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돌려보기] ‘에픽세븐’, 모바일 턴제 RPG 새 희망?

기사승인 2018-09-14 22: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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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 ‘에픽세븐’이 출시 2주차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고품질 2D 애니메이션과 짜임새 있는 전투 등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타이틀이다.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는 애니메이션 에픽세븐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 ‘20년 장기 서비스’를 목표로 제시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기현‧김형석 슈퍼크리에이티브 공동대표는 “이 정도면 쉽게 따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랑할 만하다”고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슈퍼크리에이티브가 자체 엔진 ‘유나’를 활용해 짧은 로딩 등 쾌적한 플레이 환경과 품질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에픽세븐은 3년여의 개발 기간 동안 꾸준히 원화가, 애니메이터 등 인력을 충원하며 공을 들인 게임이다.


지난달 30일 정식 출시된 에픽세븐은 매출 성적도 가파르게 상승해 14일 현재 구글플레이 5위, 애플 앱스토어 4위를 지키고 있다. 구글 기준으로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등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외 장르 중 가장 높은 위치다. 스마일게이트로써도 모바일 최대 흥행작이 됐다.

지난해부터 MMORPG에 모바일 게임의 주류 자리를 내준 수집형 RPG는 최근 매출 상위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넷마블의 서비스 4년차 게임 ‘세븐나이츠’와 유명 애니메이션 기반 ‘페이트 그랜드오더’ 등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시된 에픽세븐은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강조한 애니메이션 연출뿐 아니라 턴제 전투와 모험 진행·전개에서도 적잖은 재미를 선사하는 게임성을 보여줬다.

수집형 RPG는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영웅’ 캐릭터를 수집·육성하는 재미가 중심이 된다. 따라서 다양한 캐릭터 디자인과 전투 등에서의 연출이 이용자로 하여금 애착을 갖고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도록 하는 동기가 된다.

이 같은 장르는 2D와 3D, 실시간 또는 턴제 전투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돼 왔고 에픽세븐은 최근 추세인 2D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가장 기본인 턴제 전투 방식을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에픽세븐과 유사한 일본 애니메이션풍 게임은 그 작화 품질뿐 아니라 감각적 취향이 성패에 크게 작용한다. 지난해 ‘소녀전선’부터 ‘벽람항로’, 올해 ‘영원한 7일의 도시’까지 국내 여러 중국산 게임들이 이를 공략한 ‘미소녀’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무장, ‘마니아’ 층의 인기를 끈 바 있다.

슈퍼크리에이티브는 초당 30프레임에 고품질 그래픽으로 에픽세븐에 자신감을 표했지만 미리 공개된 소개 영상 등에서는 괴기할 정도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선보이는 최근 게임들에 비해 ‘다소 밋밋한 디자인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카메라워크와 연출이 화려한 데 비해 캐릭터가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본 게임의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본 게임 내 캐릭터의 모습, 배경 화면 등은 섬세한 표현과 깔끔한 색감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전투와 스토리 전개 중 삽입된 애니메이션 컷씬과의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등장 캐릭터와 몬스터의 디자인. 설정 등은 익숙한 RPG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고전적’ 형태가 기본이다. 그럼에도 이야기 전개와 인물의 성격 등이 자연스러워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다보면 불만이 나오지 않는 수준이다. 적당한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도움이 된다.

게다가 전투 중 스킬 사용 시 화려한 애니메이션 연출은 생략이 불가능한 반면, 그 길이가 너무 길지 않아 흐름을 끊거나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같은 스킬이라도 두어 가지 다른 육성 대사가 준비된 것도 시각적 요소와 함께 캐릭터에 애착을 갖게 하는 본연의 기능을 해낸다.

전면에 내세운 시각적 요소는 라이브 2D 그래픽으로 무장한 ‘데스티니차일드’나 원작 애니메이션에 충실한 페이트 그랜드오더의 경쟁력을 연상시키면서도 인터페이스 구성 등 전체적인 품질 면에서 만족감을 더한다. 서정적 그래픽과 사운드로 완성도 높은 인터페이스를 선보인 ‘스도리카’를 연상시키지만 작화 취향 등은 구분된다.

오히려 에픽세븐의 매력은 그래픽과 사운드 이외 부분에서 더 부각된다. 모은 영웅을 조합해 스테이지별로 클리어해가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본은 세븐나이츠 등 기존작들의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그 단조로움을 극복하려는 소소한 시도들이 보이고 기본에 충실한 전투 시스템과 난이도를 갖추고 있다.

상성 관계인 ‘화염’, ‘냉기’, ‘자연’ 3가지 속성과 별도로 ‘광(빛)’, ‘암(어둠)’까지 총 5개 속성에 따라 상대에게 줄 수 있는 피해 효과 편차가 뚜렷한 편이라 이를 고려해 다양한 영웅 캐릭터를 활용하게 되고 치유, 보호, 협동 공격부터 별도의 ‘신수’ 소환을 통한 공격까지 턴제 RPG 전투 고유의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여타 게임들에 비해 일반 스토리 전개 모드에서도 자동 전투보다 직접 조작을 통해 효율적인 전투를 이끌어가도록 적당한 난이도가 맞춰져 있다. 획기적인 시스템은 아니지만 상성부터 돌아오는 차례를 고민하며 단일 지정 또는 전체 공격을 구사하는 재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반적인 전개 방식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중심 이야기를 진행하는 지역별 스테이지도 한 방향으로만 선형적으로 구성되지 않고 갈래가 나눠지며 이는 전투 등이 이뤄지는 스테이지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방향에 따라 극적인 다양성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기존의 단조로움을 깨고자 한 시도다. 또한 챕터에 따른 이야기 전개 구분도 분명한 편이다.

캐릭터 수집에 있어서는 도감 리스트 기준으로 100여종 이상이 준비돼 있으며 여타 수집형 RPG와 마찬가지로 ‘뽑기’ 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과금 정도에 따라 그 확률이나 게임 진행 편의성의 편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으며 4~5성의 높은 등급 영웅을 소비해 최상급 영웅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 덕분에 비교적 오래 공을 들이게 설계됐다.

다만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게임 진행에 필요한 ‘행동력’ 한계, 특정 자원 아이템 수급이 쉽지 않아 반복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점 등이 불편 사항으로 지적된다. 스테이지 내에서 이동이 느리고 우편함 아이템을 한 번에 수령할 수 없다는 사소한 부분도 불만을 산다.

[게임 돌려보기] ‘에픽세븐’, 모바일 턴제 RPG 새 희망?

종합적으로 에픽세븐은 수집형 턴제 RPG의 기본적인 재미에 충실하면서 그래픽 등에서 만족감을 주는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평가되지만 그 이상 개성을 찾기 어렵고 인터페이스의 일부 사소한 불편 사항이 남아있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에서는 기존에 인기를 끌어온 세븐나이츠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우수한 3D 그래픽의 수집형 RPG로 ‘오버히트’ 등이 나온 바 있지만 2D 애니메이션 취향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고유의 경쟁력을 갖는다. 캐릭터 등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MMORPG 차기작까지 영역을 넓히는 세븐나이츠의 선례를 따를 수도 있다.

다만 에픽세븐은 소녀전선, 영원한 7일의 도시 등 애니메이션풍 캐릭터에 전략 시뮬레이션, 액션 등 요소가 결합된 외산 작품들과는 구분된다. 그간 캐릭터 매력을 주 무기로 내세웠던 ‘킹스레이드’, ‘브라운더스트’, ‘나이츠크로니클’, ‘빛의계승자’ 등 국산 수집형 RPG의 수준을 높이는 새로운 수작으로 평가된다.

한편, 스마일게이트는 에픽세븐 출시 약 2주 만인 14일 주요 캐릭터 ‘유나’의 서브 스토리 ‘대혼돈의 레인가르 만월제’를 업데이트 했다. 에픽세븐은 메인 스토리 퀘스트 외에 ‘미궁’ 등 던전들과 별도의 서브 스토리 콘텐츠를 제공한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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