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던데…‘양심’을 판단할 수 있을까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던데…‘양심’을 판단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8-07-02 14: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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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던데…‘양심’을 판단할 수 있을까‘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마음은 파악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오르면서 양심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도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인정하고 대체복무를 도입하라는 취지입니다.

일각에서는 개인이 단순히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것으로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없을 뿐더러 심사를 통해 ‘양심’의 진정성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가능하냐고 지적했습니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병역을 거부한 사람은 총 2756명입니다. 이 가운데 99.4%인 2739명이 특정 종교 신도죠. 이들 중 1790명이 징역 등 실형을 확정 받았습니다. 헌재는 지금까지 이들을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통해 신념이나 종교에 따른 병역 거부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같은 날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를 바꿔주세요’란 제목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젊은이들은 비양심적이란 말인가요”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이에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병역의무자들이 비양심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의무를 단순히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지키면서도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집총 등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대신하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국가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병역기피를 위한 계획적인 개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병역거부자의 대다수가 속한 ‘여호와의 증인’ 같은 종교 집단이 무자비하게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가 특정한 종교·종파의 신도에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신념을 주장하며 신청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병역거부가 양심에 따른 것인지 판별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의 무력거부 성향’ 등을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다만 징병제를 통해 병력 숫자가 훨씬 많은 우리나라에서 도입하기는 힘든 방식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논쟁과 맞물려서 대체복무제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습니다. 여론은 ‘엄격한’ 대체복무제를 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C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대체복무의 적정 기간’에 대해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64.8%가 “일반 군복무의 1.5∼2배가 적정하다”고 답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대만,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핀란드, 스위스 등 20개국 이상이 대체복무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체복무제 시행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복무 기간을 현역병보다 길게 하고, 병역거부 사유에 대한 심사도 까다롭습니다. 우리나라도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말 ‘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 아니면 정반대로 ‘양심을 속인 병역기피자’인지 구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일반 사병보다 긴 복무기간, 합당한 업무의 할당 등을 포함한 대체복무제도 마련돼야 합니다.

안보는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안보를 헤치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됩니다. 명확한 판단 기준과 군복무 인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할 때입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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