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양시의회를 해산하고 폐쇄한다면?

입력 2019-07-14 14: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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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파렴치하고 뻔뻔하다.” “분통이 터져 못 견딜 지경이다.” “저런 시의원을 두고 있는 고양시에서 살고 있는 게 부끄럽다.” “이번 기회에 아예 시의회 문을 닫게 해야 한다.”

경기도 고양시의회 한 시의원의 일탈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서현 의원이 주취 상태서 본회의 시정질의를 하고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에 대한 거짓말까지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의 비난과 성토가 폭포수같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대놓고 막말과 욕설을 퍼붓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고양시가 발칵 뒤집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10일 오전 고양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장에서 김 의원이 술 냄새를 풍기자 한 시민이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면서다. 경찰에 의해 인근 지구대로 동행된 김 의원의 음주측정에서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나왔다. 당연히 이어진 경찰의 음주운전 여부 조사에서 김 의원은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거짓말은 금방 들통 났다. 김 의원 아파트단지 CCTV에서 이날 본회의 시작 직전 직접 차량을 운전해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나가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주취 문제로 본회의장에서 소란이 일어난 가운데서도 시정질의를 강행하는 용감함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차후 일어날 소동을 충분히 예상했음직한데도 더욱 용감하게 다음날 시의회 건설교통위 소속 동료의원들과 함께 미국으로 79일간의 해외연수를 떠났다.

고양시의회 의원들의 음주운전 사태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새해 첫날 채우석 의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분리대 화단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어 지난 5월 김완규 의원이 만취상태로 자신의 아파트단지에서 운전하다 적발됐다. 이들 두 의원은 지금 보란 듯이 의정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음주운전 못하면 고양시의원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도 하게 됐다.

더구나 이번 김 의원 사태의 경우 시의회가 한바탕 거센 소용돌이에 빠진 와중에 일어나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야 간 정파갈등으로 본회의 일정이 파행을 빚는 속에서 일부 의원과 시민들 사이에서 막말과 욕설, 폭행사건까지 터졌던 것이다.

[시론] 고양시의회를 해산하고 폐쇄한다면?

이쯤 되면 누구라도 고양시의회의 현재 일그러진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좀 더 자세하게 그리고 깊이 파고들면 참담함을 금할 수 없게 된다. 굳이 그들의 음주 문제만이 아니다. ‘참으로 대단하신 의원 나리들의 참으로 훌륭하신 활동상이 곳곳에서 노정되고 있다.

너무 과장하지 않느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시민과의 소송에 걸려 있는 한 의원을 취재차 찾았다가 그로부터 공갈협박에 가까운 말을 듣고는 아연실색한 적도 있다. 취재기자에게 그럴 정도면 일반 시민들에게는 어떨까 충분히 짐작된다. 실제로 그에 대한 악평은 지역에서 파다하다.

혹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의정활동에 매진하고 있는데 도매금으로 당하는 게 억울하다고 항변할 의원이 있다면 정중히 이해해주길 부탁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보편적인 현실인 것을.

기자는 지난해 민선 8기 지방의회 시작 즈음 지방의원 아무나 한다’(쿠키뉴스 201871일자)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지방의원들의 자격과 자질에 대해 쓴 글이다. 정당 공천만 받으면, 지역위원장 비위만 잘 맞추면 누구나 지방의원을 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쓴 글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요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방의원 아무나 못한다는 것이다. 파렴치하고 뻔뻔해야 하고, 술수에 능한 자라야 지방의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수많은 지방의원 나리들을 보면서 그렇게 됐다.

알고 보면 이는 고양시의회만의 문제가 아니긴 하다. 우리나라 전체 지방의회에서 비슷하다. 지방의원들의 무능과 부패, 비리에 관한 뉴스가 전국적으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지방의회 무용론은 너무 식상하다. 대신 지방의회 해악론을 넘어 폐지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주민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지방의회를 없애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 상에서도 차고 넘친다.

불현듯 퇴계 이황 선생에 관한 책 함양(涵養)과 체찰(體察)’이 떠오른다. 선생은 능력이나 품성을 기르고 닦는 함양과 자신을 자세히 살펴본다는 체찰을 평생의 신조로 삼았다고 한다. 지방의원 나리들에게 이를 권한다면 과도한 요구일까.

김 의원이 해외연수랍시고 미국으로 훌쩍 떠난 날 저녁 어느 모임에서 한 참석자의 다소 엉뚱한 제안이 호응을 받았다. 그의 말인즉 이번 기회에 고양시민의 힘으로 고양시의회를 해산시키고 문을 닫게 하자는 것이었다. 고양시의회를 시범 케이스로 만들어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어 보자는 설명이었다. 얼핏 황당한 듯했지만 일리가 있는 듯했다. 실제로 그의 제안에 맞장구를 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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