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2모로 50명 먹였다” 사립유치원 ‘뺨치는’ 어린이집 비리

기사승인 2018-11-14 11: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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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2모로 50명 먹였다” 사립유치원 ‘뺨치는’ 어린이집 비리사립유치원뿐만 아니라 영·유아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에서도 비리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사회복지연대, 정치하는엄마들 등 시민·사회단체는 1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어린이집 비리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간담회에서 현직 보육교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사례와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 119로 접수된 사례, 상담 사례 등을 취합해 어린이집 비리 사례를 소개했다.

가장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비리는 부실급식이었다. 보육교사 온라인 실태 조사 결과 응답자 228명 중 164명(71.9%)이 급식 비리가 의심되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고 답했다.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 총 정원이 50인인데 두부 2모로 국을 끓이는 걸 목격했다” “썩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사용했다” “짜장면이 간식으로 나오는 날인데 ‘짜파게티’로 대체했다” “음식이 적어 아이들은 물론 교사들도 늘 굶주려 있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원비로 구입한 식자재의 절반을 늘 원장이 자신의 집으로 가져간다는 사례도 있었다. 

영수증 부풀리기와 리베이트, 물건 빼돌리기 등 부정 사용도 심각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서울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교재 업체와 답합해 가짜 영수증을 끊었다. “교구를 샀다며 가짜 영수증을 올리고 교구나 장난감을 재활용 쓰레기에서 주워왔다”는 주장도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 또는 아동을 허위등록해 지방자치단체(지자체)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거나 착복하는 사례도 흔하다. 온라인 설문 조사에 참여한 보육교사 214명 중 114명(53.3%)은 이같은 부정수급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밝혔다. 지자체에 어린이집 내 교사와 아동의 현황, 인건비 등에 대한 보고 권한은 어린이집 원장에게만 있다. 당사자가 나서지 않는 이상 지자체가 관리·감독으로 이를 막아낼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어린이집 비리는 국공립·민간을 막론하고 전반에서 벌어지는 문제”라며 “국가가 보육서비스의 공급 주체를 원장으로 지정해 모든 권리가 원장에게만 있다. 어린이집은 원장의 ‘소왕국’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부 비리를 고발할 수 있는 사람은 어린이집 교사뿐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해고와 재취업 방해 등을 감수해야만 한다”며 “현재까지 제기된 내부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문제가 된 사립유치원보다 어린이집에서 원장의 시설 사유화나 전횡이 쉬운 구조라는 지적도 일었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어린이집은 지난 2012년부터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주기적으로 회계보고를 해오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온갖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며 “어린이집이 개인사업자 위주의 소규모 민간시설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명백한 회계부정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적발할 수 있으나, 가짜 영수증 처리나 어린이집 물품을 빼돌리는 경우 잡아내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어린이집 비리 근절을 위한 해법으로는 ‘학부모의 참여 확대’가 제안됐다. 현재 각 어린이집에서 운영되고 있는 학부모 운영위원회에 강력한 예·결산 감사 권한을 갖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학부모 운영위원회는 보통 1년에 4번 회의를 열고 어린이집 예·결산 보고, 행사, 안전 등의 전반적인 어린이집 운영상황을 보고 받는다. 다만 일반적으로 학부모 운영위원의 역할은 단순히 ‘고문’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친다.   

김신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어린이집 학부모 운영위원회는 현재 유명무실하다”며 “감사 권한을 줘야 한다. 내 아이가 먹는 것, 공부하는 것에 대해 부모만큼 ‘도끼눈’을 뜨고 꼼꼼하게 볼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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