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성철을 괴롭힌 ‘장사리’ 사투리 연기

김성철을 괴롭힌 ‘장사리’ 사투리 연기

기사승인 2019-09-24 22: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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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명민, 김인권, 곽시양과 할리우드 메간 폭스까지. 1950년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날 이뤄진 장사상륙작전을 다룬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 김태훈)(이하 장사리)은 이미 관객들에게 알려진 배우들의 무대처럼 보인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 극장에서 ‘장사리’를 만나는 관객들은 영화의 초점이 지휘관 이명준 대위에서 학도병들로 옮겨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카메라가 마지막 비추는 인물은 최민호와 김성철이다.

특히 김성철은 ‘장사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배우다. 2년 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법자 역할로 얼굴을 알렸다. 2014년부터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해온 내공을 바탕으로 현재는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활약 중이다. ‘장사리’에선 누구보다 독하고 의지가 강한 기하륜 역할을 맡아 사사건건 최성필(최민호)과 대립한다.

어떤 답변이든 자신감이 넘쳤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성철은 낯설 만도 한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전달했다. 조리있게 말을 하던 그가 멈칫하는 지점이 있었다. 바로 경상도 사투리 얘기였다. 처음부터 사투리가 그를 괴롭힌 건 아니었다.


“처음엔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는 초고에 학도병 얘기만 있었어요. 그들의 이전 스토리와 훈련 과정도 있었죠. 나중에 감독님이 각색을 하시면서 많이 바뀌었지만요. 기하륜 캐릭터는 처음부터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날이 덜 서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각색하신 지금의 캐릭터가 맘에 들었죠. 곽경택 감독님이 오디션 중에 ‘혹시 하고 싶은 역할 있냐’고 물으셨어요. 전 ‘하륜이를 하고 싶다’고 답했죠. 그랬더니 ‘어디 출신이냐’고 물으셔서 ‘서울입니다’라고 했어요. ‘할 수 있겠냐’고 하셔서 ‘저 할 수 있다’고 답했어요. ‘그럼 같이 가자’고 해서 출연하게 됐습니다.”

“할 수 있다”고 대답한 것까진 좋았다. 사투리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사투리 녹음한 걸 계속 들으며 다녔다. 일부러 대구에 내려가 며칠 동안 시장과 사람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그걸론 부족했다.

“곽경택 감독은 다정다감하세요. 배우들도 잘 챙겨주시고 솔직하세요. 이건 아닌데 싶으면 이건 아니라고 바로 말씀해주시죠. 문산호에서의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감독님이 리허설을 두 번 하시더니 제게 ‘연습 안 했네’라고 하셨어요.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전 연습했는데 말이죠. 감독님이 절 따로 부르셔서 하나씩 다시 잡아갔어요. 무섭다기보다는 감독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김성철은 하륜의 캐릭터도 촬영하면서 확실하게 잡아나갔다. 처음 생각한 것보단 더 강한 캐릭터를 떠올리자 사투리 연기도 함께 자연스러워졌다.

[쿠키인터뷰] 김성철을 괴롭힌 ‘장사리’ 사투리 연기

“감독님이 ‘에너지값’이란 표현을 쓰셨어요. 제 나름대로 하륜이의 캐릭터를 설정했지만 제가 생각했던 에너지값이 너무 적었던 거예요. 감독님은 제가 더 오버하길 바라셨고요. 중간부터 사투리가 제 억양이나 말투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도의 문제일 수 있겠다 싶었죠. 하륜이랑 비슷한 성격의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떠올렸더니, 그 사람의 성향이 정말 거칠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하니까 되는 거예요. 사투리도 자연스럽게 나왔고요. 그 다음부터는 연기하는 게 편했어요.”

김성철은 인터뷰 중 ‘배운다’는 표현을 많이 썼다. 뮤지컬과 연극을 하면서 배운 것과 지금 카메라 앞에서 배우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다시 뮤지컬 ‘빅 피쉬’에 출연하는 것도 무대에서 새롭게 얻을 것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이 부담스럽고 고된 것 같아요. 그래도 항상 도전하고 싶어요. 전작이었던 ‘배반의 장미’는 코미디 장르였는데 굉장히 어려운 영역이잖아요. 저에겐 하나의 도전이었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액션 영화고요. 전 다양한 색깔을 내고 싶은 배우예요. 사람들이 ‘여기 나온 이 사람 그 작품에 나온 저 사람이야?’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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