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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화의 영문학 기행] 스무번째 이야기

아일랜드, 그 오랜 역사의 증거를 보다

기자입력 : 2018.09.25 12:30:00 | 수정 : 2018.09.25 12:24:58

더블린 칼데어가에 있는 국립고고학박물관 <사진=Wikipedia>

오후 일정은 킬데어가(Kildare Street)에 있는 국립고고학박물관에서 시작했다. 아일랜드에는 고고학, 장식예술 및 역사, 민속, 자연사 등  4개의 국립박물관이 있다. 국립고고학박물관에는 석기시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아일랜드에서 출토된 고고학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늦은 빙하기로부터 켈트족의 철기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다. 고고학박물관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물은 늪에서 발굴된 4점의 미라다. 

국립 고고학 박물관이 전시하고 있는 토기(좌) 및 가마솥(우)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스웨덴, 그리고 영국 등에서도 늪에서 미라가 발견됐다. 독일의 과학자 알프레드 디엑(Alfred Dieck)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65년까지 늪지에서 발견된 미라는 모두 1850여개에 달하지만, 45개 정도만이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도 늪지 미라가 17건 발견됐고, 국립고고학박물관에는 4개의 미라를 수장하고 있다.

1821년에 발견된 갤러 맨(Gallagh Man)은 기원전 400~200년 무렵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1953년에 바론스타운 서쪽에서 발견된 남자(Baronstown West Man)는 기원전 388~242년경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에 발견된 클로니캐번 맨(Clonycavan Man)은 기원전 392~201년 무렵, 올드 크로한 맨(Old Croghan Man)은 기원전 362~175년 무렵 각각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일랜드의 고고학자 에이몬 켈리(Eamonn Kelly)는 부족의 우두머리였던 자가 권력을 잃으면 부족 사람들에 의해 희생된 다음, 마을 변두리에 있는 늪지에 묻힌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립 고고학 박물관이 전시하고 있는 늪지 미라, 클로니캐번 맨

박물관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거주하던 장소를 재현해놨으며 그들이 사용하던 토기와 가마솥 등을 볼 수 있다. 중앙에는 청동기시기의 금세공품도 전시하고 있다. 아르다 성배(Ardagh Chalice)라고도 알려진 아르다 호드(Ardagh Hoard)는 구리 합금으로 된 컵과 4개의 브로치 등으로 구성돼있다. 켈의 책과 함께 대표적인 켈트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성배는 금, 청동, 황동, 에나멜 등 모두 354개의 조각을 리벳 등을 이용해 정교하게 붙였다. 사발 주위로 동물, 새, 기하학적 형상을 새겨 넣었다. 이 유물들은 1868년 아일랜드, 리머릭 카운티(Limerick County)의 아르다(Ardagh) 마을에 있는 리라스타(Reerasta)라는 이름의 요새에서 두 소년에 의해 발견됐다. 

서기 650~750년 사이에 만들어진 타라 브로치(Tara Brooch)는 고리에 가까운 모양을 한 켈트 브로치로, 1950년 베티스타운(Bettystown)의 해변에서 발견됐다. 중세 초기의 아일랜드 금속세공기술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타라 브로치는 직경은 8.7cm의 고리에 32cm 길이의 핀이 곁들여져 있다. 

아르다 성배와(좌) 타라브로치(우)

은으로 주조해 금도금을 한 것으로 전면에는 유리, 에나멜 및 호박색의 스터드로 구분된 동물 모습과 추상적인 주제를 선으로 나타냈다. 뒷면은 정면보다 평평하게 장식돼있다. 주제는 스크롤과 삼중 나선으로 구성됐다. 은으로 된 고리가 회전이음쇠 모양으로 브로치에 붙어있다. 

아일랜드어로 바칼 부이(Bacall Buí)라고 하는 콩의 십자가(Cross of Cong)는 코나트(Connacht)의 왕이며 아일랜드의 최고왕인 테어델바흐 우아 콘토베어(Tairrdelbach Ua Conchobair)를 위하여 12세기 초에 제작된 것이다. 높이 76㎝, 양팔의 폭은 48㎝인 십자가는 참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금, 은, 흑금이라고 하는 니엘로(niello), 구리, 청동, 황동, 에나멜, 색유리 등으로 장식돼있다. 

인슐라 예술(Insular art)이라는 전통 아일랜드 디자인에 더해 바이킹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영향을 받은 흔적도 있다. 십자가의 중심에는 커다란 광택의 조각이 있고, 그 아래로 서기 1123년에 로마에서 보내온 성 십자가로 믿어지는 유물이 놓여있다.

콩의 십자가(좌)와 성 패트릭의 유물, 위쪽의 사당 모형과 아래쪽의 종을 놓았다.(우)

이 십자가는 로스컴먼 카운티(County Roscommon)에서 제작됐으며 12세기부터 콩(Cong) 수도원에 보관됐던 것이다. 그 후 오랫동안 존재가 분명치 않았던 것은 영국이 아일랜드 가톨릭을 박해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1680년 골웨이 카운티의 역사학자가 비문을 복사한 것이 1707년에 출간된 ‘브리태니카 고고학(Archaeologia Britannica)’에 수록됐다.

1822년 아일랜드의 문학가 조지 페트리(George Petrie)가 콩 교구에서 콩 십자가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의 제임스 맥칼라(James MacCullagh)교수가 이를 구입해서 1839년 로열 아이리쉬 아카데미에 제출했다. 이후 1890년경 아일랜드 국립박물관에 이관돼 오늘에 이르렀다.

십자가에는 라틴어로 “Hāc cruce crux tegitur quā pas[s]us conditor orbis”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이 십자가는 창조주의 고통을 나타내는 십자가를 담고 있다’라는 의미다. 또한 아일랜드어로 이 십자가를 받은 아일랜드의 왕, 테어델바흐 우아 콘토베어, 아일랜드 코나트(Connacht)의 대주교와 주교, 콩 사원을 지인 이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내용도 새겨져 있다.

의회 광장에 서 있는 트리니티대학의 상징인 종탑, 캄파닐(Campanile)(좌)과 옛 도서관(우)

고고학박물관에서 나온 일행은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 Dublin)로 향했다. 공식적으로는 ‘더블린 근교 엘리자베스여왕의 성스럽고 분할되지 않은 대학’(College of the Holy and Undivided Trinity of Queen Elizabeth near Dublin)이라고 한다. ‘새로운 대학의 어머니’라고도 불리는 엘리자베스 여왕에 의해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을 모델로 1592년에 설립됐기 때문이다. 세 대학은 서로 학점을 인정하고, 별도 시험 없이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지금은 더블린 중심가의 아일랜드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있는 트리니티 칼리지는 19만㎡에 달하는 면적에 25개의 학교가 3개의 학부로 나뉘어있다. 620만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도서관에는 켈의 복음서(Book of Kells)를 보관돼있다. 

2003년에 발효된 납본도서관법(Legal Deposit Libraries Act 2003)에 따라 영국과 아일랜드로부터 출판되는 모든 책을 제출받고 있어 연간 10만권의 새로운 책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서관법」 제20조, 「국회도서관법」 제7조에 따라 출간된 도서관자료를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서 납본을 받고 있다.

옛도서관의 롱 룸에 들어서면 모두 카메라를 높이 들어 도서관의 전경을 담고자 한다.(좌)과 창가에 서 있는 서가는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긴 사다리가 놓여 있다.(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는 영화 ‘해리포터’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도서관 장면을 찍었다는 옛 도서관의 롱 룸(The Long Room)을 구경했다. 17세기 아일랜드의 유명한 건축가였던 토마스 버그(Thomas Burgh)가 지은 걸작 건물인 옛 도서관은 대학설립과 함께 지어진 것이다. 제임스 어셔(James Ussher), 아르마 대주교는 수천 권의 필사본 책을 도서관에 기증했다. 

도서관은 널따란 중앙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창문이 달린 벽을 따라 서가가 마주보고 세워져 있고, 서가마다 옆에는 유명한 저자로 보이는 흉상을 세워뒀다. 책의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높이의 칸이 아래층에만도 열개 이상 이어져 어른 키의 몇 배 높이였다. 

방에 들어선 사람들 모두 엄청난 규모에 놀란 듯 카메라를 들어 올려 도서관 전체를 담아보려 애쓰는 모습이다. 맨 위에 꽂힌 책을 꺼내기 위해 기다란 사다리가 칸마다 세워져 있었다. 서가는 위층에도 있었기 때문에 도서관의 천장이 까마득하게 보였다. 

이처럼 대학의 유명한 도서관은 옛날에 출간된 책들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데, 필자가 근무하는 기관에서는 오래된 책은 버리는 모양이다. 물론 찾는 이가 없어 그렇다고 하지만, 오래 전에 출간돼 절판된 책을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안타깝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의 육필원고(좌상), 초판본 속표지(좌하)와 표지(우)

도서관 중앙에 있는 전시대에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육필원고와 초판본이 전시돼있었다. 요즘에는 원고를 컴퓨터로 작성하기 때문에 육필원고를 남길 수는 없지만, 지난해 사무실을 이사하며 교정본을 버린 것이 아쉽다. 이번에 나오는 책은 교정본을 다시 보관해볼 생각이다. 역시 중앙 통로에는 브라이언 보루 하프(Brian Boru harp)가 전시돼있다.

트리니티 컬리지 하프라고도 하는 브라이언 보루 하프에는 29개의 놋쇠 핀에 현이 걸려 있는데 가장 긴 줄은 62cm이다. 초기 아일랜드 하프이거나 쇠줄을 맨 켈트 하프로 보이는 이 하프는 14세기 혹은 15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퀸 메리 하프와 라몬트 하프 등과 함께 현존하는 3개의 가장 오래된 게일 하프의 하나이다. 트리니티 하프는 아일랜드의 국장을 비롯해 유로화 등 아일랜드 지폐에도 들어가 있으며, 기네스맥주의 상표에도 들어있다.

14세기 혹은 15세기에 제작된 초기 아일랜드 하프, 혹은 켈트하프로 보이는 브라이언 보루 하프


글·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평가수석위원

1984 가톨릭의대 임상병리학 전임강사
1991 동 대학 조교수
1994 지방공사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1998 을지의대 병리학 교수
2000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독성연구원 일반독성부장
2005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2009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2018 동 기관 평가수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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