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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산 식품, 소비자가 알아서 걸러라?…원산지 표기 ‘있으나마나’

정진용 기자입력 : 2019.08.15 06:10:00 | 수정 : 2019.08.15 09:22:38

#포장지만 봐도 일본 식품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뒷면 원산지 표기란에 ‘일본’만 써있어서 불안해요. 소비자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어느 지역’에서 생산됐는지 입니다. 차라리 한자라도 읽을 줄 안다면 좋을 텐데 너무 답답해요”-학부모 김모(36.여)씨

#한 소비자는 올해 초 제품 바코드를 입력하면 해당 제품 제조 공장들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했다. 공장이 여러 곳에 있을 경우 특정하기 힘들다는 한계에도 후기에는 호평 일색이다. 한 사용자는 “이런 애플리케이션은 개인이 아니라 나라가 만들어야 맞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본 수입 식품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높다. 국민 건강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원산지 표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국민 10명 중 7명이 2020년 도쿄올림픽 보이콧(조직적 거부운동)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선수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추가 안전조치가 없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응답이 68.9%에 달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올림픽 선수단 식단을 후쿠시마산 농수산물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게 불에 기름을 부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9월 후쿠시마 등 8개현(후쿠시마, 군마, 토치키, 치바, 이바라키, 이와테, 아오모리)의 수산물 수입을 중단했다.

그러나 수산물 가공품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수산물 가공품이란 수산물에 식품 또는 식품 첨가물을 가하거나, 그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분쇄, 절단 등)시키거나, 이와 같이 변형시킨 것을 서로 혼합 또는 이 혼합물에 식품 또는 식품 첨가물을 사용해 제조·가공·포장한 식품을 말한다. 명태알 샐러드를 예로 들 수 있다.

다만 수산물을 자르고 껍질을 벗기고 소금에 절이거나 숙성하는 등 단순 처리한 것은 제외다. 이에 따라 젓갈, 가쓰오부시는 수산물로 분류된다.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수입식품 등 검사 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후쿠시마 식품 472.26t을 수입했다. 품목별로 따져보자면 수산물 가공품과 캔디류(사탕)이 가장 많았다. △2013년 72.86t △2014년 73.59t △2015년 82.82t △2016년 117.28t △2017년 125.72t 이었다.

후쿠시마 인근 7개현에서 수입한 식품까지 따지면 수치는 급증한다. 지난 2017년에는 총 6926t에 달했다. 도치기현(2452t), 이바라키현(2122t), 지바현(1579t), 군마현(558t), 아오모리현(101t), 이와테현(59t), 미야기현(55t) 순이었다. 도치기현에서는 청주 820t을, 지바현에서는 양조간장 753t을 수출했다.

가공식품도 방사능 오염의 예외가 아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18 일본 농수산물식품 방사능 검사’ 결과에 따르면 야생육(44.6%), 농산물(18.1%), 수산물(7.0%)의 뒤를 이어 기타가공식품에서 2.5%로 방사성물질(세슘) 검출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현재 방사성물질 검사를 진행할 때 검출한계치가 대부분 kg당 25베크렐인 측정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허점을 고려하면 위험은 더욱 커진다. 

후쿠시마산 식품이 한 해에 100t 넘게 수입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는 일본 수입 식품이 어느 지방에서 가공됐는지, 원료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알기 어렵다. 정식 통관절차를 거친 수입제품에는 한글로 된 ‘식품 위생법에 의한 한글표시사항’이 적힌 별도 스티커가 부착 돼있다. 그러나 원산지에는 국가명인 ‘일본’ 외에 다른 정보는 전혀 없다. 현행 대외무역관리규정 제76조 ‘수입 물품 원산지 표시의 일반원칙’에 따르면 수입물품 원산지는 국가명까지 표기한다. 또 수입 가공식품의 원료의 원산지 표기는 의무가 아니다.

제조공장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려면 소비자들은 구글맵, 일본 업체 사이트 등을 이용해 일일이 검색해야 한다. 식약처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식품안전나라’ 역시 식품 이름을 검색하면 제조공장 명칭이 나오긴 하지만 주소는 소비자가 직접 알아봐야 한다.

식약처의 방사능 검사는 소량의 방사성물질은 걸러내지 못하는 구조다. 식약처는 기준치(세슘·요오드 kg당 100베크렐)를 넘은 식품은 반송하고,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수입업체에 스트론튬과 플루토늄 등 기타 핵종 검사 증명서를 요구해 사실상 수입을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사능 검사는 kg당 0.5베크렐 이상부터 측정할 수 있다. 0.5베크렐 미만 식품은 ‘적합’ 판정을 받아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지난 4월 일본산 식품에 한해 제조업체 소재지를 식품안전나라에 현 단위(우리나라의 ‘도’ 단위)까지 표기하는 방안을 거론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안전나라에 소재지 정보를 추가하는 방안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패소했을 경우를 대비해 나온 내용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승소하긴 했지만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다만 소재지까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통상규범에 따라 특정국가에만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관계자는 “원산지에 지역명까지 표기하는 부분은 농수산물 원산지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의 개정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방사능 검사에 대해서는 “0.5베크렐은 기계가 측정할 수 있는 한계치”라며 “0.5베크렐 미만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미량의 방사성 물질도 누적 섭취할 시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원자력안전위원회 출신)는 “방사성물질이 몸 속으로 들어오는 내부피폭은 세포와 유전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부피폭과 차원이 다르다”며 “특히 암과 유전병이 미량의 방사성물질에도 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환경단체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세슘이 미량으로 검출된 식품이라도 지속적으로 섭취했을 때 그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도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구매 시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원산지 정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는 것은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라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정보의 투명한 공개다. 정부가 국민이 먹거리만큼은 안심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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