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흐름·교육 현실 엇박자… 청소년활동 사회적 가치 재정립”

기사승인 2018-10-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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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형 진로 체계’로 전환 시급
‘교육 보완’ 조직·사업 탈피… “미래역량 선도”

“무슨 직업을 갖겠냐고 묻는 조사부터 중단해야 합니다. 희망하는 진로에 대해 명사형으로 답하라는 식인데, 불행하게도 해당 직업들 상당수는 미래사회에서 사라져버릴 것들이죠. 청소년의 내일을 준비하고 지원하고자 한다면 동사형 진로 체계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앞 다퉈 글로벌 인재를 말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이 발판으로 삼고 역량을 끌어낼 만한 여건은 미비하다. 현재 우리 교육은 기존 시스템을 끌어안은 채 새로운 패러다임을 심기 위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이 시대를 사는 학생들의 혼란과 피로는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이광호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와는 다른 청소년 진로 스트레스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시대 흐름과 교육 현실 간 ‘엇박자’를 경계했다. 이 이사장은 “가령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다고 밝힌 학생의 경우 갖은 노력을 하더라도 임용고사에서 탈락하는 순간 그 꿈은 실패작이 돼버리지만, 동사형으로 답을 옮기면 다양한 교육 분야에서 잠재력을 개발하고 관련 직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대 흐름·교육 현실 엇박자… 청소년활동 사회적 가치 재정립”

◇ 소프트스킬 함양 관건… ‘역량기반 활동’으로 뒷받침

이 이사장은 빈틈없이 채워지는 벽돌쌓기 게임처럼, 일괄적이고 보편적이던 학습 분위기를 ‘학생 중심’으로 전환하는 일은 곧 미래를 헤아리는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험으로 측정하는 지식인 하드 스킬(hard skill)을 넘어서는 무형적 기량, 즉 소프트 스킬(soft skill)을 어떻게 얼마나 함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의사소통 능력, 문제 해결력, 감정 조절력 등은 자존감과 사회성을 높이고, 경쟁력의 바탕이 된다는 설명이다.

“청소년과 부모의 큰 고민이 다름 아닌 학업, 진로 문제입니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하드 스킬 위주의 생활에 익숙하죠. 변화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는 교육으로 인해 발목이 잡혀 있는 셈입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됐는데, 미래를 예측하는 성공적 기반은 사회정서적 능력에서 기인합니다. 이들 능력은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죠. 소통과 협력이 되면 비판적 사고가 생기듯 상호 순환하며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이른바 ‘역량기반 활동 체계’를 통해 청소년 체험 등을 구상하고 전개하고 있다. 소프트 스킬을 기반으로 한 ‘미래 역량’ 목표를 두고 잠재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이 아닌 스스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활동을 중시한다. 

대표적 프로그램으로는 만 9~13세 청소년들이 자기개발, 탐험활동 등 4가지 영역에서 자신이 정한 목표를 성취해가는 ‘자기도전포상제’가 있다. 자기도전포상제는 학교에서 시행하는 자유학기제와 연계되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더불어 청소년 특화 봉사서비스인 ‘Dovol’은 관련 정보 검색부터 신청, 확인서 출력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며 봉사활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모두 ‘청소년 스스로 성장 기회를 만들어간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자기주도성이 발현되려면 과제 설정 단계부터 우리 사회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죠. 나의 문제, 내 주변의 문제, 앞으로 닥쳐올 사회 문제에 대한 주제들을 다룰 때 청소년들은 주도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과제 수행을 뒷받침하는 방식과 여건 또는 환경이 적절히 안배된다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

◇ 청소년, 파트너로 마주해야… 실천적 대안 적극 모색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학교밖 청소년과 다문화 청소년, 사회 취약 청소년, 인터넷 중독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캠프를 주관하는 등 다양한 소통 및 치유 프로그램도 펼쳐내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들 프로그램이 의미를 갖는 건 청소년이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관리, 감독의 대상이 아닌 사회의 일원이자 파트너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입니다. 특히 위기 청소년 등을 사실상 문제를 야기하거나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로 여겨왔고, 이에 따라 제공된 사회적 처방이나 서비스 역시 소극적인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사실상 문제를 안 일으키면 된다는 게 기준이었던 것이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국가청소년위원회 청소년정책단장 등을 역임하며 청소년 분야 업무와 연구에 몰두해온 이 이사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그간 학교 교육을 보완하는 연계 기관의 성격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미래역량 선도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보강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같은 맥락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상상(相翔)학교’, 종합 돌봄 서비스인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등은 최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공을 들이는 사업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방과후아카데미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나 가정에서 접하지 못한 특화 활동을 제공하고 급식, 귀가 지원까지 전담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청소년 수련관 및 문화의 집 등 전국 17개 시·도 260개소에서 약 1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교과 교육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양분하는 체제가 무너져 가고 있어요. 체험, 학습이 결합점을 찾는 가운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책임과 영역을 분명히 세워 가져가야 할 때입니다. 청소년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판을 흔들어보고자 하는 것이죠. 조직부터 사업 체계까지 새로운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진흥원을 비롯한 전국 약 800개소에 활동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각 지도자들은 목적의식을 갖고 자신의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청소년들을 언제든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청소년활동진흥법 제6조에 의해 지난 2010년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국립청소년수련원, 국립청소년체험센터, 국립청소년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의 잠재역량 계발과 인격 형성을 위한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며, 청소년 육성에 필요한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수련활동인증제를 통해 국가 차원의 청소년활동 안전 검증을 실시하는 등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 시설에 대한 지도, 평가도 병행한다. 더불어 국내외 청소년 교류활동 진흥, 청소년지도자 양성 및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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