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게임업계] 신발 끈 고쳐 맨 넥슨

기사승인 2019-01-28 20: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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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국내 게임 업계에 새로운 동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체 산업 규모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뒷걸음질 치는 PC 온라인 게임 경쟁력, 중소 게임사 경쟁력 약화, 예측이 어려운 중국 시장의 문턱, 아직 부정적인 게임에 대한 인식, e스포츠 발전에 발맞춘 인기 장르 재편 등 다양한 변수가 상존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6% 성장한 13조1423억원이며 지난해는 약 13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단, 2017년 모바일 게임 점유율이 47.3%까지 확대된 반면 PC 게임은 34.6%로 하락세다.

여기에 ‘셧다운제’ 등으로 나타나듯 게임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사회 인식, 60%를 넘는 중화권 의존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서구권 수출 비중(2017년 북미6.6%, 유럽 3.8%), 대형 게임사 중심 유력 IP(지식재산권)에 고전하는 중소사의 양극화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일련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중소 게임사들은 각자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 있는 게임을 지속 출시, 시장을 넓힐 필요성이 요구된다. 대형 게임사들의 지난해 실적 부진과 새해부터 불거진 넥슨 매각설 등으로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올해 주목할 게임사들을 조명한다.

▶ ‘매각설’ 와중에 힘찬 첫발

지난 3일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NXC(넥슨 지주사) 지분 전량을 매각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후 넥슨의 향방을 두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약 1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넥슨 인수 대상으로 중국 텐센트부터 미국 디즈니, 국내 삼성전자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거론됐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진행 상황은 없다.

이처럼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한 상황에서도 넥슨은 올해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신작 ‘스피릿위시’로 기세 좋게 출발했다. 지난 17일 출시된 스피릿위시는 이틀 만에 구글·애플 양대 앱마켓 매출 순위 5위(28일 구글 6위)에 안착했고 28일 기준 네이버 공식 카페 가입자 수는 5만1000명을 돌파했다.

스피릿위시는 오리지널 IP를 바탕으로 하는 MMORPG다. 넥슨은 이전에도 2017년 ‘액스’와 ‘오버히트’, 지난해 ‘카이저’ 등 신규 IP 기반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매출 상위권에 포진한 ‘리니지M’,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검은사막 모바일’ 등과 구별되는 요소다. 기존 IP 재활용에 비해 흥행 파급력은 약하지만 새로운 IP로 성공을 거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노릴 수 있다.

지난 24일에는 지난해 1월 출시한 모바일 MMORPG ‘야생의 땅: 듀랑고’에 ‘세컨드웨이브’ 첫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그간 지적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5주간 3회에 걸쳐 진행되는 대수술의 첫 순서다.

모바일 게임으로는 드물게 자유도 높은 샌드박스 게임을 지향한 듀랑고는 약 5년 반의 개발 기간을 거치며 출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고 완성도 높은 인터페이스와 그래픽 등에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편의성과 콘텐츠 다양성 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세컨드웨이브 업데이트는 ‘개인섬’ 도입, 생활 콘텐츠 개편 등을 통해 이를 대대적으로 개선한다.

▶ ‘PC 온라인 게임 지킴이’

넥슨은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도 도전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던전앤파이터’, ‘피파온라인’,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장기 흥행작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IP와 장르를 시도, 흥행 여부와 별개로 침체된 국내 PC 온라인 게임 시장을 지켜왔다.

특히 국산 게임 불모지와 다름없는 MOBA(멀티플레이어배틀아레나) 장르에 2011년 ‘사이퍼즈’부터 2017년 ‘하이퍼유니버스’, 지난해 ‘어센던트원’까지 도전을 이어 왔다.

하이퍼유니버스는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횡스크롤 액션 방식으로 이용자들로부터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사이퍼즈와 어센던트원은 게임트릭스 PC방 이용시간 점유율(28일) 기준 각각 15위, 186위로 흥행과 거리가 있지만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 등 글로벌 시장에서 MOBA 게임이 흥행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도전자다.

이 같은 도전은 던전앤파이터 등이 중국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어 가능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던전앤파이터, 피파온라인 등 굉장히 성공적 게임들이 있고 이는 큰 이점”이라며 “좋은 성과를 내는 게임들의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새로운 장르 게임들에 투자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모바일·글로벌로 ‘한 번 더’

[다시 뛰는 게임업계] 신발 끈 고쳐 맨 넥슨

올해부터 넥슨은 PC 게임 대표작의 모바일 버전을 차례로 선보이며 공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글로벌 수익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담금질이 한창이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1996년작 ‘바람의나라’, 2004년작 ‘마비노기’ IP를 재해석한 ‘바람의나라: 연’, ‘마비노기M’ 등을 선보인다. 유력 IP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이용자층의 반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1년작 ‘크레이지아케이드’, 2003년작 ‘테일즈위버’도 각각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M’, ‘테일즈위버M’으로 다시 태어난다.

또 상반기 중 오리지널 IP 기반 ‘트라하’로 모바일 MMORPG 시장도 공략한다. ‘언리얼엔진4’ 기반 고품질 그래픽과 캐릭터 클래스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인피니티 클래스’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워 흥행을 노린다.

국내 시장에서 부진했던 듀랑고의 서구권 시장 진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독창적인 게임성과 현실적인 일러스트 등을 선호하는 현지 이용자 성향을 감안하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내부 판단이 나오고 있다. 세컨드웨이브 업데이트 역시 본격적인 글로벌 공략을 위한 사전 준비로 해석된다. 2017년 북미 게임쇼 ‘E3’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시장에서의 ‘캐쉬카우’인 던전앤파이터 2D 모바일 게임도 준비 중이다. 중국 흥행을 중심으로 지난해에만 약 1조6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던전앤파이터 인기를 감안하면 새로운 수익 동력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공개된 던전앤파이터 3D 버전 PC 게임 ‘프로젝트 BBQ’ 영상은 콘솔 수준의 고품질 그래픽으로 글로벌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프로젝트 BBQ의 개발 상황과 출시 일정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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