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부작용 원인 제거하는 화학 난제, 국내 연구진이 풀었다

기사승인 2019-02-19 10: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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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부작용 원인 제거하는 화학 난제, 국내 연구진이 풀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장석복 단장과 박윤수 연구원은 두 개의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 종류의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화합물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거울상 이상질체는 쌍둥이처럼 닮은 분자가 서로를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은 형상을 띈 경우를 말한다. 이들 분자를 구성하는 원소의 종류와 개수가 같아도 서로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를 거울에 비춰보면 같은 모양이지만, 아무리 회전시켜도 겹칠 수 없는 이성질체다.

특히 쌍둥이 분자는 한 쪽 유형이 병을 치료하는 데 유용할지라도, 다른 유형의 이성질체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유용한 이성질체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비대칭반응(asymmetric synthesis)은 현대 화학의 난제로 꼽혀왔다.

그런데 연구진은 새로운 촉매 개발로 이 난제를 해결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수십여 개의 후보 촉매 중 카이랄 다이아민(Chiral Diamine) 골격을 포함한 이리듐 촉매가 99% 이상의 정확도로 거울상을 선택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개발된 촉매는 필요에 따라 거울상 이상질성(카이랄성)의 감마-락탐을 골라서 합성할 수 있다. 왼손잡이성 이리듐 촉매를 사용할 경우엔 왼손잡이성 감마-락탐이, 오른잡이성 이리듐 촉매를 사용하면 오른손잡이성 감마-락탐을 제조할 수 있다.

이후 연구진은 계산화학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높은 선택성의 원인을 분석했다. 가령, 왼손잡이성 촉매를 사용한 경우에는 락탐의 합성과정에서 카이랄 다이아민 촉매와 탄화수소화합물 사이에는 일시적인 수소 결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왼손잡이성 락탐 형성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개발한 촉매를 통해 다양한 구조를 갖는 카이랄 락탐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렇게 합성된 카이랄 락탐은 독특한 입체적 특성 때문에 생체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이 유용하다. 특히 우리 신체를 구성하는 아미노산 유도체나, 천연물도 모두 카이랄성 분자인 만큼, 신체 내 생리활성을 효과적으로 높인 약물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장석복 단장은 “약효를 갖는 의약품의 핵심 단위만 선택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로 향후 유기합성 및 의약분야 연구로 이어져 부작용을 덜고 효과는 높인 신약개발까지 이어지리라 기대한다”며 “자연계에 풍부한 탄화수소화합물을 재료로 고부가가치 원료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화학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2월 19일자(한국시간) 온라인 판에 실렸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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