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17년간 노동력 착취·학대한 50대 부부 중형

입력 2018-11-20 11:04:02
- + 인쇄

지적장애가 있는 40대 남성의 노동력을 17년간 착취하면서 임금 한 푼도 주지 않고 학대한 부부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아)는 지적장애가 있는 박모(47)씨의 노동력을 착취한 혐의(노동력 착취·유인)로 구속기소 된 한모(60)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씨의 아내 공모(53·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씨가 박씨를 2000년 9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7년간 고흥군의 한 농가에 있는 농기계 등 보관 창고를 개조해 만든 방에 살게 하면서 논일과 밭일, 벼 건조 및 유자 수확 등 일을 시켰으나 임금 1억8000여만 원을 주지 않았다”며 “박씨가 장애인임을 이용해 장기간 임금 등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노동을 시킨 부부는 장애인을 이용해 부당한 영리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씨는 2010년 7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고흥군으로부터 매월 박씨 명의 농협 계좌로 장애인연금, 기초주거급여, 생계급여 등의 명목으로 합계 5880여만 원을 입금 받아 보관하던 중 TV 서비스 이용요금, 상수도 요금, 전기료 등 명목으로 자동이체하거나 전자제품 구매비 등 281회에 걸쳐 합계 1700여만 원을 마음대로 썼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박씨의 가족은 힘든 노동력 착취로 고통스러워하는 박씨의 모습을 보고 참담해 하고 있다”며 “한씨 부부가 다른 처벌 전력이 없고 착취한 임금 일부를 법원에 공탁한 점을 참작해 양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씨 부부는 지적장애가 있는 박씨를 창고에 살게 하면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한 인권단체가 확인하면서 지난해 12월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경찰 수사결과 박씨는 1993년 경남 밀양에서 실종돼 신안의 한 염전에서 일하던 중 2000년 3월 공씨 가족에 의해 고흥군의 한 농기계 보관창고로 옮겨졌다.

경찰은 한씨 부부가 농사일을 시키면서도 나무막대기나 쇠파이프 등으로 박씨를 때리는 등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고, 허리 등을 다쳐 힘들어하는 박씨를 치료해주지 않은 것도 확인했다.

이들 부부는 또 지능이 낮고 자신의 인적을 잘 알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박씨의 성을 한 씨로 바꿔 친척인 것처럼 보이려 했던 점도 수사에서 드러났다.


박형주 기자 jedirus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