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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유태오 “제가 어떤 사람이냐고요? 복잡해요”

유태오 “제가 어떤 사람이냐고요? 복잡해요”

이은호 기자입력 : 2018.12.21 15:58:46 | 수정 : 2018.12.21 15:58:55

사진=박태현 기자

2009년 개봉한 영화 ‘여배우들’의 한 장면. 배우 고현정이 “우리 회사(소속사) 신인”이라며 한 청년을 데리고 들어온다. 청년은 ‘이 중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누구’냐는 여배우들의 물음에 윤여정과 김옥빈을 짚는다. 김옥빈이 전화번호를 묻겠다고 하자, 공기가 잠시 싸해진다. 청년도 서둘러 자리를 뜬다. 덕분에 영화가 개봉하자 그가 고현정의 애인이 아니냐는 소문이 일었다. 청년의 이름은 유태오. 독일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건너온, 배우다.

유태오는 내년 1월 개봉하는 영화 ‘레토’에서 한국계 러시아인 뮤지션 빅토르 최를 연기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파마 머리가 영락없는 1980년대 로커다. 유태오는 빅토르 최의 사진을 보며 스타일링을 연구했다. 러시아어를 배우고 노래도 연습했다. 최근 서울 동작대로에서 만난 유태오는 “아직도 (빅토르 최의) 자료를 갖고 있다”며 웃었다.

빅토르 최는 러시아에선 ‘마지막 영웅’이라고 불린다. 그의 노래에 담긴 자유와 저항이 많은 러시아(당시 소련) 청년들의 가슴을 울려서다. 1991년 빅토르 최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자 5명의 여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작품은 관객을 1981년 레닌그라드로 데려간다. 빅토르 최가 이 지역에서 활동하던 로커 마이크와 그의 아내 나타샤를 만나 음악가로 발을 떼던 때다. 

유태오는 빅토르 최를 “자신의 예술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사람”으로 봤다. 그는 빅토르 최의 우울한 감성에 매료됐다. “빅토르 최의 음악은 밝은 내용일 때도 단조를 써요. 포크가수 못지않게 가사도 아름답고요.” 영화에선 빅토르 최와 목소리가 가장 비슷한 사람을 섭외해 노래를 녹음했다. “시골에서 순록을 키우던 알타이족 사람”이란다.

사진=박태현 기자

파독 광부와 간호사 사이에서 태어난 유태오는 빅토르 최와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 ‘레토’의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는 빅토르 최와 비슷한 영혼을 가진 배우를 찾다가 유태오를 발견했다. 유태오는 “살아온 배경이 비슷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이방인의 공허함이나 외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주노동자의 아들로 살며 겪은 고생은 빅토르 최와 그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유태오는 글도 쓴다. 영국 런던에선 시(詩)로 연기를 공부했고, 독일 베를린에서 직접 쓴 희곡을 공연하기도 했다. 2015년 출간된 동화 ‘양말 괴물 테오’도 유태오의 작품이다.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이 없을 때, 창작욕이 압력밥솥 공기처럼 터질 것 같아서” 쓴 책이다. 유태오는 쓸쓸함이나 절망도 적나라하게 썼다. 길을 잃은 테오가 부모님인 줄 알았던 대상이 사실은 눈사람이어서, 껴안자마자 녹아버렸다는 내용이 그런 예다. 유태오는 “동화는 교육 목적이 대부분이지만 슬프고 멜랑콜리한 게 내 감수성이고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저를 어떤 단어로 설명하는 건 어려워요. 독일 태생이지만 독일 사람은 아니죠. 작품을 위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 많은 곳을 다녔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듣고 먹고 맡아보기도 했고요. 어떤 환경에 들어가서 느낀 저만의 외로움도 있어요. ‘그래서 뭐냐 그게?’라고 물어보면 쉽게 대답할 수가 없어요. 한 단어로 설명하기엔… 복잡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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