시 금융위에 상장요건 완화를 요청했던 한국거래소 관계자B씨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당시 외국은 적자 상태에 있더라도 성장 가능한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서 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어느 정도 이익이 나는 기업만 상장할 수 있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만 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기업이 외국으로 흘러가지 않고 국내에서 상장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도입하자는 차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직스가 20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한 자체를 특혜로 보고 있다. 2016년 10월 도입된 성장성평가 특례제도(테슬라 요건)를 통해 코스피이 아니더라도 코스닥 시장에 충분히 상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B씨는 “상장요건이 완화된 2015년 당시에는 코스닥에 그런 규정이 없었다. 만약 규정이 없어 유망 기업이 외국에 나갔다면 요건 완화를 미룬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겠는가”라며 상장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뿐만 아니라 상장 전 삼성바이오직스의 재무재표 감리를 맡은 한국회계공인회계사(한공회)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질 않고 있다. 당시 한공회는 “회계상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금감원의 분식회계 잠정 결정과 다른 적정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한공회 측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금감원이 해명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할 때는 증선위의 위탁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에서 감리를 했다. 그것은 상장을 위한 감리이기 때문에 한공회에서는 상장을 하기 위해서 간략하게 봤다고 했다”면서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위한 짜여진 각본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은 “2015년에 회계 처리를 변경(분식회계 의혹)하지 않더라도 손익은 적자이지만 누적자본으로 보면 충분히 증자를 받고 있어 자본결손 상태로 가지 않는다. 2000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증선위가 분식회계로 최종 결론을 내릴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감번의에 대한 중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 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어가면 상장심사 대상에 들어가 주식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등 앞선 사례를 볼 때 상장폐지까지 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존 사례를 볼 때 삼성바이로직스에는 증권 발행 제한, 과징금 부과, 감사인 지정, 담당임원 해임 권고 등의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감범인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선 손해배상 공동기금 추가 적립, 당해회사 감사업무 제한, 신규영업 정지 등의 제재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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