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퍼시픽 항공, 이번엔 짐 따로 승객 따로···"보상할 생각 없다"

입력 2019-08-27 15:38:39
- + 인쇄

최근 한 달새 팬퍼시픽 항공사에서 운영하는 항공기가 기체결함으로 세 번이나 연착되면서 항공기 안전에 구멍이 생긴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 칼리보 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을 왕복하는 팬퍼시픽 항공기는 지난 22일과 29일(현지시간) 항공기 기체결함 등의 이유로 각각 10시간과 7시간이 넘도록 연착됐다. 또 지난 22일에는 칼리보발 팬퍼식픽 항공기 8Y700편이 2시간 가량 연착되면서 승객들의 짐을 비행기에 싣지 않았고, 이 사실을 승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팬퍼시픽 항공 한 관계자는 "이 항공기 8Y700편에 탑승한 승객은 120명, 승객들의 (위탁)수하물은 130개 정도"라면서 "이 항공기는 2시간가량 연착됐으며, 수하물은 택배를 통해 그 다음날 승객들 집으로 배송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항공편을 이용한 최모씨는 "칼리보 공항에서 수화물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들은 바 없으며,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항공사측에서 '수하물 지연도착 안내문'만 나눠줬다"면서 "출근을 해야 하는데 자동차 키, 귀중품 등이 수하물 내에 있어 어처구니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이 항공사 관계자는 "칼리보 공항에서 수화물에 대한 사실을 승객들에게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지에는 한국어를 하는 승무원이 없어 영어로 전달하다보니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승객들이 알아 듣지 못한 것 같다"고 변명했다.

또 "비행기에 짐을 싣지 못한 이유는 기체결함 때문으로 짐까지 싣게 되면 기체가 무게를 못견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면서 "비행기에 짐을 실을지 여부를 결정하느라 연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규정상 수하물 지연도착에 대한 보상은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팬퍼시픽 항공은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승객들에게 '수하물 지연도착 안내문'을 나눠주며, 수하물이 같은 항공편으로 도착하지 못한 이유를 '기체결함' 때문이 아닌 '칼리보 공항 사정'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며 끝까지 승객들에게 올바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팬퍼시픽 항공사의 항공기 BY700편은 지난달 22일 오후 11시20분(현지시간) 필리핀 칼리보 국제공항에서 기체결함으로 10시간32분 지연됐다. 당시 팬퍼시픽 항공사는 기체결함 사실을 승객들에 알리지 않아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기약없이 공항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이 항공기에는 175명의 승객들이 탑승했었고, 팬퍼시픽 항공은 이 승객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비행기에서 내리는 승객들에게 지연에 대한 어떤 설명이나 사과도 없이 1인당 10만원을 지연보상금으로 지급한다는 안내문만 나눠 줬다.

지난달 29일에도 칼리보발 인천행 팬퍼시픽 8Y704편이 기체결함으로 7시간 넘게 연착됐다. 이 때도 팬퍼시픽 항공사는 제대로 된 안내를 하지 않아 승객 120명은 7시간 넘게 공항 탑승장에서 밤샘 노숙을 했으며,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에게 지연 등에 대한 상황설명도 하지 않고 보상금 안내문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팬퍼시픽 항공사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항공기가 연착이나 결항됐을 때 지급하는 지연보상금 기준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팬퍼시픽 항공사는 이 지연보상금에 대한 기준을 회사기밀이라면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26일 지연보상금 안내문을 받은 한 승객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지연보상금 규정대로 보상이 이뤄지는지 확인하고 싶어 팬퍼시픽 항공사에 지연보상금 규정 공개를 유선상으로 여러 번 요구했다. 이때 전화 응대한 이 회사 팀장은 "지연보상금에 대한 자체 기준이 있지만 공개해줄 수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팬퍼시픽 항공, 이번엔 짐 따로 승객 따로···

팬퍼시픽 항공사는 180석 규모의 에어버스 320-232 기종 4대를 운용 중이다. 칼리보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서울에 도착하면 다시 승객을 태워 칼리보로 출발하는 방식으로 항공기를 운영한다. 이러다보니 칼리보나 인천공항 중 어느 한 곳에서 기체결함 등으로 연착이나 결항이 되면 다른 곳의 항공기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된다. 

지난 22일 이 항공사의 승객이 120명을 넘었다면 어땠을까. (위탁)수하물의 무게 때문에 8Y700편은 짐을 싣지 못했다. 팬퍽시픽 항공사는 휴대수하물이 아닌 위탁수하물의 경우 20kg까지 무료다. 이날 130개의 위탁수하물은 한 개당 20Kg이라면 2600kg이다. 만약 이날 승객이 45명 많은 165명이었다면 팬퍼시픽 항공기는 결항됐거나 끔찍한 사고로 연결될 수 있었다. 승객 1인당 몸무게를 60kg으로 가정하면 45명의 몸무게는 2700kg으로 위탁수하물 130개 무게인 2600kg보다 무겁다.

팬퍼시픽 항공(8Y)은 오는 10월 2일부터 인천(ICN)-클락(CRK) 노선을 취항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항공사의 항공기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한 팬퍼시픽 항공사의 잦은 연착과 무성의한 민원응대는 승객들의 불만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박진영 기자 bigma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