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 문제지만 비급여 집착은 더 문제… 결국 의료는 신뢰겠지”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 인터뷰

기사승인 2018-08-03 0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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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년만의 폭염이 연일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 폭염이 괴로운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몸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최근의 무더위는 더욱 견디기 어려운 시련일 것이다. 1일 분당 야탑에 위치한 바른세상병원에는 통증을 짊어진 환자들로 가득했다. 누구는 무릎이, 또 다른 이는 허리가 아파 이곳을 찾아온다.

바른세상병원은 2004년 개원한 이래, 병원 규모와 환자, 직원 수, 의료수익 등에 있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병원은 현재 전문의 24명을 포함한 총 295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연간 외래환자는 18 , 누적 환자 수는 170만 명을 넘겼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병원으로 승승장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서동원 원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서 원장은 최근 <무릎, 아는 만큼 오래 쓴다>는 책을 발간하거나 닥터서동원베개를 내놓으며 퍽 흥미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약속시간이었던 오전 11시를 조금 넘어 시작된 인터뷰는 점심시간을 넘겨 끝이 났다. ‘성공한개원의의 속내를 엿보기에는 다소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 최근 책을 발간했다.

개원 초기에 책을 써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당시 병원일이 바빠 손사래를 쳤는데, 시중에 나온 건강 정보 관련 책들을 보니 내용은 부실하고 병원 홍보 수단으로 대충 만든 게 눈에 보이더라. 그건 아닌 것 같았다. 2008년경부터 내실 있는 책을 써보자고 고민을 했고,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다.

- 지적했다시피 날림으로 만든 건강 서적들이 난립해온 건 사실이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를 모두 전공했지만, 점점 분야를 좁혀서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왔다. 무릎에 초점을 맞추게 된 이유다. 개원한지 14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부정확한 정보에 노출돼 있더라. 봉침을 맞고 고양이를 고아먹으면 관절에 좋다는 것부터 당장 인터넷에 무릎치료를 검색하면 별의별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의료소비자는 무릎 치료 정보를 원하지만, 정작 홍보성의 잘못된 정보들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는 많은데 정말 중요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 그래서 책을 쓴 건가. ‘중요한정보를 전달하고자?

무릎은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잘 알아야 한다. 무릎이 아프면 책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보게 하자고 만들었다. 집에 한권쯤은 이런 책이 있어야 한다. 무릎이 건강하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무릎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 까다롭게 하다 보니 집필 과정에서 몇 번 갈아엎기도 했다. 산고 끝에 나왔다.

“저수가 문제지만 비급여 집착은 더 문제… 결국 의료는 신뢰겠지”

개원 14여전히 어렵다

- 대학에 남을 수도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개원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를 모두 전공하면서 스포츠재활 등 하고 싶은 게 많았다. 40대 초반이 됐을 때, 개원을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 싶었다.

- 병원에 괄목할만한 발전이 있었다.

우리도 처음에는 미미했다. 우리 병원이 커진 이유는 신뢰를 줬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역에서는 신뢰가 중요하다. 자기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만 환자들이 병원에 믿음이 생긴다. 우린 환자를 진료할 때 많은 걸 묻지 않는다. 급여만으로 진료를 한다는 마음으로 환자를 보면 신뢰를 얻을 거라고 생각한다. 의료는 신뢰다.

- 환자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지역 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들의 변화를 체감했을 텐데.

일단 척추 관절 환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환자들의 정보 습득 능력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04년 개원할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60세 이상 환자들은 입소문을 듣고 병원에 찾아왔다. 요즘은 고령 환자들도 인터넷을 검색하고 갈 병원을 결정한다. 환자의 상당수는 노령층이다. 우리사회의 고령화를 체감하고 있다.

- 실제로 전체 환자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어떠한가.

35%에 육박한다.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한번은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허벅지와 종아리뼈 외에는 무릎이 아예 없었다. 동네에서는 앉은뱅이 할머니라고 불리던 환자였다. 인공관절 수술을 했고, 양쪽 무릎을 만들었다. 할머니와 동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 환자들의 병원 불신이 적지 않다.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에 사는 지인에게 들으니 일본에선 의사가 환자에게 이 치료가 필요하니 받으세요라고 하면 환자들은 두말없이 그 말을 따른다더라.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의사를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과잉진료와 비급여 진료로 상처받고 속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관절 질환을 주사 한 방으로 나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가짜 의사들이 너무 많다. 이들은 심지어 전방십자인대 손상도 주사만 맞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수십만 원의 청구서를 환자에게 내민다.

- 의료수익과 의료의 본질.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랄까.

개업할 당시에 뼈가 부러진 환자가 오면 수술하고 입원치료를 해서 정부가 정한 금액에서 환자 본인 부담 20%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비급여는 아예 고려대상도 아니었다. 비급여 진료를 환자에게 적용시킬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MRI 장비를 마련하니 이게 비급여더라. 초음파도 마찬가지고.

비급여 진료 항목에 연연하는 이유는 현재의 수가가 너무 낮아서다. 우리 병원만 해도 급여 매출이 52%고 비급여는 48%의 비중을 보인다. 급여 청구로 얻은 매출은 전부 인건비로 나간다. 현실적으로 비급여를 빼려면 수가 인상은 불가피하겠지.

다만, 정도를 지키자는 거다. 가령, 우리 병원에서 근골격 초음파는 6만원을 받는다. 반면, 인터넷과 TV에 출연해 주사 한방에 병을 낫게 한다는 병원은 적게는 60만원에서 최대 150만원까지 요구하고 있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적정가격으로 받아야 한다. 의료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 병원 경영자로서 가장 고민스러운 건 무엇인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평가기준이 간호사다. 간호등급제에 따라 간호인력 수급 정도에 따라 병원의 질이 평가된다. 간호사 확보가 중요한데, 간호대를 졸업한 신규 간호사들은 소위 빅 5병원에서 전부 흡수해버린다. 그리고 나머지 간호사들이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에서 취업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 병원은 간호사 1명을 구하기도 어렵다. 이건 정말 큰 문제다. 우린 많은 간호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변동폭은 늘 잠재된 문제다. 여전히 간호사 수급은 항상 어렵다.

- 무릎 건강관리라는 게 중요하지만 동시에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릎이 부으면 무조건 병원에 와야 한다. 붓는다는 건 관절 안에 물이 찬다는 것이고, 이는 무릎 내 어떤 자극이 있다는 거다. 증상을 무시하면 연골 손상이 심해지게 된다. 연골은 재생이 안 된다. 통증의 경감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무릎을 방치하면 안 된다. 방치했다간 말기 관절염으로 가게 된다.

글=김양균 기자, 사진·정리=장효정 학생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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