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사회적 배려자에게 배려 부족한 공공임대

수도권 국가유공자, 연평균 100명 입주… 정보제공도, 관리도 ‘미흡’

기사승인 2019-08-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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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국가유공자, 연평균 100명 입주… 정보제공도, 관리도 ‘미흡’

#. 2007년 군대에서 상해를 입어 국가유공자가 된 A씨(당시 만 26세). ‘6급 보훈대상자’로 2008년 서울에 정착한 그는 2010년 거주할 곳을 찾다 우연한 기회에 사회적 배려자를 위한 공공임대 우선공급제도를 알게 됐다. 이듬해 신청기간에 맞춰 어렵게 신청을 마쳤다. 당시 받은 순번은 1만번대 초반이었다.

하지만 10년 가까지 지난 지금 A씨의 공공임대 우선공급 순번은 8900번대 후반이다. 국가유공자의 공공임대 우선공급을 접수·관리하는 국가보훈처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연평균 100명만이 수도권에서 주거안정의 혜택을 누렸을 뿐이다. 정부가 주거복지를 내세우는 상황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한 국가보훈처 산하 지청에 근무하는 보훈복지 담당공무원은 “자격과 자금이 된다면 차라리 공공임대 우선공급을 기다리기보다는 특별분양을 신청하는게 났다”면서 “공급물량 자체가 2대 8로 특별분양이 많은데다 장기적 관점에서 분양이 이득”이라고 사견을 전제로 말했다. 공급이 많아도 현실을 부합하지 못해 선택을 하기도 어렵고, 해도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비단 A씨와 같은 국가유공자만에게만 벌어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임완섭 연구위원이 연구해 지난 14일 발표한 ‘복지분야 사각지대와 부정수급에 대한 복지서비스 공급자의 인식비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50개 시군구청 복지담당자를 비롯 700명의 지역복지업무 담당자의 43.2%가 복지사각지대가 많다고 응답했고, 심각한 분야 중 3번째로 ‘공공임대주택(12.7%)’를 꼽았다.

그 때문인지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실태조사와 임차권 양도, 전대 등 부정입주를 방지해 공공임대주택 실수요자의 거주권 보호하는 것을 핵심으로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제도화과정을 거치게 됐다. 그러나 주거안정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먼 이야기인 듯하다.

◇ 공급부족, 부실시공 앞선 관리주체

A씨처럼 입주단계에서의 문제에 대해서도 토로하는 민원들은 계속해서 쏟아지는 듯하다. 전영훈 중앙대학교 교수가 지난 5월 29일 ‘단지에서 마을로, 공공이 선도하는 공동체APT 구축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공개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주거환경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주자격을 충족하기 어려워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입주자격에 부합해 입주를 해도 응답자의 80% 가량이 좁은 공급면적에, 55% 가량이 방의 개수에 불만을 토로했다. 대중교통이나 직장 및 생활편의시설과의 접근성에서도 60% 내외가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전 교수는 “공급 대부분이 소형면적이며 지역에 관계없이 획일적인 계획, 제한된 재료사용과 부실시공, 기타 하자가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작 사회적 배려자에게 배려 부족한 공공임대

박주선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열린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현실과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임대주택의 역사는 50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거안정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물량에 치우친 정책은 주민들 삶의 질을 고려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제도의 허점을 노린 건설사들의 불공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 저소득가구, 그 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 장애인, 국가유공자,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등 사회적 배려층에게 안정적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국내 주거복지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정책이라고 소개되지만, 정작 들어가기 힘들고, 들어가도 높은 임대료와 부실시공 등으로 임대주택 공급사의 돈주머니 혹은 호구로 전락하기 일쑤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전국 임대아파트 피해자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관계법과 관련제도가 미흡해 사회적 약자인 무주택 서민들이 더 이상 (고액 분양가 책정, 부실시공 등) 이와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회에서 초당적으로 관련법 개정과 관련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제기를 두고 근본적 원인은 공급이 아닌 관리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공임대주택의 종류가 지나치게 많은데다 공급주택 종류별 기준이나 대상 등에 대한 관리주체가 국토교통부와 국가보훈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한국주택공사(LH) 등으로 나뉘어있어 적합한 임대물량을 확인하고 신청하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A씨는 “사회적 배려층이라고 총칭된 이들은 생활에 쫒기거나 신체적·정신적 문제로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에겐) 그저 피곤한 몸을 누일 수 있는 집이 필요할 뿐이다.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한 통일된 체계나 관리주체를 설정해 배려가 필요한 이들에게 정작 배려가 없는 현실을 개선해야한다”고 당부와 안타까움을 함께 전했다.

한 민간임대주택 거주자 대표도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임대사업자는 300세대 이상인 경우 주택관리업자(관리사무소)에게 관리를 위탁하거나 자체 관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표면상일 뿐 건설사가 직접 관리하는 형태다. 하지만 관리사무소는 임차인의 편의보다는 건설사의 눈치만 보게 된다”면서 “통제장치가 부족하다”고 제도적 관리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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