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박효신 “외로워 말아요, 나의 연인들이여”

박효신 “외로워 말아요, 나의 연인들이여”

기사승인 2019-06-30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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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효신의 미공개 신곡 ‘V’는 날아가는 새에게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박효신은 V자 모양으로 무리를 지어 나는 새들을 보며 ‘우리들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도 새들처럼 자신이 알지 못하는 순간에마저 누군가와 함께 있으며, 설령 잠시 혼자가 되더라도 무리 지어 나는 새들을 보며 그들과 하나가 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지난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박효신 라이브 2019 러버스: 웨어 이즈 유어 러브?’(박효신 LIVE 2019 LOVERS:where is your love)에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다.

“그러니까, 제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돈 비 론리 마이 러버스’(Don’t be lonely my lovers·외로워하지 말아요, 내 연인이여)”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박효신은 말했다. 또 다른 신곡 ‘앨리스’(Alice)와 ‘더 캐슬 오브 졸타’(The Castle Of Zoltar), 그리고 ‘V’까지 세 곡을 연달아 부르고 난 참이었다. ‘돈 비 론리 마이 러버스’는 ‘V’에 여러 번 등장하는 가사다. 박효신은 “혼자라고 느끼는 때에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있다”면서 “우리가 도착한 그 어딘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신은 관객들을 ‘연인’이라고 불렀다. 서로를 지탱해주고 보듬어준다는 의미에서다. 공연 시작 한 시간 전 발매된 ‘연인’(戀人)을 시작으로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 ‘아임 유어 프렌드’(I’m your friend), ‘바람이 부네요’, ‘겨울소리’, ‘홈’(Home) 등을 선곡한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너’를 향한 위로와 지지를 담은 노래들을 통해 박효신은 관객들을 하나로 모으고 그들의 마음을 달래줬다. 박효신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직접 가사를 쓴 ‘1991년 찬 바람이 불던 밤’을 통해서는 그가 가장 절대적인 사랑이라고 느꼈다던 가족애를 표현하기도 했다.

[쿡리뷰] 박효신 “외로워 말아요, 나의 연인들이여”이번 공연은 3년 전 열린 ‘아이 엠 어 드리머’(I am a dreamer) 콘서트와 마찬가지로 360° 무대로 꾸며졌다. 박효신은 폐가 5개 쯤 되거나 심장이 2개 쯤 되는 것 같았다. 4시간 동안 쉼 없이 공연장을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면서도, 음정이 흔들리기는커녕 목소리의 기세가 더욱 좋아져서다. 10여대의 스피커는 높은 해상도의 소리를 자랑했고, 공연장 전체를 둘러싼 듯한 LED 전광판과 원격조종 야광 밴드, 움직이는 밴드 무대 등이 볼거리를 더했다. 박효신은 “10개월 전부터 준비한 공연”이라며 “이번 콘서트에 국내 최다 물량이 들어왔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다음달 13일까지 팬미팅 포함 총 8회에 걸쳐 열리는 박효신의 공연에는 약 11만명의 관객이 다녀갈 전망이다. 국내 솔로 가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체조경기장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 수다.

이날 박효신은 ‘당신의 사랑은 어디에 있나요?’라는 질문에 ‘바로 여기, 우리가 가는 모든 길에’라는 답을 내놨다. 마지막곡 ‘연인’을 부르며 객석을 보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괬다. 하지만 그는 더는 외롭지 않다고 했다. 무대 뒤편에선 밴드 멤버들이 손 악기를 연주하며, 얼굴엔 미소를 머금은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뜻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박효신의 마지막 인사는 그 어떤 절창만큼이나 긴 여운을 남겼다. 

“오늘 저의 연인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여러분의 연인이 되었기를. 박효신이었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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