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89세 쿠바 디바’ 오마라 포르투온도 “음악은 내 인생”

‘89세 쿠바 디바’ 오마라 포르투온도 “음악은 내 인생”

기사승인 2019-05-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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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콘비치 석양은 이 음악이랑 같이 들어야 200% 감동입니다.” 청포도 같은 남자가 건넨 이어폰에서 어느 여가수의 고즈넉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고단한 제 삶이 떠오른 걸까. 노래를 듣던 여자의 눈에 눈물이 괸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한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한 장면이다.

극중 박보검이 송혜교에게 들려준 노래의 제목은 ‘시 예고 아 베사르떼’(Si Llego a Besarte). 우리말로 ‘만약 내가 당신에게 키스하게 된다면’이라는 뜻이다.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가수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2004년 발표한 노래다. ‘내가 언젠가 죽게 된다고 해도 나는 당신과 키스하고 싶어요’라는 고백이 노래 안에 달콤하게 흐른다.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한국에 온다. 오는 25일 서울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9’에서 공연한다.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한국을 찾는 건 이번이 벌써 일곱 번째다. 공연을 앞두고 전자우편을 통해 만난 그는 “나는 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음식, 사람들, 문화 모든 것을…”이라고 말했다. 

1930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태어난 오마라 포르투온도는 10대 중반 댄서로 먼저 데뷔했다. 아바나의 인기 카바레 클럽인 트로피카나에서 춤을 추다가 주말엔 아메리칸 재즈 스탠더드에서 노래를 불렀다. 사랑과 슬픔의 노래인 볼레로를 특히 잘 불러 ‘볼레로의 여왕’이란 애칭을 얻었지만, 쿠바의 전통 음악부터 미국재즈에 영향을 받은 필링 등 모든 장르를 능란하게 소화한다. 

“쿠바의 모든 면이 제 음악에 영향을 줬어요.” 오마라 포르투온도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나고 자란 쿠바는 수백년간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그들 문화를 흡수했다. 당시 스페인이 수많은 흑인 노예들을 쿠바로 데려오면서 아프리카 문화도 유입됐다. 쿠바의 음악은 이런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다. 쏜, 볼레로, 룸바 등 쿠바 전통 음악은 중남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도 거꾸로 영향을 줬다. 오마라 포르투온도는 “우리(쿠바)에는 음악 장인들이 많고 음악 문화도 대단한데다가, 전통 음악에 대한 존중도 있다”고 했다.

“제가 느끼기에 쿠바엔 좋은 음악이 있고, 각 도시와 마을에 따라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한 것 같아요. 저희에게는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 영향을 받은 음악 전통이 있고요. 아프리카와 캐래비안 사운드까지 섞여있답니다.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에 따라, 단손, 하바네라, 단자, 럼바, 창귀(Changui·쿠바 스타일 음악), 볼레로, 쿠반 재즈, 그리고 다른 스타일의 음악이 나오죠.”

[쿠키인터뷰] ‘89세 쿠바 디바’ 오마라 포르투온도 “음악은 내 인생”오마라 포르투온도는 자신이 “음악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표현한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음악을 많이 들려준 데다, 길거리나 학교 술집 등 모든 곳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던 덕분이다. 솔로 음반을 내는 것은 물론 보컬그룹 쿠아르테토 다이다, 밴드 아이다 디에스트로 등 여러 팀을 거친 그는 67세의 나이에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프로듀서 라이 쿠더가 노장 연주자들을 불러 모아 만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활동하면서다. 평균 연령 70대의 이 재즈 그룹은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했다.

그 중엔 쿠바와 단교 상태이던 미국도 있었다. 음악이 정치적인 이념을 무너뜨린 사례다. 오마라 포르투온도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들과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했던 때를 자신의 음악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2005년 작고한 가수 이브라힘 페레르와 함께 무대를 나눴던 기억, 솔로 음반 ‘그라시아스’(Gracias)로 미국 빌보드 시상식 라틴 부문에서 수상했던 기억도 그에겐 소중하다.

이번 ‘서울재즈페스티벌’ 공연은 그의 마지막 월드투어 ‘라스트 키스’(Last Kiss)의 일환이다. 오마라 포르투온도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을 통해 팬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 너무나도 행복하다”며 “마지막 월드투어이니 정말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투어가 끝나도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음악은 계속다. 그는 “새 음반을 만들려고 하는데, 자세한 건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프로젝트와 다큐멘터리 등 많은 일들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일평생 술과 담배를 멀리해온 덕에 90세를 코앞에 두고도 아름다운 목소리와 가창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긴 시간 음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당연히 팬 여러분의 사랑이에요. 그리고 가족 또한 큰 힘이 됐죠. 음악은 제 인생 같아요. 전부랍니다. 제 힘이 다할 때까지 저는 계속 노래하고 춤출 거예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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