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게임 돌려보기] ‘뮤 오리진2’ vs ‘카이저’…15년 전 ‘작업장’의 추억

기사승인 2018-06-11 09:56:32
- + 인쇄

웹젠의 ‘뮤 오리진 2’와 넥슨의 ‘카이저’, 두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신작이 모바일 게임 매출 2위, 5위를 차지했다. 15년 전 유행하던 게임 방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구현, ‘리니지’, ‘검은사막’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4일 국내 출시된 뮤 오리진 2는 10일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에서 지난 3월부터 2위 자리를 지키던 ‘검은사막 모바일’을 밀어냈다. 같은 날 서비스 개시한 카이저도 1년 반 동안 상위권을 지켜온 ‘리니지 2 레볼루션’의 턱 밑까지 뛰어올랐다.

뮤 오리진 2는 웹젠의 대표 IP(재식재산권) ‘뮤’ 시리즈를 기반으로 중국 천마시공에서 개발한 ‘뮤 오리진’의 정식 후속작으로 현지에서 먼저 서비스되다 국내에 출시됐다. 반면 패스파인더에이트가 개발한 카이저는 넥슨이 지난해 ‘액스’에 이어 선보이는 자체 IP 작품이다.

이들 두 게임은 큰 범주에서 MMORPG라는 같은 장르에 속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그 이상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서로 다른 두 PC MMORPG가 15년 만에 모바일에서 다시 태어났다.

▶ ‘뮤’ 입은 중국산 ‘VIP’ 게임

뮤 오리진 2는 지금도 구글 매출 77위에 있는 뮤 오리진을 보다 원작 ‘뮤 온라인’에 가깝게 개선했다. 타이틀 화면과 고유의 캐릭터 디자인, 게임 전반의 BGM(배경음악)과 효과음부터 ‘무한의 탑’, ‘블러드캐슬’을 비롯한 각종 던전 콘텐츠, ‘뮤’ 대륙과 ‘데비아스 기사단’을 둘러싼 이야기까지 뮤의 혈통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전작 뮤 오리진과 비교하면 색감이 보다 강조되고 선명해진 그래픽이 눈에 들어온다. 뮤 시리즈다운 분위기를 살리지만 같은 ‘유니티’ 엔진 기반 타 게임들과 비교해도 단순한 3D 모델링, 질감이 살지 않는 표면(텍스처) 처리, 시인성 떨어지는 2D 효과 등으로 좋은 평가를 어렵게 한다.

쉽게 비교하자면 뮤 오리진 2의 3D 모델은 ‘이터널라이트’ 등 다른 중화권 게임들에 비해서도 정교하지 않고 텍스처 처리는 4년 전 출시된 ‘서머너즈 워’와 비견될 수준이다. 단순한 3D 모델링은 가볍고 제한적인 캐릭터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전작에 비해 연출과 디자인이 크게 개선된 UI(이용자 인터페이스)를 무색하게 한다.

다만 단순한 그래픽은 스마트폰 구동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각종 메뉴와 게임 컨트롤의 즉각적 반응으로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제공한다. 또 NPC들의 풍부한 육성 대사와 뮤 시리즈 특유의 화려한 날개․갑옷 묘사 등은 게임 세계관에 몰입을 돕는다.

특히 뮤 오리진 2는 제한적인 상하 시점 변경과 줌인․아웃으로 2002년 PC 원작 ‘뮤 온라인’의 쿼터뷰(비스듬히 내려보는 시점)에 다수 몬스터를 몰아서 사냥하는 핵 앤 슬래시 방식을 계승한다. 다양한 던전 콘텐츠와 어우러져 원작과 유사한 게임성을 제공한다.

원작과 유사성을 갖지만 ‘양산형 게임’으로 치부될 특징도 분명하다. 단 몇 시간 플레이로 100레벨 이상을 쉽게 달성할 수 있고 대부분의 퀘스트(임무), 던전 진행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미 다수 이용자가 200레벨 이상을 달성, 다양한 반복 콘텐츠를 소비 중이다.

쉬운 진행과 함께 다양한 등급의 장비 아이템이 다양한 보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어지고 날개 강화 등 화려한 캐릭터 외형 변화까지 어우러져 육성의 재미를 준다. 이에 더해 미접속 시간 동안도 아이템과 경험치 보상이 누적되는 이른바 ‘방치형’ 게임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쾌속 성장의 쾌감을 선사한다.

이는 곧 시간 대비 더디게 확장되는 인벤토리(가방) 공간 부족 불편과 여러 편의기능․보상을 제공하는 중국산 게임 특유의 ‘VIP’ 시스템을 통해 현금 결제를 노골적으로 유도한다. 심지어 VIP 등급도 15단계로 구분돼 과금 이용자마저 세밀하게 차별화 한다.

본 게임의 사냥․전투 콘텐츠 난이도는 매우 낮다. 보스 몬스터의 패턴에 맞춘 기술 또는 회피 조작 비중도 미미하고 타격 효과음이 미약해 액션성마저 느끼기 어렵다. 핵 앤 슬래시 방식으로는 올해 초 ‘로열블러드’가 훨씬 고도화된 조작성을 보여줬다. 다양하게 구비된 일일 소비 콘텐츠도 각각의 차별화된 재미는 부각되지 않는다.

이처럼 단순하고 자동화된 진행 방식은 과거 PC방에서 다수의 PC에서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구동되던 뮤 온라인을 연상케 한다. 당시 뮤 온라인을 비롯한 MMORPG는 이 같은 ‘작업장’ 문화와 음성적 아이템 거래가 성행했다. 다만 모바일 게임의 부분유료화 요소가 이용자 간 거래를 대체, 자동 육성에 가까운 전형적 모바일 MMORPG로 거듭났다.

뮤 온라인 정식 후속작으로 지난해 웹젠이 직접 선보인 PC MMORPG ‘뮤 레전드’ 역시 정교하지 못한 그래픽과 단조로운 콘텐츠, 과금에 따른 밸런스 문제 등이 지적됐지만 파티플레이와 던전 공략에서만큼은 최소한의 재미를 제공했다. 뮤 오리진 2는 유사한 외형과 구성을 갖추고도 이 같은 장점은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재 뮤 오리진 2의 길드 커뮤니티와 PvP(이용자 대전) '투기장' 등 콘텐츠는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웹젠은 앞서 중국에서 서비스 해온 콘텐츠를 순차 업데이트 할 예정으로 이달 중 '경매장' 기능이 추가된다.

▶ ‘카이저’, 또 하나의 ‘리니지’

카이저는 ‘MMORPG 명가’를 자처하는 패스파인더에이트가 개발했다. 2003년 PC MMORPG ‘리니지 2’ 개발에 참여한 채기병 PD를 주축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의 자체 IP를 구현했다.

개발진의 영향인지 자체 IP지만 카이저는 리니지 2와 닮았다. ‘전사’, ‘암살자’, ‘궁수’, ‘마법사’ 등 판타지 MMORPG에서 익숙한 캐릭터 직업군의 모습부터 액션, 스킬 효과까지 리니지 2의 그것을 각색한 듯 하다. 구간이 나눠지긴 하지만 풀 3D로 구현된 넓은 월드도 비슷한 점이다. 다만 기존 구축된 세계관이 없는 만큼 초반 이야기 전개는 상대적으로 단조롭다.

공통점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당대 MMORPG의 기본적인 시스템이었던 타게팅 방식 전투, 스텟(능력치)와 스킬 포인트 배분 육성, 자유로운 PK(플레이어킬)와 이로 인한 캐릭터 사망 시 아이템 손실, 모바일에서는 흔치 않은 이용자 간 1:1 거래 등으로 이어진다. 공격력을 더해주는 소모성 아이템 ‘정령탄’과 비슷한 ‘증폭마법석’도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은 최근의 MMORPG들과 달리 조작보다 캐릭터의 능력치에 의존해 몬스터 등 대상을 하나씩 개별 상대하는 전통적 전투로 이어진다. 따라서 다수로부터 공격을 받을 시 대처가 쉽지 않고 장비와 레벨이 충분치 않으면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투를 위한 조작 인터페이스도 물약 등 각종 아이템을 자동 사용하는 설정과 직업․특수․확장․공격 스킬이 일렬로 나열된 형태로 복잡한 실시간 비중보다 아이템과 스킬 능력에 의존하는 성격을 대변한다. 점프는 회피 기능이 없으며 액스에서 만나본 타겟 선택 창이 그나마 능동적 조작 요소다.

이에 따라 약 38레벨까지는 메인 퀘스트를 따라 비교적 빠르게 키울 수 있지만 이후 이어지는 퀘스트를 단독으로 수행하기 쉽지 않고 자동 전투 중 사망하는 캐릭터를 보기 일쑤다. 이후에도 이후 메인 퀘스트 요구 레벨까지 ‘현상수배’ 등 부수적인 반복 콘텐츠에 의존해야 한다. 리니지 2 당시 ‘노동’으로 표현되던 육성 과정과 유사하다.

이 과정에서 높은 등급의 장비 아이템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상위 등급은 고사하고 현금 결제를 통해도 하위 세 번째 단계인 ‘희귀’ 등급 무기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장비 강화도 소모성 아이템과 실패 확률 부담이 큰 편이라 아이템의 희소성 가치 역시 리니지 시리즈에 비견된다. 분수대에 골드를 던져 아이템을 얻는 콘텐츠도 있지만 확률은 높지 않다.

캐릭터 능력치에 큰 영향을 주는 ‘샤드’는 현금 결제 상점을 통해 얻고 이를 강화하는 것마저 쉽지 않아 무과금 이용자는 40레벨 이후 상대적으로 더딘 육성을 감수하게 된다. 18세이용가 등급 콘텐츠인 1:1 거래 역시 현금 결제 재화인 ‘다이아’가 요구된다. 1:1 거래 외에 ‘거래소’ 시스템은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

뮤 오리진 2와 달리 카이저는 다수 이용자가 넓은 3D 월드에서 동시 활동하는 만큼 스마트폰 발열이나 메뉴의 더딘 반응 등 구동 환경에 상대적인 부담을 가한다. 그럼에도 검은사막 모바일 등에 비하면 전반적인 그래픽은 단조롭고 섬세하지 못하다. 음향도 제한적인 배경음과 전투 효과음이 주를 이룰 뿐이며 NPC 육성 대사는 무난한 수준이다.

다만 현재 구글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리니지M’과 같이 높은 아이템 희소성과 난이도가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이는 다수의 무과금 이용자가 게임을 포기하게 할 수도 있지만 과금을 통한 경쟁 또는 꾸준한 도전에 따른 성취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이템의 높은 가치는 또 다른 형태의 작업장 성격을 부여할 수도 있다.

[김기자의 게임 돌려보기] ‘뮤 오리진2’ vs ‘카이저’…15년 전 ‘작업장’의 추억

카이저는 이 같은 ‘하드코어’ 방식으로 과거 리니지 시리즈부터 지금의 리니지M 팬까지 자극할 수 있는 대안 게임으로 평가 가능하다. 다만 세계관과 캐릭터, 그래픽․사운드 연출, UI 모두 개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이에 더해 최근 데이터 롤백 현상으로 일부 이용자들의 캐릭터 경험치, 아이템, 재화 등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음에도 운영에 대한 불만은 온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카이저는 18세이용가 외에 12세이용가 버전마저 매출 15위로 역대 자체 IP MMORPG 중 최대 흥행작이 됐지만 구글 기준 게임 평점이 경쟁작 중 가장 낮은 수준인 2.4에 불과한 만큼 운영을 통한 이용자 불만 해소가 여전한 과제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