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옥상에서 만나요' vs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기사승인 2019-01-25 06:00:00
- + 인쇄

[책 vs 책] '옥상에서 만나요' vs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한 여성이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룸살롱 접대를 비롯해 직장에서의 부당한 노동과 성희롱은 삶을 견디기 어렵게 한다. 좋아하는 블루베리 슈크림을 먹으며 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결혼과 함께 친한 언니들이 회사를 떠나며 남겨준 건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주문서다. ‘규중조녀비서’라니 이건 대체 무엇인가.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다. 현실적이지만 조금씩 현실에서 벗어난 무언가가 독자들을 잡아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이 처한 상황, 사건들은 제각각이다. 때론 재기발랄하고, 때론 어둡고 음울하다.

두 소설가의 성향은 제목처럼 만나고 헤어지는 것으로 결이 갈린다. '옥상에서 만나요'의 정세랑 작가는 서로의 연대를 강조하고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누군가를 응원한다.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의 서유미 작가는 나름대로 열심이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 개인의 이야기에서 꿈틀대는 생기를 발견한다. 출발점이 달라도 인물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위로가 향하는 지점은 다르지 않다.


△ '옥상에서 만나요’

‘어둡게 끈적이는 어떤 것’으로부터 쉴 새 없이 도망쳐온 효진의 이야기를 다룬 ‘효진’부터 같은 드레스로 연결된 44명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웨딩드레스 44’까지. 저자인 정세랑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희망을 그려낸다. 현 세대가 겪는 불행이 다음 세대에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정세랑의 첫 소설집이다.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등 주로 장편소설로 독자들을 만나온 정세랑은 ‘옥상에서 만나요’에서 자신의 소설 세계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집주인이 월세와 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하자 이사를 결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에트르’, 폭식과 게임만이 삶의 위안인 성매매 알선 삐끼의 이야기를 다룬 ‘개의 나날’ 등 저자 서유미의 이야기엔 미래가 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어떻게든 오늘 살아내지만 더 나은 내일을 보장하진 못하는 이들이다.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말도 쉽게 하지 못한다.

2007년 창비장편소설상, 문학수첩작가상을 통해 등단한 서유미 작가는 10년여 동안 7권의 단행본을 꾸준히 발표하며 평범한 인간 군상을 따뜻하게 보듬고 시대의 질병을 예민하게 포착해왔다. 이번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에서는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로 시선을 확장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