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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왜 사람들은 '와우 클래식'에 열광할까

문창완 기자입력 : 2019.09.12 06:00:00 | 수정 : 2019.09.16 09:40:59

2004년 전세계를 강타했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8월 27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클래식 버전으로 돌아왔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와우 클래식)은 지난 15년간 사랑을 받아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7개의 확장팩 이전, 즉 오리지널 버전(1.12 패치)의 모습으로 재구현한 게임이다. 

와우 클래식이 출시되기 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옛 버전의 와우를 반길 이들이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J. 알랜 블랙 블리자드 사장은 2013년 인터뷰에서 클래식 버전 서버를 출시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나오면 안 할 것(You think you do, but you don't)”이라며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와우 클래식은 세상에 나왔다. 재미있게도 와우 클래식 출시를 직접 발표한 사람이 알랜 사장이었다. 그는 8월 20일 인터뷰에서 “2013년 발언에는 실수가 있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은 ‘향수’를 떠오를 때 좋은 기억만을 떠올린다는 것, 즉 좋은 것만 기억하고 나빴던 기억은 잊는다는 것이었다”며 그때 당시에는 기술적인 이슈도 있었고 구현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았고 기존의 와우와 와우 클래식 모두 운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와우 클래식 출시 발표는 내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다르게 와우 클래식은 출시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방송 플랫폼 ‘트위치’는 출시일 기준으로 와우 클래식의 최고 동시 시청자수가 110만 명 이상을 달했으며 이는 게임 출시일 기준 최고 동시 시청자수 신기록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출시 이후 24시간 동안 총 610만 명이 와우 클래식 관련 방송을 트위치를 통해 시청했다고 전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었다. 와우 클래식의 서버 대기열만 약 1만 명대를 기록했으며 대기시간은 300분대를 훌쩍 넘어갔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와우 클래식 서버에 접속하기 위해 아우성 쳤으며 블리자드 코리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버를 2개에서 4개로 늘렸고 서버 수용 인원도 대폭 확장했다.  

왜 이토록 다들 구시대의 와우에 열광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향수'다. 어릴 때 뛰어놀았던 놀이터,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인상 깊었던 영화, 음악 등 사람들은 늘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와우 클래식은 그 핵심을 정확히 찔렀다. 

와우 클래식은 로그인 화면부터 시작해서 인트로, OST 등을 그대로 구현했다. 심지어 오리지널 당시의 그래픽도 그대로 적용했다. 지금 보면 촌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오리지널 때부터 즐겼던 유저들에게 이 그래픽은 정겹다.

하지만 와우 클래식 붐은 단순히 '추억팔이'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와우 클래식은 작금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감’을 재현했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MMORPG는 마치 현대화된 도시와 같은 인상을 준다. 배경은 환타지 중세지만 지도에는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고 마우스 클릭 한번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지역으로 쉽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성장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혼자서 다수의 적을 거뜬히 상대할 수 있으며 최고급 장비들이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현질’을 통해 성장 속도를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다. 

반면 와우 클래식은 중세 시대 반영을 충실히 했다. 

일단 원하는 지역까지 이동하려면 직접 뛰어가야 한다. 이동 속도를 올려주는 수단인 ‘탈 것’은 레벨 40이 돼야 100골드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해야한다. 심지어 대륙이나 도시 간 이동을 시켜주는 ‘와이번’이나 ‘그리핀’도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시 길 때는 수분이 소요될 때도 있다. 

퀘스트를 수행할 때도 퀘스트 내용을 꼼꼼히 읽어 봐야한다. 목표 장소가 지도에 표시 되지 않기 때문에 마치 나침반을 들고 모험을 떠나듯이 직접 찾아내야 한다. 와우 클래식의 플레이어는 결코 강하지 않기 때문에 퀘스트 수행 시에도 신중해야 한다. 적이 3명 이상만 붙어도 빈사 상태가 되기 일쑤다. 

특히 ‘숙련도’ 기능 때문에 사냥이 더욱 어렵다. 숙련도란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 속성을 사용할수록 늘어나는 수치다. 숙련도가 낮으면 아무리 좋은 장비를 끼고 있어도 적을 때릴 수가 없다. 마치 도검의 장인이 소총을 쓰면 잘 안 맞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때문에 성장이 결코 쉽지가 않다. 1레벨을 올리려면 기존의 MMORPG보다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아이템 획득도 굉장히 어렵다. 장비 등급이 ‘희귀’면 단어 그대로 희귀해서 5인 던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면 구경하기도 힘들다.    

언뜻 보기에는 이 모든 과정이 지루하고 힘들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와우 클래식은 이 모든 것을 ‘재미’로 풀어냈다.

우선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스토리는 오래전부터 유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와우 클래식은 이 탄탄한 스토리를 그대로 녹여냈다. 덕분에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반복적인 사냥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읽듯이 퀘스트 라인을 따라가게 돼 몰입감도 상당하다. 특히 게임 초반에 진행하는 클래스 전용 퀘스트들을 살펴보면 내가 왜 이 클래스를 해야 하는지, 왜 이 스킬을 배워야 하는지 등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생성된다는 것도 와우 클래식만의 차별화 된 장점이다. 

최근에 출시되는 MMORPG들은 방대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편의성을 제공하다 보니 유저들이 직접 의사소통 하는 경우는 굉장히 적어졌다. 예를 들어 던전을 위해 파티를 모집할 때 시스템이 자동으로 매칭을 해주기 때문에 직접 모집할 필요가 없으며 퀘스트나 레벨업 역시 대부분 혼자서 해결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의 MMORPG는 방대한 콘텐츠 안에서 혼자서 게임을 하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다. 

반면 와우 클래식은 ‘소통의 장’을 제공한다. 

와우 클래식은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가 굉장히 적다. 즉 플레이어들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더욱이 게임 난이도가 타 MMORPG에 비해 높기 때문에 주변 플레이어들과의 협력은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훨씬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 이 때문에 와우 클래식을 플레이 하는 동안 “퀘스트 지역이 어디인가요?”, “이 몬스터 같이 잡으실래요?” 등과 같은 대화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던전을 공략할 때도 자동 매칭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직접 파티를 구해야 한다. 던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숙련된 경험자가 새로 온 유저에게 공략법을 설명해줘야 쉽게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며 친분이 쌓인다.

이러한 것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와 유대감이 형성된다. 특히 와우는 크게 ‘호드’와 ‘얼라이언스’ 두 진영 간의 분쟁이 메인 스토리이기 때문에 자신의 소속감도 강해진다. 와우 클래식을 플레이하면서 같은 진영의 플레이어가 적 진영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으면 지원을 해준다거나 버프를 걸어주는 모습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와우 클래식은 일단 최근에 쏟아져 나오는 MMORPG와 다르다. 와우 클래식은 역할수행극이라는 정통 RPG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게임이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와 낭만, 무조건적인 성장보다 모험, 탄탄한 스토리를 강조하지 최근의 MMORPG처럼 자동사냥, 숙제 같은 퀘스트, 전투력 높이기, 아이템 레벨 올리기 등과 같은 숫자놀이를 추구하지 않는다. 

오래된 것이 오히려 새로울 수 있듯이 이러한 와우 클래식은 와우 오리지널을 접하지 못했던 게이머들에게 굉장히 새롭다. 이는 분명 양산형 RPG에 지친 유저들에게 분명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APES 길드 공식 SNS

다만 우려해야 할 것은 콘텐츠의 소모 속도다. 와우 클래식 서버가 열리면서 모든 플레이어들은 같은 선상에서 시작을 한다. 모두가 똑같은 선상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초중반 낮은 레벨 지역에도 플레이어들이 많아 같이 성장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유저들은 만렙을 찍을 것이고 초반 지역 플레이어들의 수는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유입되는 유저들에게 와우 클래식의 꽃과 같은 ‘커뮤니티’ 콘텐츠를 즐기기가 힘들게 된다. 

만렙이 된 이후에도 우려가 있다. 와우 클래식은 이미 예전에 출시됐던 오리지널 버전의 복각판이기 때문에 엔드 콘텐츠인 ‘레이드’의 공략법이 이미 나와 있다. 지난 6일 유럽 서버의 APES 길드는 최상위 레이드 콘텐츠인 ‘화산심장부’와 ‘오닉시아’를 1주일도 안돼 정복했다.  

블리자드 측은 이를 예방하기 6단계의 페이즈로 최상위 콘텐츠들을 순차적으로 해금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후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과 ‘리치왕의 분노’를 클래식 버전으로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오래된 것이 최고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와우 클래식을 내놓음으로써 정통 RPG를 즐길 수 있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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