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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역사 숨길 수 없다는 하루키, 소녀상 숨기려는 아베

역사 숨길 수 없다는 하루키, 소녀상 숨기려는 아베

정진용 기자입력 : 2019.08.05 14:20:48 | 수정 : 2019.08.05 14:26:51

일본 전시회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됐습니다. 일본 정부가 사상 검열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진행되던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강제로 중단됐습니다. 소녀상은 특별기획전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 작품 중 하나였는데요. ‘표현의 부자유’ 전시는 그간 외압과 제재로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소녀상은 이 전시회에서조차 거부당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소녀상이 보이지 않게 커다란 가벽이 설치됐고, 경비 인력과 직원 등의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고 하네요.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 표면적 이유는 우익 진영의 협박성 항의입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릅니다. 전시회 관계자는 일본 정부 외압을 시사했습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관계자는 3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의 일방적 통보로 소녀상 전시가 이날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같은날 오무라 지사는 “철거하지 않으면 휘발유 통을 들고 전시장에 가겠다”는 테러 예고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시 파행은 개막 당시부터 예고됐습니다. 스가 관방장관은 “정부 보조금 교부 관련 사실 관계를 조사하겠다”며 정부 차원의 외압을 넣었습니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시 시장은 “위안부 문제가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망언까지 쏟아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큐레이터들은 “역사적 폭거”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도나미 고지 와사데 명예교수 말을 인용해 “정치가가 전시 내용에 대해 중단을 요구하고 보조금을 점검하겠다고 말한 것은 넓은 의미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와 검열 행위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소녀상 전시 중단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주최측이 밝힌 비열한 협박성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도 보도했죠.

소녀상 전시를 막으려는 일본 정부 행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주독 일본대사관은 지난 2일 베를린의 여성 예술가 전시관인 ‘게독’(GEDOK)이 시작한 한 전시회에 소녀상이 출품되자 철거 압력을 넣었습니다. 결국 전시장에서 소녀상은 철거됐습니다. 앞서 지난 2017년에는 독일 베를린 소도시 라벤스브뤼크의 옛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에서 10cm가 안 되는 ‘작은 소녀상’을 한국 관련 시민단체로부터 선물 받아 전시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소녀상은 전시작품에서 제외됐습니다.

필사적으로 소녀상 전시를 막으려는 일본. 거꾸로 말하면 소녀상을 굉장히 두려워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의 과거를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에 바탕을 두고 극우,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해왔습니다. 정경분리 원칙을 깨고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 삼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하는 등 한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습니다. 

소녀상 전시를 막는다고 위안부, 강제징용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으로 오히려 일본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 역사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모습이 전세계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또 한국에서 부는 불매운동, 나아가 도쿄올림픽 ‘보이콧’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는 아무리 구멍을 파서 숨기려 해도 나올 때는 나온다”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과 ‘해변의 카프카’ 등으로 한국에서도 독자층이 두터운 일본의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0)의 말입니다. 그는 일본 사회가 침략의 과거사를 마주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일본 사회에 던져왔습니다. 무라카미는 지난 2월 프랑스에서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자기 나라에 좋은 역사 만을 젊은 세대에 전하려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역사는 취사선택할 수 없다는 명제. 왜 아베 총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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