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의 끝나지 않는 악연...통합법인 2대 주주로

한국GM·금호타이어 이어 대우조선도 2대 주주

기사승인 2019-02-01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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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의 끝나지 않는 악연...통합법인 2대 주주로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의 악연이 좀처럼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31일 현물출자를 통한 대우조선의 매각 방안을 발표했으나 대우조선이 속할 통합법인의 2대 주주로 등극해 20년 관계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이동걸 회장 주재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의 악연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됐다. 대우그룹이 지난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2000년 대우조선이 기업분할을 통해 분리독립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기업분할 과정에서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로 자리했다.

산업은행은 2008년 한화그룹에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화그룹이 비상경영에 돌입하면서 매각은 불발됐다. 이후 계속된 매각 추진에도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산업은행은 매각 실패에 대한 모진 질타를 받아왔다. 이후 2015년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논란까지 발생하자 산업은행은 자회사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존폐의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11년 만에 매각 추진, 산은 최대→2대 주주로

11년만에 다시 추진되는 대우조선 매각은 현대중공업과의 현물출자를 통한 주식교환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인수 주체는 현대중공업이 아닌 현대중공업이 설립할 통합법인이 된다. 설립될 통합법인은 현대중공업에서 분리한 실질 사업부문과 삼호중공업, 미포조선소는 물론 대우조선을 포함해 초거대 조선업 전문 법인으로 탄생한다.

산업은행이 통합법인에 대우조선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하는 대신 현대중공업은 통합법인을 통해 대우조선에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와 자금 부족이 우려될 경우 추가로 1조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사업부문을 때어낸 현대중공업은 지주사로 전환해 아래에 통합법인을 거느리게 된다.

매각 방안은 대우조선 지분 전량을 통합법인에 넘기면 통합법인은 상환전환 우선주 1조2500억원과 보통주 600만9570주를 산업은행에 제공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따라서 통합법인이 설립될 경우 1대 주주는 현대중공업이 되며, 2대 주주는 산업은행이 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의 지분 비율은 각각 26~27%, 16~18%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통합법인의 1대 주주로 자리잡을 경우 통합법인은 물론 산하 조선사의 경영권 역시 현대중공업지주로 넘어간다. 다만 대우조선의 경영권이 산업은행에서 현대중공업지주로 넘어간다고 해서 2대 주주로서의 산업은행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대 주주 책임 여전, GM 및 금호타이어 ‘악몽’  

산업은행은 앞서 한국GM과 금호타이어 최대 주주가 아닌 상황에서 국민과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일정 역할을 강요받은 바 있다. 일례로 산업은행은 한국GM의 2대주주로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했다. 또 금호타이어의 경우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됐지만 금호타이어 직원들은 지금까지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아니라고 해도, 대우조선이 국내에 사업장이 있는 이상 경영악화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2대 주주로서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통합법인은 대우조선을 제외한 현대중공업 사업부문이나 삼호중공업, 미포조선소의 부실화에도 영향을 받는 만큼 오히려 산업은행의 책임이 가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경영권이 넘어간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분위기다. 책임의 무게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대 주주와 1대 주주는 큰 차이가 있다. 경영권이 현대중공업지주에 있는 만큼 향후 대우조선이나 미포, 삼호 등이 부실화될 경우 그 책임은 먼저 경영권을 가져간 현대중공업지주에 있다” 며 “산업은행이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한편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매각 추진으로 나머지 비금융 자회사에 대한 매각 기대감도 올라가도 있다. 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로는 대우건설, 동부제철과 STX조선, 한국GM, 현대상선 등이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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