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증권사 전산사고...“합리적 보상 의지 없다”

기사승인 2019-08-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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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증권사 전산사고...“합리적 보상 의지 없다”

거래시스템에서 전산 사고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증권사들의 보상 대응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유진투자증권 유창수 대표이사는 지난 9일 발생한 주식거래시스템 장애 사고에 대해 “고객님들께 피해를 드린 점에 대해 당사의 모든 임직원들은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IT 인력 확충과 시스템 정비 등 철저한 재발 방지 방안을 수립,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진투자증권 측이 보상 대책을 공개하고 재발 방지 입장을 내놨음에도 고객 불만은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피해 투자자들은 집단 소송 추진과 더불어 금융감독원 집단 민원 제기에 나섰다. 

법률사무소 선 서진영 변호사는 “유진투자증권의 공식 보상 방침은 매우 모호하다. 보상액을 임의로 산정하겠다는 것인데, 금액이 실제 손해액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보상 기간도 KB증권의 선례를 감안하면 유진투자증권에서 제시한 것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월 발생한 KB증권의 전산장애 피해 고객들은 자체적 보상 절차를 기다리다 원만한 보상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달 7월 초 소송에 들어갔다. 전산장애 사태 발생 4개월이 넘어서다.

주식거래시스템 전산사고로 인한 고객 피해는 각 증권사별 내부 보상 규정에 따라서 보상이 이뤄진다. 홈페이지상에 공개된 규정에 따르면 대다수의 증권사가 전산사고 대응 보상 범주를 ‘매도 주문’건으로 한정하고 있다. 전산장애로 인해 매수에 나서지 못한 기회비용과 위자료 등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증권사는 금감원 민원이나 개별 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증권사에서는 보상 규정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보상 기준은 사태 발생 시 태스크포스(TF)나 별도의 심의기구를 꾸려서 건별로 심사해 대처한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사실상 사례가 건별로 너무 다양해 전산사고에 대한 보상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며 “전산장애에 대한 대응 매뉴얼은 있지만, 대다수의 증권사가 사태 발생 시 심의기구를 마련하고 민원 건에 대한 점검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피해 고객들 사이에서는 증권사들이 부실한 전산체계로 인한 피해 대처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사태로 피해를 입은 한 고객(40대·서울)은 “나는 피해 금액이 크지 않아 소송 참여도 어렵다. 전산장애로 인해 시간을 버리고, 스트레스만 상당히 받았다”며 “이번 사태로 거래를 옮기려고 알아보는 중인데, 다른 증권사들도 미덥지 않다. 대형 증권사들도 툭하면 전산장애 소식이 들리고, 이에 대한 피해보상은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증권사 전산거래시스템 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대 증권사 내에서 전산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총괄국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금융민원 발생 및 처리 동향'에 따르면 해당 기간 국내 금융민원은 1만922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34건)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분쟁민원은 6514건으로 6.9%(423건) 늘었다. 금융투자 민원 999건 중 658건이 증권 민원이며 ▲내부통제 ▲사이버거래시스템 장애·증권사 내부업무처리 관련사항 등 전산 ▲매매주문·일임매매 등 주식매매 등의 민원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658건이 증권 민원으로 ▲내부통제 ▲사이버거래시스템 장애·증권사 내부업무처리 관련사항 등 전산 ▲매매주문·일임매매 등 주식매매 등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증권사들이 대체로 전산사고에 대해 불가항력적 사고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증권사 대표들도 고객 피해에 무감각하고 개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며 “투자자 피해 보상에 대해 대다수가 소극적인데, 이런 점이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문제는 감독당국의 합리적인 보상 가이드라인 제시가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에서 합리적 배상을 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고 비판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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