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PC도 모바일도 ‘고였다’

기사승인 2018-12-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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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로그인] PC도 모바일도 ‘고였다’

최근 PC‧모바일 게임들을 두고 게이머들은 ‘고였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물이 고이듯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미디어웹이 국내 PC방 이용시간 점유율을 집계해 발표하는 ‘게임트릭스’ 순위를 보면 6일 기준 1위 ‘리그 오브 레전드(2011년)’를 비롯해 출시 후 2년 이상 경과된 게임이 10위권 내 7개에 달한다.

특히 6~10위권에는 ‘서든어택(2005년)’, ‘스타크래프트(1998년)’, ‘카트라이더(2004년)’, ‘던전앤파이터(2005년)’, ‘메이플스토리(2003년)’ 등 출시 후 10~20년 이상 지난 게임들이 포진해 있다. 4위 ‘피파온라인4’도 올해 출시작이지만 10년 이상 같은 형태를 이어온 시리즈 최신 버전이다.

지난해 얼리억세스 서비스부터 인기를 모은 2위 ‘배틀그라운드’와 지난 7일 출시돼 3위로 올라선 ‘로스트아크’가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2016년에는 현재 5위인 ‘오버워치’가 파란을 일으켰지만 이외에 PC방 순위권에서 큰 변화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에 잠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사실상 서비스 기간 내내 정상을 지키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점유율이 31.8%에 달한다. 각각 16.88%, 12.65% 점유율을 차지하는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까지 3위권 점유율이 전체의 61.33%에 달한다.

8위 이하 게임들의 점유율은 각각 1%대에 불과하며 10위권 밖의 비중은 훨씬 더 작아진다. 그나마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1~2위 2개 타이틀의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던 상황이 최근 배틀그라운드의 하락세와 로스트아크의 등장으로 이례적인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올해 기대 속에 출시돼 10권까지 올랐던 신작 ‘몬스터헌터: 월드’와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4’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겨우 14위에 버티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최대 경쟁작 ‘포트나이트’도 최근 PC방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아직 30위다.

모바일 게임 시장도 만만치 않다. 구글플레이 매출 1위는 지난해 6월부터 ‘리니지M’이 꿰차고 있고 올해 3월부터 2위는 주로 ‘검은사막 모바일’이었다. 5위 아래로는 비교적 변화가 활발하지만 2016년작 ‘리니지2 레볼루션’이 아직도 5위권을 꾸준히 지키는 등 최상위권은 움직임이 적다.

신작들의 도전도 없지는 않다. 6일 출시된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이 하루 만에 2~3위를 오가며 검은사막 모바일과 경합을 벌이고 있고 지난 9~10월에는 ‘에픽세븐’이 5위권에서 분전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는 게임들이 간간이 나타난다.

하지만 MOBA, FPS, 배틀로얄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하는 PC 시장과 달리 모바일 상위권은 거의 비슷한 형태의 국산 MMORPG와 수집형 RPG가 독점하고 있다. 리니지M부터 검은사막 모바일,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 리니지2 레볼루션은 모두 MMORPG며 에픽세븐은 4년 이상 10위권에 버티고 있는 ‘세븐나이츠’ 등의 계보를 잇는 수집형 RPG다.

이 같은 현상은 꾸준한 재미를 주는 게임 또는 장르에 게이머들이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중에는 “요즘 게임들은 다 비슷하다”, “새로운 게임을 찾기 어렵다”와 같은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신작과 인디 게임들이 쏟아진다. ‘PS4’, ‘엑스박스’ 등 가정용 게임 콘솔을 이용할 경우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진다.

그럼에도 주류 흥행작에 변화의 폭이 줄어드는 상황은 반기기 어렵다. 특정 형태의 게임이 높은 매출과 흥행을 주도하고 게임 개발사나 퍼블리셔들이 이 ‘흥행 공식’에 매달리느라 새로운 시도에 소홀할 가능성 때문이다.

게임은 IT(정보통신) 산업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이용 행태를 감안하면 문화 콘텐츠 산업에 가깝다.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도전과 창의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사라지면 미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IP(지식재산권) 경쟁력이 약한 후발주자였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게임을 쏟아낼 뿐 아니라 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글로벌 게임사 지분에도 손을 뻗쳤다.

반대로 1980년대부터 게임 콘텐츠 강국으로 꼽히던 일본의 위상은 과거와 같지 않다. 다양한 게임‧애니메이션 IP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정체된 경쟁에만 몰두한다면 한국 게임 시장에도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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