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배틀그라운드’, 봄날은 갔나

기사승인 2018-06-05 14: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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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로그인] ‘배틀그라운드’, 봄날은 갔나

배틀로얄 슈팅 게임 바람을 일으킨 ‘배틀그라운드’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

블루홀 펍지주식회사가 선보인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얼리억세스 버전으로 처음 선보인 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동시 접속자 수 310만, 글로벌 판매량 4200만을 기록했고 카카오게임즈가 제공하는 국내 서비스에서만 지난 3월 누적 이용자 360만을 넘어섰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는 펍지에 합류한 브랜든 그린이 ‘데이즈’, ‘H1Z1’ 등 모드로 선보였던 배틀로얄 게임을 본격 구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게 했다. 100명이 섬에 낙하해 최후의 생존자가 될 때까지 상대를 쓰러뜨리고 버텨내는 방식이다. 곳곳에 있는 총기 등 아이템과 차량, 점차 줄어드는 게임 구역 등이 재미와 긴장감을 준다.

배틀그라운드가 흥행에 성공하자 글로벌 시장에서 비슷한 방식의 게임들이 다수 쏟아졌다. 다수는 단순한 아류작에 그쳤지만 배틀그라운드를 위협하는 게임도 등장했다. 미국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대표적이다.

배틀그라운드의 개발 엔진이기도 한 ‘언리얼’ 엔진을 공급하는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모드를 무료 베타 버전으로 공개했다. 같은 게임 방식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플레이 가능한 최적화, 고유의 ‘액션빌딩’을 활용한 빠르고 역동적인 전투, 밝고 캐주얼한 분위기 등을 무기로 삼았다.

포트나이트는 이미 지난 2월 초 동시접 속자 340만, 전체 이용자 4500만을 기록하며 배틀그라운드의 위상을 흔들었다. 해외 스트리머의 트위치 방송에서 동시 시청자 60만을 기록하는 등 2차 콘텐츠 시장에서도 배틀그라운드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시에 스팀 기준 배틀그라운드의 동시 접속자 수는 절반 수준인 약 150만으로 하락, 1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신작 효과는 떨어진 모양새다. 국내 PC방 점유율마저도 40%에 육박하던 것이 지난달부터 30~34%대에 머물고 있다. 스팀에서 ‘도타2’, 국내 PC방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2위와 격차가 상당히 줄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 스팀 버전은 각종 핵(불법 프로그램) 사용이 난무하면서 머신 밴 방식으로 이를 단속하는 포트나이트에 비해 이용자 불만이 높아졌고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PC 사양 문제로 배틀그라운드를 접하기 어려운 이용자들이 포트나이트로 돌아서는 현상이 나타났다.

배틀그라운드가 마주한 위협은 포트나이트나 신작 효과 상실에 그치지 않는다.

우선 현 시점 배틀로얄 게임들은 배틀그라운드의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더 발전된 게임들이 등장해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이미 밀리터리 FPS(1인칭 슈팅) 게임 양대 강자로 꼽히는 ‘콜오브듀티’와 ‘배틀필드’ 최신작에 기존 게임성과 결합된 배틀로얄 모드가 도입될 예정이며 이 같은 시도의 반복은 ‘팀포트리스2’가 ‘오버워치’로, ‘듄2’가 ‘스타크래프트’로 이어진 것처럼 새로운 ‘대세’ 게임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지난 1월 펍지가 에픽게임즈코리아를 상대로 포트나이트의 표절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게임 커뮤니티 일부에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두 게임의 방식이 비슷하지만 게임성에 차이가 분명한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펍지는 “단지 장르가 같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표절로 보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의문을 키웠다. 오히려 비슷한 시기 에픽게임즈가 e스포츠 도전 의사를 밝히자 주도권 방어에 나섰다는 업계 해석마저 나왔다. 최근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2018~2019 대회 총 상금으로 1억달러(약 1000억원)를 걸고 공세에 나섰다.

펍지 스스로도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 흥행으로 인기를 지속하고자 도전을 계속하고 있지만 타 종목에 비해 선수의 기량보다 운이 미치는 영향이 크고 진행 호흡이 느린 게임 특성상 아직 충분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각종 아이템 밸런스 조정과, 잦은 전투를 유도하기 위한 새 맵 테스트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펍지는 블루홀이 배틀그라운드의 성공과 함께 해당 사업을 위해 독립시킨 자회사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e스포츠마저 실패할 경우 존재 의미 자체가 흐려질 수도 있다.

게다가 블루홀에서 준비 중인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에어’는 지난해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고 당초 올해로 계획했던 서비스 시점마저 미뤄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을 이을 차기작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튜브 게임 리뷰 채널 ‘Downward Thrust’는 “배틀그라운드의 접속 불량 등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을 두고 펍지가 법률 소송을 통한 이익만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틀그라운드는 최적화부터 핵 사용자 등 게임 자체 완성도에 많은 지적을 받으면서도 특유의 게임성 덕분에 인기를 구가했다. 블루홀과 펍지는 기회를 살려 지금의 배틀그라운드나 후속작으로 더 완성도 높은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한편, 펍지 관계자는 “지금은 경쟁 상황보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완성도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e스포츠 계획은 오는 7월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PGI) 2018’ 행사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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