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운영했던 공공기관장들, 카르텔서 자유로울 수 있나

기사승인 2018-12-28 0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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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음란물을 유통해온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질타가 커지는 가운데, 웹하드 또는 필터링 업체를 운영했던 이들이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돼 논란이다. 

웹하드 클럽박스와 P2P(개인간 파일공유) 사이트 피디박스를 운영했던 문용식 전 나우콤(아프리카TV의 전신) 대표이사의 현재 직함은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정보기술(IT) 관련 가장 오래된 공공기관으로 국가의 정보화와 건강한 정보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문 원장은 지난 4월 한국정보화진흥원장으로 임명됐다. 

일각에서는 웹하드를 운영했던 문 원장이 IT 공공기관의 장으로 일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문 원장은 지난 2011년 음란물 유포를 방조한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유통된 음란물의 양이나 비율, 검색의 용이성 등을 봤을 때 음란물의 유포 방지를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문 원장은 지난 2008년 불법 영화파일 등을 유통한 혐의로도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문 원장 등이 헤비업로더와 공모, 불법 파일을 유통시키도록해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봤다. 문 원장은 지난 2013년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클럽박스는 ‘1세대 웹하드’로 꼽힌다. 피디박스도 수백만명의 회원을 가진 대규모 P2P 사이트였다. 현재 피디박스는 폐쇄되고 클럽박스만 남아있다. 클럽박스는 나우콤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제타미디어의 소유다. 현재 클럽박스에서는 ‘일반인’ ‘몰카’ 등을 제목으로 하는 성인콘텐츠가 검색된다. 클럽박스 측은 “제휴 업체가 영상등급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성인콘텐츠”라며 “일반인이 불법적으로 촬영한 영상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문 원장은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문 원장은 “당시는 인터넷의 속성에 걸맞게 법 규제가 정비되지 못했다”며 “불법 자료를 막기 위해 당시 기술 수준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현재와 달리 ‘면책 조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재정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세부설비·보안·필터링 조치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받는 업체에 한해 일부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사법조치를 면제하도록 했다. 

문 원장은 “사업자가 아무리 기술적으로 엄밀하게 조치를 취하고 충실하게 모니터링을 하더라도 천만명이 넘는 고객이 불법 자료를 무한복제·무한전송하는 것을 100% 완벽하게 방지할 수는 없다”며 “불법 자료를 완벽하게 거르지 못했다고 해서 사업자에게 벌을 주기 시작하면 유튜브나 카카오톡은 아예 서비스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하드’ 운영했던 공공기관장들, 카르텔서 자유로울 수 있나장영승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도 웹하드 카르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장 대표이사를 서울산업진흥원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설립된 서울시의 공공기관이다. 

장 대표이사는 2011년 3월부터 지난 2012년 6월까지 필터링 업체인 캔들미디어(현 버킷스튜디오)의 대표를 지냈다. 버킷스튜디오는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실소유했던 ‘뮤레카’와 웹하드 필터링을 양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버킷스튜디오와 웹하드업체 BNCP의 관계다. 버킷스튜디오 또한 뮤레카처럼 웹하드 업체와 유착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NCP는 온디스크와 케이디스크, 파일구리 등 웹하드 업체를 운영한다. 

버킷스튜디오의 전신인 아컴스튜디오는 온디스크와 케이디스크, 파일구리 등을 필터링해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따르면 온디스크와 케이디스크, 파일구리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에서 삭제를 요청한 불법 음란물이 유통됐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BNCP의 대주주는 지난 2015년까지 아컴스튜디오의 대주주였다”면서 “인력교류도 굉장히 빈번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BNCP와 버킷스튜디오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등기 이사진이 다수 겹친다. 장 대표이사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캔들미디어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를 지냈다. 비슷한 기간인 2011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BNCP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2011년부터 지난 2015년까지 버킷스튜디오와 BNCP의 법인 등기에 함께 이름을 올린 이는 장 대표이사를 포함, 5명에 달한다.    

버킷스튜디오는 관련 의혹에 대해 “당사는 지난 2016년 9월 이후 대주주와 경영진이 수차례 바뀌었으므로 현재 당사와 BNCP는 어떠한 관계도 없다. BNCP와 관련된 어떠한 임직원도 필터링 업무에 참여한 적 없으며 현재 잔류한 인원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장 대표이사 측도 “당시 캔들미디어의 투자자였던 ‘베넥스창투’에서 BNCP를 인수해 이뤄졌던 일”이라며 “등기상 이사로 올라간 것은 맞지만 캔들미디어와 베넥스창투의 관계에 의해 이사로 등재된 것 같다. BNCP를 방문하거나 경영에 관여한 일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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