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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기자의 트루 라이프] “평생 불만 껐어요!” 강원 고성소방서 윤중현 소방위

곽경근 기자입력 : 2019.04.19 05:00:00 | 수정 : 2019.04.19 08:23:59

강원 고성소방서 윤중현 소방위가 지난 4월 4일 발생한 대형 산불로 마을 전체가 불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 한 주택 앞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수차례 고성, 양양 지역 대형 산불 막아낸 소방 영웅-

-고성에서만 28년 소방관으로 근무-

-농번기 앞두고 농사기구와 볍씨, 주택 못 지켜내 죄송-

-가까운 동료 6명이나 먼저 하늘나라 보내-

-가정에서는 자녀들 원하는 것 모두 들어주는 따뜻한 아버지-

소방대원들이 산불현장 아래 대형 창고에 붙은 불을 끄고 있다.소방대원들은 10kg가 넘는 공기호흡기 외에 두꺼운 방화복에 방화 헬멧, 방화두건, 방수화를 신고 화재를 진압한다. 일반인들은 한발짝 걷기도 어려운 무게다. 소방공무원은 강인한 정신력과 국가관, 체력을 요구한다.

집은 물론 농번기를 앞둔 농민들의 경운기, 트랙터, 파종기를 비롯한 농기계와 볍씨까지 타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강풍과 부족한 인력, 장비로 일부 밖에 지켜내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강원도 고성소방서 윤중현 소방위(58)는 모든 소방관의 마음을 대신해 안타까움을 전한다.

지난 44일 저녁 7시경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의 도로변 전선에서 불꽃이 발생하더니 강풍을 타고 순식간 고성군에서 속초시까지 산불이 확산됐다.

윤 팀장이 화재 진압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831분을 기해 서울과 인천, 경기, 충북 지역 소방차 40대 출동을 지시한 데 이어 추가로 전국에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다. 오후 944분에는 중앙통제단이 지휘에 나서 전국적 재난 수준인 3단계로 격상시켰고 5일 오전 9시를 기해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3교대 밤샘 근무를 마치고 4일 아침 퇴근한 윤 소방위(고성소방서 거진119안전센터 팀장· 이하 윤 팀장)는 평소대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후 들어 마을 한 가구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달려가 소화기 2대로 진압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4월은 늘 그를 긴장하게 만든다. 저녁 약속이 있었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던 윤 팀장은 약속을 취소했다. 저녁 식사 후 그의 불길한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했다. 740분 고성소방서에서 비상연락망이 가동되고 전 소방대원 긴급 소집명령이 떨어졌다

산불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지체 없이 산불지휘소(CP)가 마련된 경동대학교로 차를 몰고 달려갔다화마는 강풍을 타고 마른 나무들이 활활 타오르며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널뛰듯 번져갔다.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지휘소 코앞까지 기세등등한 산불이 다가섰으나 소방대원들의 진압으로 지휘소와 학교는 다행히 지켜졌다. 이 시각 전국 각지에서 비상 소집된 소방차들이 속속 산불지휘소로 모여들었다.

윤 팀장은 4명의 소방대원과 함께 CP를 벗어나 소방차를 몰고 발화지점 인근인 인흥리로 향했다. 주민들이 불지옥을 피해 빠져나오는 도로를 소방대원들은 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뜨거운 열기, 매캐한 냄새와 함께 시뻘건 불똥들이 소방차와 대원들의 머리위로 날라 다녔다. 건조한 날씨에 바짝 마른 나무들은 화약고나 다름없다. 불길과 불길이 서로 부딪히면 굉음과 함께 엄청난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는다. 불붙은 솔방울을 비롯해 불꽃들은 강풍을 타고 미사일처럼 수백m를 단 숨에 날아가 여기저기 불을 붙였다.

급박했던 산불 피해 현장, 소방관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을 꺼보지만 대형 화재 현장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

긴급히 산불 화재현장에 도착한 윤 팀장과 소방대원들은 아직 불이 붙지 않은 마을 입구 이동통신 기지국부터 물을 뿌리며 불이 옮겨 붙는 걸 막았다. 마지막까지 대피하지 않은 주민들은 자신의 집부터 빨리 불을 꺼 달라고 애원하면서 소방관들을 잡아당긴다. 패닉 상태에 빠진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소방관들의 임무다. 불길이 점점 거세지자 조금 남은 물을 소방차와 대원들의 몸에 뿌리고 잠시 피신했다.

대형 산불 현장에서는 5분이 중요합니다. 불이 지나가는 시간이 대략 5분 정도 걸리는데 이 시간을 잘 버텨내면 살고 그렇지 못하면 죽습니다. 저도 그동안 매일같이 한솥밥 먹던 동료 6명을 현장에서 먼저 보냈습니다.” 윤 팀장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도 고성지역의 크고 작은 산불을 진화하면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산불로 전소된 가구를 돌아보고 있는 윤 팀장

순직자까지 합쳐진 통계를 보면 소방관의 평균 수명은 58세라고 하니 특별한 사명감 없으면 감당하기 힘든 직업이다. 공기 호흡기를 쓰고 현장에 투입되지만 어쩔 수 없이 유독가스를 많이 마시고 불규칙한 근무여건과 스트레스 등으로 소방관들의 건강상태는 나쁠 수밖에 없다.

결국 4일과 5일 동해안 지역을 휩쓴 화마는 축구장 700배가 넘는 산림과 마을의 500채 넘는 집들을 태우고 나서야 진압됐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 등 악조건이었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소방관들의 노력으로 그나마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윤 소방위는 “화재 사고 발생 시 주민들이 1차 불을 끌 수 있도록 마을마다 소화전 설비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관은 천직-

윤 팀장은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났다. 강원도 원산이 고향인 윤 팀장의 부친은 고향 가까운 고성군 간성읍 장신리에 터를 잡고 고성 출신인 어머니와 결혼했다.

31녀 중 차남인 윤 팀장은 어려서부터 체격이 좋고 의협심이 강해 무슨 일이든 앞장서 처리해 인기가 높았단다. 마을에서 중학교 진학도 많이 못하던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교육열이 높았던 부친 덕에 윤 씨 형제들 모두는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마칠 수 이었다.

늘 학교가기 전에 소를 들에 메어놓고 하교 후에는 꼴을 베어 먹이고, 농사일 열심히 돕다보니 사실 공부할 시간은  많이 부족했어요. 예비고사 보는 날도 벼 타작 품앗이하러 가느라 시험장에 못간 친구들도 있었어요.”라며 지난 시절을 회고했다.

속초의 한 LPG 충전소에 불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위해 소방관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담보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에 남은 윤 팀장은 농번기에는 부모를 도와 농사를 짓고 농한기에는 도시에 나가 목수일 부터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성실하게 살았다. 20대 중반 고성 의용소방대에 들어가면서 멋진 제복에 빨간 소방차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성실함과 강인한 체력을 눈여겨 본 고성군청은 그를 특채했다. 19883월 고성군청 소방기능직으로 군청 소방차를 운전하던 윤 팀장은 마침내 1992년 속초소방서 고성파출소 소방관으로 임용됐다.그렇게 하고 싶었던 소방관이었지만 그의 30년 가까운 소방관 생활은 녹녹치 않았다.

화마가 휩쓸고 간 후 폐허가 된 강원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 마을에 한 주민이 구호품을 받아 집으로 향하고 있다.

초년 소방관 시절 그는 거의 매일 소방서에서 살았다. 지금처럼 교대근무도 아니어서 잠깐 집에 와서 쉬다가도 언제든 연락이 오면 달려 나갔다. 매년 봄이면 크고 작은 산불은 물론 연례행사처럼 전방 GOP에 불을 끄기 위해 올라갔다. 북측이 시야확보를 위해 낸 산불의 불똥이 날아오거나 자연발화 혹은 지뢰가 터져 우리 측 철책까지 불길이 몰려오면  군은 고성소방서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군 막사는 물론 유류고와 탄약고 외에도 그 시절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기위해 보유하고 있던 수소가스를 지켜내는 위험한 일도 맡았다. 한 번은 북에서 날아온 불씨에 양 눈썹을 모두 태운 적도 있었다. 1996년 산불 진화 시에는 죽어도 집을 지키겠다.”며 수돗물로 불을 끄고 있던 노인을 구하느라 대피 시간을 놓쳐 대원들 모두가 목숨을 잃을 뻔도 했다.

30년 가까이 화재 현장을 지키면서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동료와 가족을 지켜보면서 그도 여러 차례 이직을 생각해 보았다. 윤 팀장은 그때마다 부모와 형제, 이웃이 살고 있는 고향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텨나갔다. 단지 늘 집을 비우며 아내에게 걱정만 끼치고 아빠 얼굴을 잘 못보고 자란 두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2018년 10월, 둘째 아들인 석인(29) 씨가 결혼 하면서 모처럼 가족 사진을 촬영했다.

박봉에도 알뜰하게 가정을 꾸려준 속 깊은 아내와 잘 성장해서 초등학교 교사와 고성군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아들 형제가 고마울 따름이다.

저는 정말 소방관이 천직이긴 한가 봅니다. 소방관 시작하기 전 키가 178cm이었는데 소방관하면서 몇 년 사이에 키가 3cm나 더 커서 지금은 181cm"라며 환하게 웃었다.

간성119안전센터 팀원들이 소방차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좌로부터 윤재준 소방장(진압대원), 윤 팀장, 서경훈 소방사(진압대원), 최원용 소방교(구급대원), 윤병국 소방사(구급대원)

고성소방서 간성119안전센터에서 함께 근무하는 최원영(30) 소방교는 직장은 언제나 출근하고 싶은 즐거운 곳이 되어야한다는 윤 팀장님은 신규 직원들과도 늘 격의 없이 소통하며 지낸다. 호탕하고 솔직하지만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며 이번 고성 산불 현장에서도 경험 많은 선배로서 후배 소방대원들이 당황하지 않게 잘 이끌어주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초등학교 교사인 큰 아들 윤석룡(31) 씨는 예전에는 소방서 일이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팔을 걷어붙이고 할아버지 농사일을 도왔고 우리 형제가 원하는 것은 거의 다 들어주셨다.”정말 성실하고 강직하신 분이다. 늘 감사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번 강원도 산불을 계기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다시 이야기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 역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면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뿐만 아니라 소방인력과 장비 등에 대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어 올해 7월부터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요청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고성소방서 이석철 서장(사진)은 “이번 강원도 산불을에서 보듯 24시간 감시 가능한 대형헬기와 소방관들의 안전을 책임질 신형장비들이 속히 구입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원도 고성소방서 이석철 서장은 이번 강원도 산불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소방공무원들이 애쓰고 노력해주신 덕분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산림청은 산림 관리에 치중하고 산불 진압은 소방으로 일원화하는 것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퇴직을 2년 여 앞둔 윤 팀장은 이 지역은 산불이 많이 날 수 밖에 없는 지형이어서 24시간 산불 감시체계와 비상시 언제든 현장에 즉각 투입될 수 있는 특수 헬기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퇴직 후에도 변함없이 고성의 산불지킴이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고성=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 사진=곽경근 대기자· 왕고섶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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