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그칠 줄 모르는 중국산 ‘불량 광고’

기사승인 2018-05-08 23: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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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시장에서 급격히 비중이 커지고 있는 중국산 게임의 일부 광고가 도를 넘는 선정성과 내용 왜곡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규제 기관의 광고 차단 조치까지 내려졌지만 불량 게임 광고 근절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27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모바일 게임 ‘왕이되는자’의 광고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에 따라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광고 차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게임위는 해당 게임 광고에서 여성을 상품화했을 뿐 아니라 선정적이고 자극적 문구와 장면이 표현돼 있으나 실제 게임에서는 그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시정 권고를 받은 사업자는 7일 이내에 위법 광고를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게임위는 기존 ‘12세이용가’로 유통되던 ‘왕이되는자’ 게임의 등급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직권등급재분류 절차를 진행, 구글 플레이에서는 ‘17세이용가’로 상향 변경됐다.

당시 게임위 관계자는 “게임의 내용과 다른 광고를 게시하는 행위는 명백히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왕이되는자 사례의 엄중한 조치를 통해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왕이되는자 광고 중에는 여성 등장인물이 자신을 팔거나, 속옷을 맞춰보라고 묻는 등 다분히 선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면이 많았으며 여성을 고문해 피를 흘리도록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연령 제한 없이 접할 수 있는 SNS에서 이 같은 내용이 무작위로 노출돼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 해당 게임 내용을 보면 청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여성 인물들과 애정을 쌓는 것 외에도 관직에 올라 겪는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광고에서는 선정적 요소만을 부각시켰다. 게임 설명으로 ‘독창적인 일부다처시스템’을 내세웠을 정도다.

왕이되는자 이전에도 ‘운명: 무신의 후예’ 등 다른 중국산 게임 광고에서 게임 내용과 관련성 없는 선정적 연출 때문에 인터넷상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표했고 그 만큼 게임위의 이번 조치를 반기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불량 광고’는 이후에도 한동안 온라인에 버젓이 노출돼 게임위의 조치를 무색케 했다. 왕이되는자 뿐 아니라 다수의 게임들이 실제 게임 내용에 혼동을 줄 수 있는 광고를 노출시키고 있다.

지난 4일까지 페이스북에서는 여성들을 고문하는 등 행위가 가능한 것처럼 연출된 왕이되는자의 선정적 광고가 확인됐고, 인스타그램에는 8일 현재까지도 돈이 있는 자의 편에서 상대방 인물을 고문하는 등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내용이 노출되고 있다. ‘일부다처시스템’을 강조한 게임 소개도 여전하다.

앞서 게임위 측은 왕이되는자 개발사인 중국 추앙쿨엔터테인먼트로부터 ‘즉각 조치를 수용한다’는 답변을 받았으며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도 통보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이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또한 직접 조치를 받은 왕이되는자 외에도 게임랜드의 ‘글로리’, 37게임즈의 ‘마성’ 등은 실제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여성 캐릭터의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한 장면을 광고에 썼으며 일부 광고에서는 실제 게임 그래픽과 상이한 영상으로 혼동을 주기도 한다.

실제 게임과 다른 영상을 보여주는 광고는 국내 게임사가 서비스하는 게임 중에도 찾을 수 있다. 이유게임의 ‘카오스블레이드’의 경우 실제 2D 그래픽으로 이뤄진 게임과 다른 3D 랜더링 그래픽을 마치 게임 화면처럼 보여주는 광고를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게임 로그인] 그칠 줄 모르는 중국산 ‘불량 광고’

게임위 관계자는 “실제 게임 내용과 다른 광고를 한 것은 문제”라며 “담당자 모니터링·확인을 통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SNS상 광고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했다. 그는 “SNS 광고들을 일일이 법으로 제재하는 데 어려운 점은 있다”며 “게임법상 등급 분류에 어긋나는 광고는 조치하지만 게임 내용이 주가 아닌 영상 등에 대해서는 방통위 등과 협업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위의 노력에도 이 같은 불량 게임 광고 문제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직접 서비스 되는 중국산 게임이 크게 늘었고 이용자를 현혹하는 이른바 ‘낚시성 마케팅’도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와 시장의 정화 노력 필요성을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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