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성장 엔진’ 게임업계…아직 풀리지 않은 족쇄

기사승인 2018-09-1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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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문제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게임 산업이 아직 부정적 인식과 규제라는 족쇄에 묶여 경제적 효과를 온전히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23조4573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일자리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 19조2312억원 대비 약 22%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로 전에 없이 높은 증가율이며 정부 총 지출에서의 비중도 약 5%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다.

문재인 정부는 54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을 투입하고도 역대 최악의 고용난을 맞았다는 야당의 비난을 받고 있다. 추경 등 세부 항목 구분에 따라 액수에 이견이 있지만 지난 7월 실업자 수가 7개월 연속 100만 이상을 기록하는 등 지표는 최악의 상황을 가리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게임업계의 하반기 공개채용이 시작됐다. 넥슨은 이달 산하 6개 법인과 개발 스튜디오 신입사원 공채에 나섰으며 넷마블도 계열 7개사 신입 공채를 시작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모회사 카카오와 함께 신입 개발자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며 엔씨소프트도 이달 공채를 시작할 예정이다.

일부 게임사 공채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넥슨의 경우에는 올해 6개사, 5개 스튜디오가 대거 채용에 나서면서 모집 인원이 전년 대비 2배가량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게임사 모집 직군도 게임 개발 직군 외에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기술 인력과 마케팅, 영상 디자인, 재무 등까지 다양하다.

▶고용시장의 ‘황금 알’, 게임 업계

지난 수년 간 주요 게임사의 인력 규모 추이를 보면 성장세도 뚜렷하다. 넥슨은 일본법인 이하 총 인력이 2014년 말 약 4500명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6150명으로 늘었으며 넷마블은 2105년 말 약 3000명에서 올해 5400명 규모로 성장했다. 단일 법인으로 3000명 이상인 엔씨소프트도 매년 약 200명 순증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청년실업이 고민인데 게임업계 대부분이 청년이다. 아트 디자인 등 산업 응용 부문이 많고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청년이 일할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하다”며 “규모가 더 커지고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인력 충원은 신입 공채보다 경력직 상시채용의 비중이 월등히 크다. 한 대형 게임사의 인력 변동 추이를 보면 연 대졸 신입 공채 규모 대비 총 인원 증가가 3~4배에 달해 상시 채용 규모가 약 2배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아직 대기업 수준에 달하지 못한 중소‧중견사의 경우 상시채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자원과 시장의 물리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콘텐츠 산업 특성상 게임 성과에 따라 인력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도 보인다.

2017년 말 ‘리니지2 레볼루션’이라는 모바일 흥행작을 배출한 넷마블이나 올해 ‘검은사막 모바일’ 흥행에 성공한 펄어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펄어비스의 경우 지난해 말 333명이었던 인원이 최근 512명으로 늘었으며 올해 700명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경력직 채용이라도 이처럼 성장세인 기업의 경우 복지 등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인력을 늘리면서 탄력근무제와 같은 근로 유연성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에서는 노조가 출범하기도 했다.

▶발목 잡는 규제의 늪… 부정적 의식 만연

하지만 중견 이하 규모가 작은 게임사들의 경우에는 아직 상대적으로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자본 등 ‘규모의 경제’ 논리에서 대형사, 외국 게임사들과의 힘겨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게임을 ‘마약’ 등에 빗대는 부정적 인식과 이에 따른 규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한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규제가 시작되고 게임을 보는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인재들이 끊기는 면이 있다”며 “미래 비전에 대한 인식 때문에 예전에는 김택진(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넥슨 지주사 NXC 대표) 같은 사람들이 창업하고 뛰어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시도가 적다”고 말했다.

게임 산업에 대한 대표적인 규제로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셧다운제’, 결제 한도 제한 등이 있다. 청소년의 무분별한 이용이나 과도한 소비 등 부정적 측면을 방지하겠다는 취지가 있지만 게임을 중독의 대상으로 보는 부정적 인식의 결과이기도 하다.

셧다운제의 경우 국내 게임업계 주류를 이루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무게중심 이동과 함께 상대적으로 개발 비용 부담이 큰 PC온라인 게임에 대한 도전을 위축시켰으며 결제 한도 제한은 차기작 개발에 재투자 될 이윤 창출에 영향을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은 다른 게임 개발사와의 퍼블리싱 계약을 통해 새로운 게임을 선보이는 등 업계 선순환을 위해 투입된다”며 결제 한도 제한의 부작용을 꼬집었으며 다른 관계자는 “게임도 영화, 드라마와 같이 소비자가 스스로 이용 방식을 결정하는 콘텐츠인데 강제적으로 해결하려는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제도적 규제보다 부정적 사회 인식 개선이 선결 과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규제가 시행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게임 자체를 나쁜 것으로 인식되게 하는 ‘낙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논리다.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을 부정적인 것, 나쁜 것으로 규정하면 미래 인재들이 누가 오겠나”라며 “인식 차원의 문제로 ‘게임은 밤에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식으로 인식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게임 직군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인재가 게임 업종을 택할 때 주변 시선도 생각할 것인데 게임을 지인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 한다거나 정부에서 규제책을 펴고 (게임을) 마약이 빗대는 등 인식이 개선돼야 매듭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수출의 절반인데…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일자리 성장 엔진’ 게임업계…아직 풀리지 않은 족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인 약 6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중 게임 산업은 지난해 대비 6억3000만달러(19.2%) 증가한 39억달러 이상을 차지하며 수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BTS(방탄소년단)는 애국자로 표현되고 케이팝이 한류의 중심이 됐는데 이보다 외화를 더 버는 콘텐츠가 게임인데도 관심이 없으면 잘 모른다”며 “게임이 효자 종목이라는 이야기는 아쉬울 때만 나온다. 꾸준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게임 산업은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에 있어 규제라는 ‘손톱 밑 가시’ 때문에 좀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가능성이 막혀있다”며 “(개선을 위해) 입장이 다른 각 정부 부처의 목소리부터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 정부 출범 초기 이전까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임 업계 관련 인사들이 포진하고 대통령 가족 중에도 업계 종사자가 있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높아졌던 기대감도 빛이 바래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규제와 인식 개선부터 사실상 중국 시장 진출이 막혀있는 현 상황에 대한 대처 등 지원이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 업계가 콘텐츠 외에 AI, 블록체인 등 IT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을 먹여 살리는 기업들이 구글, 넷플릭스 등이라는 점을 볼 때 경쟁력이 있다. 실리콘벨리 상주 인력만 1만5000명이라는데 더 적극적으로 지원되고 글로벌 성공 기업이 나온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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