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 '성병' 우리는 늘고 있다..."콘돔 조차 안 쓰는 것"

'콘딜로마' 등 성매개 감염질환, 젊은 층에서 계속 증가…HIV/에이즈 감염자 대부분 성접촉 의해 감염

기사승인 2018-08-12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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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젊은 층의 ‘성(性)매개 감염병’ 인식 수준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S)에 감염된 신규 환자의 75%가 20~40대였으며, 대부분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후진국병’이라는 인식이 강한 ‘첨규콘딜롬(콘딜로마, 곤지름)’에 감염된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콘돔이나 인유두종(HPV) 바이러스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지만 사용률, 접종률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17 HIV/AIDS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HIV/AIDS에 감염된 신규 환자는 1191명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94명(33.1%)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290명(24.3%), 40대 212명(17.8%) 순으로 20~40대가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국적별로는 내국인이 1009명(84.7%), 외국인이 182명(15.3%)이었다. 내국인 중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조사 질문에 응답한 사람은 753명이며, 이 중 752명은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라고 응답했다. 남자 959명 중 응답자는 715명이며, 이 중 714명은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라고 응답했고, 동성 간은 358명(50%), 이성 간은 356명(50%)에 의한 감염이라고 답했다. 여자 50명 중 응답자 38명은 모두 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었다.

UN의 AIDS 전담기구인 ‘UNAIDS’는 동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은 이성과 성관계하는 남성에 비해 HIV 감염 위험이 27배이고, 성매매 여성은 13배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성병 환자 꾸준히 증가…전 세계적 감소추세인 ‘첨규콘딜롬’, 우리나라는 급증

이외 성(性)을 매개로 한 감염병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질본의 ‘2017년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매독과 임질, 클라디미아감염증, 성기단순포진, 첨규콘딜롬(곤지름) 등 성병 환자 발생은 2012년 9213명에서 2017년 2만5139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성기단순포진을 제외하고 모두 20~4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질병별로 임질은 2012년 1612명에서 2017년 2462명으로, 클라미디아는 같은 기간 3488명에서 9882명, 성기단순포진은 2618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7752명으로 늘었다.

 

 

특히 첨규콘딜롬은 2012년 1495명에서 2017년 5041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첨규콘딜롬은 ‘후진국병’으로 불릴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는 성병이지만 국내에서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민형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일반 진료를 보지 않는 대학병원에서도 일주일에 1~2명의 젊은 환자를 본다. 특히 최근에 늘기 시작했다”며 “일차 진료를 보는 개원가는 더 많을 것이다. 예전보다 성에 대한 인식이 자유로워졌고, 그 여파가 미친 것이라고밖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첨규콘딜롬은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성기와 항문 주변에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사마귀 형태의 돌기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성인 주먹만큼 크기가 커질 수 있다.

문제는 가려움이나 통증 등과 같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발견이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질환은 완치가 어렵고, 바이러스를 평생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임신을 했을 땐 제왕절개로만 출산할 수 있다. 또 첨규콘딜롬 증상이 매독과 유사해 자칫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고, 이외의 다른 균에 감염됐을 확률도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사도 필요하다.

◇콘돔으로 전파 막을 수 있지만…국내 피임 인구 절반도 안 되고 콘돔 사용 인구는 30%

정 교수는 “솔직히 콘딜로마(첨규콘딜롬)는 콘돔만 사용해도 전파 가능성을 상당 부분 줄인다. 그런데 이 질환이 증가한다는 것은 콘돔조차 안 쓴다는 것이다”라며 “특히 젊은 연령에서 증가하고 있어 콘돔 사용에 대한 인식 고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 젊은 층의 콘돔 사용률은 낮은 편에 속하고, 콘돔을 피임 도구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5년 15~49세 국내 기혼 여성 피임실천율을 조사한 결과, 15~24세 피임실천율은 46.9%, 25~29세는 49.4%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피임을 하는 사람 중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도 30% 정도에 불과했다. 같은 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5~49세 기혼여성의 피임실천법을 조사한 결과, 피임법 중 월경주기법(31.5%)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다음으로는 ▲콘돔 30.2% ▲질외사정법 24.8% ▲정관수술 23% ▲자궁내장치 12.4% ▲난관수술 7.6% 순으로 많았다.

 

후진국 '성병' 우리는 늘고 있다...

그러나 콘돔은 피임 도구이자 성병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감염 예방법이다. 이사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모든 종류의 성병을 100% 예방할 수는 없지만, 콘돔을 사용하면 여러 성매개성 질병을 95% 이상 예방할 수 있다. 콘돔을 피임용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설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질환에 감염되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인 콘돔 사용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HPV 백신으로 첨규콘딜롬 예방 가능…남·여 모두 맞아야

정민형 교수는 HPV 백신으로도 첨규콘딜롬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HPV 백신이라고 하면 ‘자궁경부암’을 떠올리기 쉬운데, HPV는 첨규콘딜롬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국외 논문에 따르면 HPV 예방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첨규콘딜롬 발병률이 줄고 있다는 것.

그러나 HPV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인 만 12세 여자청소년의 접종률은 50~60% 수준이고, 남성도 함께 맞아야 하는 질환이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정 교수는 “콘돔 사용과 HPV 백신 접종은 첨규콘딜롬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바이러스를 평생 가지고 가야 하고, 여성은 출산 방법까지 바꿔야 하기 때문에 예방법을 꼭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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