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백 논란 확산… 수혈은 정말 위험한가?

의사협회도 가세해 진실공방에 감정싸움까지… ‘진흙탕’ 된 혈액공급사업

기사승인 2018-07-26 08: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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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사회단체와 혈액백을 생산하는 회사가 제기한 대한적십자사와 녹십자MS가 맺은 혈액백 공급계약의 부당의혹이 의료계로까지 번졌다. 사건은 진실공방과 감정다툼의 양상을 띠며 보다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지만, 교통정리를 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아 혼란스럽기만 하다.

앞서 혈액백 논란은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공동대표가 시작했다. 강 대표는 언론기고문 등을 통해 녹십자MS가 생산하고 적십자사가 혈액저장을 위해 사용하는 혈액백이 미국과 국내 등의 기준을 무시한 적십자사의 자의적 기준에 맞춰져 생산·공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국약전(USP)을 국제표준으로 삼고, 항응고제 내 포도당의 기준치를 혈액백 멸균처리 후 발생하는 과당을 제외한 나머지 포도당 수치만 계산하고 있다. 반면, 적십자사는 2003년부터 포도당만을 측정해 녹십자MS와만 공급계약을 맺어왔다.

이와 관련 강 대표는 혈액백 중 포도당은 멸균과정에서 일부가 과당으로 이행하나, 포도당과 과당 모두 에너지원이므로 과당은 불순물로 판단되지 않는다. 따라서 포도당 정량 시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결과값으로 하는 것이 맞다. 미국 약전도 이를 모두 합한 환원당 총량으로 측정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답변을 근거로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대한적십자사는 최초 혈액백 입찰 규격에 포도당이라 적어 놓고 비고란에 USP라고 명시했다. 이때 USP 약전에 써 있는 포도당의 의미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산한 환원당을 의미한다. 그런데 자신들은 포도당이라고 했기 때문에 과장을 뺀 순수 포도당 값만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이건 주장이 아니라 그냥 우기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아울러 혈액백 규격을 허가하는 식약처가 혈액백의 적격성을 검증하고, 적십자사를 관할하는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혈액백 공급과 관련된 논란을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복지부 등이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사안인 만큼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헌법의 가치를 수호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적십자사는 반박에 나섰다. 적십자사는 적혈구는 혈액백 보관 중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그 외 당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USP에 따라 더 엄격하게 HPLC(크로마토법)을 활용한 포도당함량을 기준으로 적부판정을 하고 있다면서 포도당 과다투입 시 혈액제제 내 세균증식이 빨라진다는 주장은 어떠한 연구 및 입증자료로도 확인된 바 없다고 했다.

강 대표가 주장하는 바와 달리 혈액백 적격성에 문제는 없으며, 기준과 검사법은 오히려 더욱 발전된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공급계약과정에서 절차와 기준에 의해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입찰과정에서 탈락한 한 기업의 주장일 뿐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무책임하게 전파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혈액백 논란 확산… 수혈은 정말 위험한가?

의사협회, “적십자사는 틀렸다” vs 적십자사, “의사협회는 사실을 왜곡했다

강 대표와 적십자 간의 다툼은 진실공방을 넘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강 대표는 본인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탈락한 업체의 약점을 잡으려 4명의 직원이 돌아다닌다”, “지들 내부에도 별 이상한 잡놈들의 자식까지 다 들어앉아 있다”, “네놈들 중 몇 놈은 필히 날린다는 등의 말을 남겼고, ‘양아치 같은 패악질’, ‘조폭과 같은 단어도 사용했다.

적십자사 또한 강 대표 개인의 SNS까지 살피며 적십자사에 대해 명예훼손과 모욕의 대상이 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근거없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본인의 막말은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적십자사 직원들의 항의에 막말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맞대응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사안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도 가세했다. 의협은 25일 정례브리핑에 앞서 대한수혈학회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에서 받은 답변서를 바탕으로 적십자사의 주장은 맞지 않다. 자의적 기준으로 국민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의혹은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이 이들 전문학회에 혈액백의 국제적 기준인 미국약전에서 항응고액의 포도당 정량법에 포도당과 과당을 모두 합한 환원당 총량으로 측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했고, ‘그렇다는 답변을 받았으며 식약처 등의 답변과 함께 적십자사의 기준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과당은 적혈구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적십자사는 국제표준인 USP 기준을 무시하고 자의적 기준을 마련했고, 녹십자MS는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포도당 5.5%를 과량 투입했다. 이로 인해 혈액백 내 세균증식의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수혈환자의 건강을 위해 식약처 등 정부 감독기관과 관계부처는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협의 입장표명에 적십자사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의협이 수혈학회 등 전문학회의 답변서를 왜곡했고,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을 발표했다는 것. 적십자사는 25수혈학회와 식약처의 답변을 확인했음에도 의협은 납득할 수 없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실제 적십자사가 공개한 수혈학회의 답변서에는 혈액백 중 포도당 기준치 초과와 관련해 적십자사의 품질평가가 증기멸균 전 최초 혈액백 내 포도당이 기준치를 초과했을 가능성 여부와 이로 인한 세균증식 등 수혈자의 안전성 우려여부에 대한 의협의 질문에 부동의의사를 밝혔다.

수혈학회는 또, ‘혈액백 선정기준으로 과당을 제외한 포도당만의 수치로 품질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국제적 기준에 적합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기권으로 답했다. 식약처 또한 지난 628제조공정 중 손실에 따른 과량투입은 단위공정별 손실원인을 분석(과량투입 사유)하는 등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설정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적십자사는 학회의 답변에 의협은 두 전문학회의 구성원들 대다수가 대학병원 교수들로 구성돼 혈액의 공급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적십자사의 심기를 거스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병원 측 피해를 염려해 소극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해석을 했다면서 판단 근거와 기준들을 오는 81일까지 답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한편, 사안이 일파만파로 커져가는 상황에서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등 관계부처는 적극적인 교통정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허가에 대해서만 관할할 뿐 논란을 불식시킬 의무나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적십자사를 관리 감독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복지부는 관련 사안 중 일부가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적십자사에서 보고한 내용들로 볼 때 적법절차에 의해 혈액백 공급업체 선정이었던 만큼 사태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만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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