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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바라고 내 아들 장기 기증 한 것 아닙니다"

"돈 바라고 내 아들 장기 기증 한 것 아닙니다"

유수인 기자입력 : 2018.09.13 04:00:00 | 수정 : 2018.09.13 01:09:42

 

국내 장기·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고자 기증자 유가족이 언론 앞에 나섰다. 이들은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경험을 통해 얻은 생명나눔의 중요성을 공유했다.

1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질병관리본부가 연세대병원 에비슨 의생명연구센터에서 개최한 2018 ‘생명나눔 주간’ 선포식 및 KODA 글로벌 포럼에는 아들, 남동생을 떠나보낸 4명의 유가족이 모였다.

레그 그린(Reg Green)은 24년 전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다가 괴한이 쏜 총에 7살 아들을 잃었던 과거를 회상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65세였다.

그린 씨는 “모든 것이 깜깜했고, 절망적이었다. 그때 아내가 아이의 장기를 기증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고, 그런 상황에서도 선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레그 그린씨

그는 “아들 니콜라스의 장기기증으로 인해 앞을 보지 못했던 두 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시력을 찾았고, 사망 직전까지 갔던 5명이 목숨을 건졌다”며 “장기기증을 하면 평균 3~4명의 목숨을 살린다고 한다. 그 소중한 생명들을 살릴 수 있는데 등을 돌릴 수 있겠느냐. (장기기증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하는 사람의 몸에서 장기를 꺼낸다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장면을 떠올려주길 바란다”며 “특히 오늘은 니콜라스가 살아있다면 서른한 번째 되는 생일이다. 기증자는 죽지 않는다. 수혜자에 의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띠다 뇌씨

남동생을 떠나보낸 띠다 뇌(Thidar Nwet) 씨는 평소 선행을 베풀던 동생을 위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띠다 뇌 씨의 동생 윈톳쏘(Win Htut Zaw)는 2012년 2월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했고, 올해 1월 공장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다.

띠다 뇌 씨는 “미얀마는 불교를 믿기 때문에 이승에서 좋은 일을 하면 다음 생에 반드시 좋은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생전에 동생은 남들을 돕는 것을 좋아했고,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을 생각하던 중 장기기증으로 다른 생명을 이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은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다른 사람을 살려서라도 동생이 살아있다고 믿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기증을 하니 장례비와 진료비 등의 명목으로 국가 지원금이 나왔다. 미얀마는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 돈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동생이 사랑한 한국의 아이들에게 이 돈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며 “지원금 전액을 한국의 아픈 아이들을 위해 아동복지 기관에 기부했다. 동생이 아이들을 유달리 좋아했기 때문에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사용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또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동생은 이 순간에도 내게 많은 것을 알려줬다. 그의 장기를 이식받은 분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하게 잘 지내고 동생의 몫까지 오래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분도 다른 사람에게 받은 호의를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삶을 살길 기도한다”며 “특히 외국인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한국 사회가 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권영호씨

2016년 아들 권오도 씨를 떠나보낸 아버지 권영호 씨는 한 사람의 기증으로 여러 명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는 말에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그는 장기기증이 최고의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봉사라고 설명했다.

권 씨는 “하나뿐인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죄인이다. 아내와 장기기증 문제를 논의하며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한국장기기증원 코디네이터 선생님을 만났다”며 “선생님은 한 사람의 숭고한 결단이 100여 명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고 하셨고, 집안 어른들과 형제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인체 조직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37여년 간 교도소와 검찰청 등에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나름 세상을 잘살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이번에 자식의 장기를 기증하고 나니 지금까지 내가 했던 봉사와 나눔은 너무나 평범하고 작은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모든 나눔 속에는 기쁨과 사랑이 깃들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신체의 나눔은 기쁨과 사랑,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최고의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나눔 운동이 온 세상에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홍우기씨

상견례를 5일 앞두고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았던 아들의 장기를 기증한 홍우기 씨는 눈물을 참으며 정부와 국민들에게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부탁했다.

홍 씨의 아들 홍윤길 씨는 2015년 7월 말 상견례를 앞둔 상태에서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홍씨는 젊은 아들을 떠나보낼 수 없었고, 아들이 어디선가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홍 씨는 “다른 사람들은 먼저 떠나간 아들을 잊어야만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옷이며 쓰던 물건들을 다 버리거나 태우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기증을 통해 아들이 살아 숨 쉬고 있기를 원했다”며 “아들은 6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곁을 떠났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을 보낸 후 절망과 좌절 속에서 살았다. 그러다 6개월이 지났을 때 즈음 아들이 꿈에 나왔다. 웃는 모습만 나왔지만 그때부터 변화가 왔다”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유가족 관리 프로그램을 받기 시작했고,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유가족들을 만나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생명의 소리 합창단 활동을 하며 이식 수혜자들을 만났고, 그분들을 직접 보니 기증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기증에 관련된 질문이 올라오는 포털사이트 지식인에도 아들의 이름을 딴 ‘윤길아빠’라는 이름으로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카페도 개설해 유가족들과 기쁨과 슬픔을 공유했고, 그런 활동들을 통해 마음이 안정됐다”고 덧붙였다.

홍 씨는 “다만 요즘 인터넷 등을 보면 장기기증에 대한 좋지 않은 기사나 댓글이 많이 올라온다. ‘돈 얼마 받았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돈을 바라고 기증한 것이 아니다. 유가족 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주위에 장기기증 유가족이 있다면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길 바란다. 의심이 들더라고 그런 질문은 피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런 기사나 댓글이 국민들에게 전해지면 손해를 보는 것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이다. 댓글의 영향으로 장기기증 동의율이 낮아진다고 들었다”며 “고통 중에 있는 환우들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홍씨는 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 간 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유가족 입장에서는 기증받은 사람이 건강하게 잘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 직접 볼 수 없다면 간접적으로라도 편지를 보내며 안부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현재 약 3만 명 이상의 환자들이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으나 뇌사장기기증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장기·인체조직 기능에 관한 인식은 꾸준히 바뀌고 있지만 실제 기증희망등록 서약률은 전체 국민의 약 2.6% 수준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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