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불매 운동에도 여전한 일본 IP 파워

기사승인 2019-07-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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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로그인] 불매 운동에도 여전한 일본 IP 파워

일본 불매 운동과 반일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게임 업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적 보복으로 일본 정부는 국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소재가 포함된 핵심 전자 소재를 한국에 수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발해 국내에선 ‘보이콧 재팬’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국적인 일본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여행 취소가 잇따라 발생하자 일부 여행사는 일본 상품 패키지를 철회했고 유명 일본 여행 카페는 휴면을 선언했다. 일본 상품에 대한 정보와 대체 상품을 공유하는 사이트는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게임 업계도 일본 불매 운동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넥슨은 18일 글로벌 출시 예정이던 ‘시노앨리스’의 일정을 연기했다. 시노앨리스는 일본 스퀘어에닉스가 개발하고 ‘니어: 오토마타’로 유명세를 떨친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참여한 판타지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다. 일본에서 출시되자마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석권했고 누적 이용자 수 400만 이상을 기록했다. 

국내 출시 사전 등록자도 100만을 넘긴 시노앨리스는 넥슨이 올해 하반기 초기대작으로 꼽았던 작품이다. 넥슨 측은 “더 높은 만족도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완벽한 현지화를 준비하고자 글로벌 서비스를 연기했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부정적인 시장 분위기를 의식한 모양새다. 

지난 10일 닌텐도, NHN, 라인이 공동 개발한 ‘닥터 마리오 월드’ 같은 경우 국내에서 눈에 띄는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일본 세가의 한국 법인인 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지난 19일 진행 예정이었던 신작 발표회를 돌연 취소했다.

하지만 업계의 이런 조심스런 분위기 속에도 게임 시장에서 일본 IP의 강세는 여전하다.

지롱게임즈의 ‘랑그릿사’, 넷마블의 ‘일곱개의 대죄 : 그랜드 크로스’,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 등 일본의 유명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들은 여전히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10권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사이게임즈에서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에서 서비스하는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같은 경우 규제 발표 이후 구글 매출 10위권에서 20위권까지 떨어졌지만 이는 업데이트 주기의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콘솔 게임 업계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콘솔 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회사는 일본의 소니와 닌텐도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의 스위치는 콘솔 업계를 양분하고 있다. 뚜렷한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콘솔 시장은 불매운동의 영향이 더욱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예로 지난 5일부터 예약 판매가 시작된 닌텐도 스위치 타이틀 ‘파이어 엠블렘 : 풍화설월 한정판’은 국내 다수 예약 사이트에서 이미 매진을 기록했다. 

게임의 특성 상 IP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특히 90년대부터 게임 강국이었던 일본의 ‘IP 파워’는 오랜 기간 누적된 인지도만큼 하루아침에 사라지기 어렵다.

일례로 스퀘어에닉스나 코지마 히데오 등 유명 개발사 또는 디렉터의 이름이 거론되면 출시 전부터 이목이 집중된다. 지속적으로 형성된 팬덤의 지지기반이 단기간 내에 국제 정세 등 외부 요인으로부터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생활 용품, 의류에는 지속적으로 불매할 의사가 있지만 게임은 완전히 배재하기 힘들다는 이용자 의견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집에 있는 일본 제품은 다 버렸는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 플레이스테이션이다”고 밝혔다. 다른 이용자는 “한 달에 4~5개 사던 게임을 1~2개로 줄일 수는 있겠지만 기대작들은 일단은 사고 볼 것 같다”고 글을 남겼다. 

특히 일반적으로 이용자들의 게임 구매 결정에 가장 우선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은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다. 일본 게임이든 일본 IP를 사용하든, 게임 이용자들의 눈길을 끄는 ‘명작’이라면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

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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