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블록체인 만나면…아이템 확률부터 e스포츠까지

기사승인 2018-12-24 07: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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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암호화폐’, ‘코인’ 등으로 더 익숙한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을 만나 가져올 변화가 성큼 다가왔다.

▶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경쟁 초읽기

지난 20일 한빛소프트는 홍콩에 세운 블록체인 자회사 브릴라이트와 게임 ‘오디션’ 글로벌 버전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연동하는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테스트넷에 연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스트 중인 부분은 오디션에서 연속적으로 ‘퍼펙트’ 점수를 획득하는 등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플레이에 따라 게임 내에서 ‘브릴라이트 코인(BRC)’이 제공되는 형태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획득하고 보유 중인 BRC 수량을 화면에서 확인하고 이를 기존 게임머니처럼 친구와 주고받는 등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게임 내 아이템 샵에는 BRC로 살 수 있는 캐릭터 의상 등 전용 상품이 마련된다.

한빛소프트는 ‘브릴라이트’ 블록체인 플랫폼의 본격 서비스를 위한 메인넷을 내년 상반기 내 가동할 계획이다. 이후 게임에서 획득한 BRC로 식사를 하거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이 가능해지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도 지난 10월 테스트넷을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메인넷을 준비 중이다. 게임사 위메이드 트리를 비롯해 스포츠, 뷰티, 헬스, 금융 등 다양한 분야 20개 이상의 파트너사가 참여했다. 위메이드 측은 블록체인 기반 게임 개발과 기존 게임에 대한 적용 등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날 네오위즈 플레이스튜디오는 기존 모바일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월드 오브 솔리테어 ‘솔리테어 듀얼 온 이오스’를 글로벌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일정 금액의 가상화폐 ‘이오스(EOS)’가 대전 참가에 사용되고 승자에게 주어지는 게임이다.

또한 VX 네트워크가 서비스하는 블록체인 게임 ‘비트골프’ 등 게임 5종이 내년 1분기 중 ‘VX 코인’을 활용하는 ‘VX’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될 것으로 발표됐으며 지난달 게임쇼 ‘지스타 2018’에서는 NHN엔터테인먼트와 개발사 스카이피플이 블록체인과 글로벌 게임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고양이를 수집하는 게임 ‘크립토 키티’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블록체인이 접목된 게임 관련 소식들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가상화폐이자 블록체인 게임 개발 플랫폼인 ‘엔진코인(ENJ)’을 제공하는 싱가폴 기업 엔진은 유비소프트, 컨센시스, 알토, B2익스펜드, 울트라, 피그, 김리, 에버드림소프트 등 게임사들과 ‘블록체인 게임 연합’을 결성하고 여러 게임의 아이템 가치를 연동할 수 있는 체계 구축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마인크래프트’와 블록체인 게임 ‘워오브 크립토’ 양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 ‘고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넥슨의 지주사인 NXC는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에 이어 올해 비트스탬프 지분을 인수하면서 이목을 끌었고 넷마블은 올해 사업목적에 블록체인을 추가했다. 액토즈소프트는 지난 10월 블록체인 e스포츠 플랫폼 사업 진출을 선언했으며 와이디온라인은 블록체인 소셜 게임·음원 유통 플랫폼, 엠게임은 가상화폐 채굴 사업에 발을 들였다.

▶ 블록체인이 뭔데?

블록체인은 ‘분산원장’ 등으로도 불려왔으며 참여자들끼리 ‘분산합의’ 방식에 따라 상호 가치에 대한 합의·확정이 가능한 검증된 네트워크를 제공, 위조할 수 없는 보안·안전성과 투명성을 가진다. 과거 각 이용자들의 파일 ‘조각’을 모아 공유하던 P2P(개인 간 전송) 서비스와 유사하게 이용자 네트워크가 중앙 서버 등의 역할을 대신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구조에 따라 이용자들이 직접 원장을 작성하고 교환할 수 있는 동기화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이 원장은 일정 시간마다 갱신·공유된다. 이 ‘블록’ 형성 과정이 연속되면서 안전성과 투명성이 담보된다.

이를 악의적으로 해킹하려면 이론적으로 모든 참여자의 총 컴퓨팅 파워 절반을 넘는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일부 정보 손실 시 복구 가능한 안전성과 빠른 속도 모든 거래 이력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투명성 등도 특징이다.

블록체인의 이 같은 특성에 따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들이 시장에 쏟아졌고 사회적 이슈까지 됐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단순 화폐나 보안 솔루션을 넘어 여러 서비스 간 거래 등에서 기존의 지갑과 종이 문서 따위를 필요치 않게 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개념으로 평가된다.

▶ 게임 잘해서 밥도 사먹고…다음은?

브릴라이트, 클레이튼 등의 메인넷이 열리고 플랫폼 내 생태계가 자리를 잡으면 게임에서 축적한 아이템이나 미션 달성 등에 들이 노력을 코인으로 보상 받고 다른 파트너사의 게임이나 디앱 서비스 이용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음성적 현금 거래가 아니고서는 게임에 들인 노력을 다른 가치로 환산할 방법이 없었었지만 블록체인 생태계를 통해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다. 브릴라이트 관계자는 “게임 플레이 시간에 대한 적립 보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단순히 한 게임의 가치를 다른 게임으로 이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식사를 주문하거나 뷰티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활용이 가능해 새로운 소비·이용 문화가 도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플랫폼 제공 업체는 간편하게 일련의 과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브릴라이트는 BRC를 신용카드 결제처럼 상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글로벌 페이먼트 블록체인 재단 알보스와 협력하기로 했고 그라운드X도 쉽게 사용 가능한 UX·UI(이용자 경험·인터페이스)를 제공해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이룬다는 방침을 밝혔다.

게임이 블록체인 만나면…아이템 확률부터 e스포츠까지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누구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특성은 민감한 주제인 확률형 아이템 통계, 활동 기록 로그 등의 신뢰성 확보에도 활용 가능하다.

네오위즈의 솔리테어 듀얼 온 이오스의 경우 게임 재화를 가상화폐로 사용하도록 할 뿐 아니라 게임 참여, 사용자 매칭, 게임 결과와 상금 지급 등 게임의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 공개한다.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게임에 활용하는 예다.

클레이튼 파트너사이자 게임 콘텐츠 플랫폼 ‘보라’를 서비스하는 웨이투빗 관계자는 “1%의 확률로 강화가 되는 아이템이 있다고 가정, 블록체인에 해당 아이템의 강화 성공 여부 정보가 기록되면 이용자는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아이템의 강화 확률 통계를 내서 실제 1%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는 기존에도 자율규제를 통해 유료 아이템의 확률 수치를 공개해 왔지만 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이용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등 문제가 지속돼 왔다. 블록체인이 본격 적용되면 실제 전체 확률 통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불만이 줄고 대응 인력을 감축, 운영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록체인을 접목한 e스포츠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액토즈소프트가 준비 중인 온라인 플랫폼 ‘VSGAME’은 선수와 팀의 실적 등 정보 관리‧제공, 경기 영상 스트리밍, 선수‧팀 스폰서십과 클라우드 펀딩, 대회 주최‧중계‧참가에 블록체인 토큰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현될 예정이다.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 게임 아이템 거래소 왁스의 말콤 카셀 대표는 e스포츠에 블록체인이 접목되면 경기 판정 관련 ‘플랫폼 신뢰성’과 평판 관리 시스템 등을 활용한 ‘선수들 간 문제 발생 완화’ 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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