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 레전드’, 해외서 ‘상술’ 혹평…추락하는 한국 RPG 이미지

기사승인 2018-09-0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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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 레전드’, 해외서 ‘상술’ 혹평…추락하는 한국 RPG 이미지

웹젠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뮤 레전드’가 과도한 과금 체계 등으로 혹평을 받고 있다. 올해 네오위즈의 ‘블레스’부터 한국 게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어져 우려를 산다.

웹젠은 지난달 7일 뮤 레전드를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폴란드어를 지원하는 버전으로 선보였다. 올해 일본 시장에 별도 퍼블리셔를 통해 출시한 데 이은 예정된 진출이라는 설명이다.

스팀에 선보인 뮤 레전드는 2017년 국내에 선보인 뮤 레전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료 플레이를 기본으로 게임 내에서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는 부분유료화 모델을 차용하고 게임 플레이 동선 등 일부분을 손봤을 뿐 기본적으로 동일한 콘텐츠다.

사용량을 기준으로 아시아 전체를 제외하면 스팀 게임의 주된 수요는 북미와 유럽이다. 기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엘더스크롤 온라인’ 등을 제외하고 MMORPG 경쟁작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신작 MMORPG 출시 때마다 이를 기다리는 고정 수요층의 주목을 받지만 뮤 레전드에 대한 평가는 냉담한 편이다. 무료 다운로드 게임인 만큼 판매량 집계는 의미를 찾기 어렵지만 유튜브 등에서 접할 수 있는 영어권 게임 리뷰 대다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부정적 평가는 대부분 같은 부분을 지적한다. ‘페이 투 윈(Pay to win)’으로 표현되는 강한 과금 유도 체계다. 뮤 레전드 관련 콘텐츠 중 다수의 리뷰는 제목에 페이 투 윈을 포함하거나 ‘플레이 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리뷰 중에는 과격한 표현과 욕설이 섞인 비난도 있으며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경우에도 뮤 레전드의 과금 중심의 캐릭터 능력치 차이, 던전 등 콘텐츠 이용 횟수 제한, 기간 제한의 ‘렌탈’ 개념 유료 아이템 등에 ‘나쁘다’는 평가가 확인된다.

‘Mozza Gamer’라는 유튜브 채널 리뷰는 뮤 레전드를 두고 “매우 강한 과금 체계”라며 “모바일 게임에서 흔한 경우인데 PC 온라인 게임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서도 더 이상 많이 즐기지 않는 게임으로 알고 있다”며 웹젠이 스팀 출시를 통해 추가적인 이윤을 보려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뮤 레전드는 2년 전 한국 출시 당시에도 이 같은 부분을 지적받으며 빠르게 인기를 잃었다. 과금에 따라 PvP(이용자 대전) 등의 결과가 사실상 결정되는 점과 낮은 수준의 그래픽 등이 부정적 평가를 이끌었다. ‘게임트릭스’ PC방 사용량 순위에서 현재 뮤 레전드는 2002년 출시된 전작 ‘뮤 온라인’의 53위보다도 낮은 80위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흥행하지 못한 게임이 뒤늦게 스팀에 출시돼 혹평을 받은 선례로 블레스가 있다.

네오위즈는 2016년 국내에 선보인 블레스를 지난 5월 스팀 얼리억세스 버전으로 유료 판매했고 MMORPG 대기수요에 힘입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게임 설명과 다른 콘텐츠 구성이나 의미전달이 되지 않는 번역, 서버 문제 등이 지적되며 대거 환불 사태를 겪었다. 당시에도 ‘이윤 추구를 위해 서구 시장에 내놨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다른 예로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이용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산 MMORPG로 펄어비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검은사막’이 최근 북미, 유럽 이용자 23% 증가세를 기록했다.

출시된 지 4년이 지난 검은사막의 이용자 증가는 지난달 23일 진행한 ‘리마스터’ 업데이트 덕분이다. 기존 그래픽과 사운드 등을 보다 현실적으로 대폭 개선, 기존 이용자 복귀와 신규 이용자 유입 효과까지 확인됐다. 뮤 레전드 등의 반응과 대비되는 흔치 않은 사례다.

게다가 최근에는 역으로 번지가 개발하고 액티비전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선보이는 서구권 RPG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국내 출시 전부터 PC방 사전 서비스에서 사용량 10위까지 기록하며 호응을 이끌었다. 텍스트부터 음성까지 완전 한국어화를 거쳐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앞세워 진출했다.

데스티니 가디언즈를 접한 한 이용자는 “(국산 RPG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몰입하기 좋다”며 “그래픽부터 이야기 전개, 연출까지 만든 성의가 수익성에 치우친 많은 국산 게임과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데스티니 가디언즈 외에도 비슷한 방식의 RPG로 유비소프트의 ‘디비전2’, EA가 준비 중인 ‘앤썸’ 등이 최근 국제 게임쇼에서 공개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웹젠 측은 뮤 레전드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인지하고 있다고 인정했지만 대응책 등과 관련해서는 “지금으로써는 알려드릴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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