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건강 볼모로 이윤만 챙긴 한국백신…결핵백신 부족사태 원인

공정위 "한국백신, 피내용 BCG 백신 공급량 조절"…보건당국 보고도 안해

기사승인 2019-05-16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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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보건당국은 “백신 수급 조절 못해 국민에 공식 사과하기도”

국가가 생후 4주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하는 결핵 백신(피내용 BCG 백신)의 출고를 조절해 공급을 중단한 ㈜한국백신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임원 검찰 고발의 제재가 내려졌다.

한국백신은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인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을 중단해 독점적 이득을 얻었고, 이로 인해 약 140억원의 추가 국고를 사용토록 하는 등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기업 이윤을 챙기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피내용 BCG백신 수입 부족사태로 인해 보건당국(질병관리본부)은 경피용 BCG 백신 무료접종 조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보건당국은 생산물량 축소-공급부족으로 국내 수입량 부족이 발생했다면서 질병관리본부장이 “송구하다”며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기도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확인 결과 2가지 백신을 모두 수입하는 한국백신이 이득을 얻기 위해 국민 건강권을 볼모로 백신 수입량을 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BCG 백신을 독점 수입‧판매하는 한국백신 등(한국백신판매㈜‧㈜한국백신상사 포함)이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 판매 증대를 위해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인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을 중단해 부당하게 독점적 이득을 획득한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000만원 부과, 관련 임원 검찰 고발의 제재를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국가가 무료 필수 접종하는 백신으로 이윤만 남기려 한 ‘한국백신’

BCG(Bacille Calmette-Guérin) 백신은 영‧유아와 소아의 중증 결핵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가 무료로 필수 접종하며, 생후 4주 이내 신생아들에게 접종이 권장된다.

BCG 백신은 접종방법에 따라 피내용 BCG 백신(주사형)과 경피용 BCG 백신(도장형)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피내용 BCG 백신을 국가필수 예방접종 백신으로 지정해 무료 지원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가 허가된 BCG 백신은 SSI사의 피내용, JBL사(Japan BCG Laboratory, 이하 JBL)의 경피용‧피내용 BCG 백신 등 3가지다. SSI사 피내용 BCG 백신은 ㈜엑세스파마(이하 엑세스파마), JBL사 BCG 백신은 한국백신이 국내 독점 판매계약을 통해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공정위는 “엑세스파마는 피내용 BCG 백신을, 한국백신은 주로 경피용 BCG 백신을 수입해 판매하는 전형적인 복점시장(Duopoly)”이라며 “한국백신의 BCG 백신 시장 점유율은 최근 5년간 50%(접종건수 기준)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엑세스파마가 국내 공급을 중단한 2015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국백신은 국내 BCG 백신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독점 공급사업자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월 SSI사 백신부문 민영화 과정에서의 생산중단으로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이 어려워지자,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8월부터 JBL사 피내용 BCG 백신의 국내 공급 방안을 한국백신과 협의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JBL사 경피용 BCG 백신과 동일 균주를 사용하고, 검증된 시설에서 생산돼 안전성‧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JBL사 피내용 BCG 백신 도입을 결정했다.

이에 2016년 3월 한국백신은 JBL사 피내용 BCG 백신 허가를 획득하고 2016년도에 총 2만1900세트의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했다. 이어 한국백신은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으로 2017년에도 피내용 BCG 백신 2만세트를 수입하기 위해 2016년 8월 제조업체인 JBL사와 BCG 백신 2만세트 주문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6년 9월 주력제품인 경피용 BCG 백신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한국백신은 이를 증대하기 위해 피내용 BCG 백신 주문을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6년 9월 경피용 BCG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이후 월별 판매량이 8월 2만3394세트에서 11월 1만2242세트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2016년 10월 JBL사에 피내용 BCG 백신 주문량을 1만 세트로 축소하고, 2016년 12월 JBL사와의 업무 협의 과정에서 수정된 주문량 1만 세트도 더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2017년도에 피내용 BCG 백신을 전혀 수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한국백신은 주문 취소 과정에서 국가필수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질병관리본부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았고, 취소한 이후에도 이를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건강 볼모로 이윤만 챙긴 한국백신…결핵백신 부족사태 원인◇공정위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 사업자 법 위반 행위 제재”

한국백신이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하지 않자 결국 보간당국은 차질없는 신생아 결핵 예방을 위해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 임시 무료예방접종을 2017년 10월16일부터 2018년 1월15일까지 시행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피내용 BCG 백신 공급 중단이 지속되자 임시 무료예방접종을 같은 6월15일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당시 엑세스파마가 수입판매하는 AJ사(구 SSI사)의 피내용 BCG 백신의 국내 공급 재개 이후 임시 무료예방접종이 작년 6월16일자로 종료됐다.

공정위는 해당 기간 동안 경피용 BCG 백신 사용량과 BCG 백신 전체 매출액이 급증해 한국백신은 독점적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 분석 결과 경피요 BCG 백신 월평균 사용량은 2만7566세트로 직전 월 대비 약 88.6%, BCG 백신 월평균 매출액은 7억6200만원으로 직전 월 대비 6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피내용 BCG 백신을 선호하는 신생아 보호자들은 경피용 BCG 백신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어 선택권이 제한됐다. 특히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을 국가가 무료로 지원(임시 무료예방접종)해 준 결과 약 14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돼 국고 손실도 야기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중 부당한 출고 조절행위’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한국백신을 포함한 3개 회사에 시정명령과 9억9000만원의 과장금을 부과했다. 또 한국백신대표이사 최덕호, RA 본부장 하성배 등 임원 2명을 검찰해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백신상사는 피내용‧경피용 BCG 백신을 수입하고, ㈜한국백신은 피내용 BCG 백신 판매, 한국백신판매㈜는 경피용 BCG 백신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또 공정위는 3개 회사 모두 한국백신 하창화 회장과 아들인 하성배 본부장 등 가족이 100% 지배하는 회사로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부당한 출고조절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조치는 1998년 11월 ㈜신동방의 대두유 출고조절 건 이후 약 20년만에 이뤄진 것”이라며 “신생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 사업자의 출고조절행위를 최초로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건강 및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약분야 사업자의 법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보건복지부 등 유관 기관과 효율적인 모니터링과 신속한 조치를 위해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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