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막으려다 되려 위협받는 보호기관 직원들, '사법경찰권' 요구도

기사승인 2018-10-12 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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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전문기관 근무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드러났다.

해마다 늘어나는 아동학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학대 발생 시 현장출동과 피해아동 지원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는 상담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고, 정부의 인건비 가이드라인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현장조사원의 경우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법적으로 경찰이 현장조사 시 동행해야 하지만 그 비율이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전국 아동학대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판단된 건수는 2008년 5578건에서 2017년 2만 2367건으로 10년 새 4배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학대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을 국고지원으로 전환하고 시설 및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했지만, 같은 기간 1.4배 증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업무량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반면, 예산과 인력 등 인프라 부족으로 보호기관 근무자들의 높은 이직률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학대 막으려다 되려 위협받는 보호기관 직원들, '사법경찰권' 요구도

 

상담원 1인당 평균 상담건수는 2015년 1376건, 2016년 1546건, 2017년 1155건으로 연간 1000건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복지부가 권고한 인건비 가이드라인 적용 시 2018년 1인당 급여는 평균 2332만 5000원이지만, 실제 편성된 인건비는 1인당 2703만 4000원이었다.

또 상담원들은 현장 조사부터 피해 아동 격리, 사후 관리까지 아동학대 행위자에 의한 협박과 폭행의 위협마저 상존해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 경찰이 동행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의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공공성 강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현장조사 시 상담원과 경찰이 동행한 사례는 34.2%에 불과했고, 상대적으로 상담원만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는 56.8%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 법체계상 경찰은 피해아동의 보호조치 등을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하도록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아동학대범죄 신고 접수 시 지체 없이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담원 이직률은 3년 연속 30% 이상이었다. 아동학대 상담 및 개입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지만 종사자 3분의 1이 해마다 그만두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한다면 아동학대종합계획은 효과적으로 실행되기 어렵다.

김아름 위원은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을 개소당 15명에서 17명으로 증원하는 등 국가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정된 예산과 인력이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기에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인력배치의 한계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전문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예산 마련과 인력 확충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아동복지법’에서는 우리나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에 해당하는 아동상담소를 확대 설치하고, 아동의 안전 확보를 위한 적절한 초기대응이 가능하도록 아동상담소에 아동심리사, 의사 또는 간호사, 전문 아동복지사 등의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김 위원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현재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더 큰 공공성을 부여하고, 현장조사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아동학대 문제에 관한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즉시 아동에 대해 조치를 위해야 한다는 점과, 그 절차는 아동의 상태를 전문적으로 살필 수 있는 아동전문가여야 한다는 점이다”라며 “긴급 충동 시 경찰관과의 동행이 어렵다면 현장조사를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담당자에게 적절한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소하 의원은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출동해 조치를 취하는 이들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다. 이들의 평균 이직률이 30%에 달한다는 것은 근무여건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반증”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합당한 보수 및 안전대책을 마련해주는 것은 아동 학대를 예방하고, 아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골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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