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검사 규제 완화? 진단검사업체만 좋으라고?”

기사승인 2019-02-14 10: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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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검사 규제 완화? 진단검사업체만 좋으라고?”

유전자검사 등 건강서비스의 규제 완화 추진 움직임에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유전자 검사항목 확대 및 건강증진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규제샌드박스’란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실증특례 및 임시허가를 통해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규제완화제도를 말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검사(Direct to Consumer, DTC)와 관련해 2016년부터 비의료기관도 일부 12개 항목(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색소침착, 탈모, 모발굵기, 노화, 피부탄력, 비타민C농도, 카페인대사)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었다.

여기에 이번 규제 샌드박스 대상선정에 있어 복지부는 비의료기관에게 DTC유전자 검사를 질병유전자 검사(13개 항목: 만성질환 6개, 호발암 5개, 노인성질환 2개)로까지 확대 허용하는 한편,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 및 식단 관리 등 건강증진 서비스도 포함시켰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국민의 건강정보를 상업적 활용의 대상으로 삼고 시장거래를 허용하겠다는 의도”로 규정하며 “영리 목적의 의료민영화를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 시민 2000명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시범사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냐”고 강력 반발했다.  

단체는 “이번 규제 샌드박스 대상에 DTC가 포함된 이유는 마크로젠이라는 유전체 정보 분석 기업이 DTC 검사항목 확대와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실증특례를 신청해 이뤄진 결과”라고 주장했다. 해당 기업과 관련해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비의료기관인 민간업체에서 2016년부터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일반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유전자 검사 장비 및 검사기관에 대한 질관리, 의뢰인에게 검사 결과를 전달하는 방법 및 가이드라인, 개인건강정보 보호관리규정 등과 관련하여 별도로 마련된 법적 및 제도적 장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전자 검사업체는 국민 개인의 유전자 정보와 생활습관정보를 손쉽게 수집 및 집적할 수 있고 이를 분석 및 가공해 바이오 및 제약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며 “건강증진 서비스까지 허용하는 것은 이미 연구목적을 벗어난 산업적 활용을 전제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유전자검사가 ‘만능은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로 단체가 내세운 것은 DTC유전자 12개 항목과 관련된 유전자는 46개에 불과하며 향후 150개로 확대된다고 하지만, 150여개 유전자만으로 질병의 위험도를 신뢰하기에는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것.

즉, 질병유전자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식단 및 운동 등의 건강관리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말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미국의 사례를 들어 DTC 유전자 검사의 정확도와 불필요한 치료 유발 및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아울러 단체는 “여러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규제 기반을 흔드는 규제샌드박스 적용과 DTC 유전자 검사 확대는 즉각 중지돼야 한다”고 정부의 이번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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