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왕이 된 남자’ 윤종석 “수염 분장에 힘 얻었죠”

‘왕이 된 남자’ 윤종석 “수염 분장에 힘 얻었죠”

기사승인 2019-03-26 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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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석은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다. 누가 봐도 못된 ‘구해줘’의 이병석부터 장난기 많고 평범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김승철, 극단적인 선과 악을 모두 보여준 ‘손 더 게스트’의 윤신부까지.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신해온 윤종석은 tvN 월화극 ‘왕이 된 남자’에서 충직한 왕의 호위무사 장무영 역을 맡아 이전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왕이 된 남자’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윤종석은 약 반년 가까이 함께했던 작품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에 젖어 있었다. 그는 “드라마 촬영을 마치면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섭섭하기만 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윤종석에게 사극인 ‘왕이 된 남자’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사극의 호위무사는 모두 멋있어서, 저도 그럴 줄 알고 감독님께 ‘꼭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는 윤종석은 장무영을 표현하기 위해 검술과 승마를 연마하는 한편, 외적으로도 색다른 시도를 했다.

“사극이라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재미있는 요소도 많았어요. 특히 저는 수염을 붙이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김희원 감독님께서 ‘수염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셨는데, ‘화면에 조금 덜 멋있게 나오더라도, 역할을 위해서라면 붙이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래서 수염을 붙였는데 초반엔 저를 잘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조금 속상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정말 장무영처럼 보이나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분장에 제 연기가 힘을 얻은 것 같기도 하고요.”

윤종석은 문관 집안 출신 무관이라는 인물설명을 바탕으로 장무영을 해석했다. 보통 사극에 등장하는 호위무사와 다르게, 예민하고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인물로 장무영을 그리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윤종석이 장무영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한 덕분에, 그가 죽음을 맞는 마지막 장면의 안타까움도 극에 달했다.

“마지막회가 방영된 후 댓글을 봤는데, 무영의 죽음에 대한 시청자의 아쉬움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끝까지 임금의 곁에 있겠다는 무영의 소원이 이뤄졌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기 전 무술감독님께 검으로 베이고 찔려도 끝까지 하선(여진구)만 바라보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서 하선을 바라보는데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장면 촬영을 마치고 한동안 마음이 허하고, 기분이 굉장히 이상했어요.”

[쿠키인터뷰] ‘왕이 된 남자’ 윤종석 “수염 분장에 힘 얻었죠”

최근 가장 주목받은 드라마에 연달아 출연한 소감을 묻자 윤종석은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겁이 난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은 불확실한 미래와, 연기자로서의 방향성 등이 고민이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막연한 두려움도 생기고요. 이번엔 전작의 이미지 때문에 시청자에게 혼란을 줄까봐 걱정하기도 했어요. 장무영을 연기하며 그 부분을 상쇄하려 무던히도 노력했죠. 그래서 ‘왕이 된 남자’의 촬영을 구경하시던 분들이 ‘보디가드’ ‘경호실장’ 배우라고 알아봐 주신 게 참 감사했어요.”

시인이 되고 싶었던 윤종석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보고 연기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시청각이 어우러진 화면에서 자신만의 색을 펼쳐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윤종석은 “연기를 처음 꿈꿨던 열아홉 살 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파란색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은 마음이에요. 제 안에 품고 있는 좋은 색들을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누군가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감동을 받거나 즐겁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할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건강한 기운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50년은 걸릴 테니,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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