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의 명클리닉] 간이식 수술로 난치성 간암 환자 1000명 이상 구해

기사승인 2019-10-07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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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간담췌암센터 유영경 교수(간담췌외과)

#간암 재발 막아주는 간이식 성공률 95% 이상 유지, 미국 능가

#간암 완전 극복의 길, 뇌사자 기증 간 이용 기회 더 많아져야

#잦은 음주 흡연 비만 만성간염 등 고위험인자 보유자, 정기 간 검사 필수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간암센터 유영경 교수(간담췌외과)가 복강경 생체부분 간이식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간담췌암센터 유영경(간담췌외과) 교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1000회 이상 간이식에 성공한 간암 수술 전문가다. 특히 배꼽 부위에 구멍을 단 한 개만 뚫고 그 틈으로 수술기구를 넣어 시술하는 단일통로(싱글포트) 복강경 수술법으로 간 절제수술을 300회나 집도, 이 부문 국내 최다 및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간이식은 최후의 간암 치료법으로 불릴 정도로 현대 의학기술의 꽃으로 평가된다.

2017년 4월에 통산 간이식 수술 1000회를 돌파한 데 이어 현재 1200건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 교수팀의 간이식 성공률은 95%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른바 간이식 수술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의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병원의 평균 85%, 피츠버그 의대병원의 평균 82%는 물론 국내 의료기관 평균 성공률(89.5%)보다도 높다. 1993년 첫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26년 동안 갈고닦은 수술 노하우와 팀워크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말이다.

유 교수팀은 또한 난치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다학제 대면 진료를 시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다학제 대면진료란 진단과 치료에 관련된 여러 임상과의 전문의가 환자를 한 날, 한 자리서 동시에 만나 치료에 필요한 의견을 주고받는 협력진료 형식을 가리킨다. 간암의 경우 소화기내과와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등의 전문의들이 참여한다. 다양한 의견을 모아 정확한 진단 및 치료계획을 도출해 간이식을 포함, 최적의 개인 맞춤의료 서비스를 간암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유 교수의 도움말로 난치성 간암 극복을 위해 꼭 알아둬야 할 것들을 알아봤다. 

 

그림= 서울성모병원 제공

Q. 유독 한창 일할 나이의 중년 남성의 간암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그런가?

A. 답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간암의 최고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많고, 대부분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간암을 뒤늦게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0대와 50대 연령층은 간암 조(粗)사망률(해당 관찰 기간 중 대상 인구 집단에서 간암으로 사망한 환자 수)이 각각 9.4명과 31.0명으로, 연령대별 암 사망원인 1위에 올라 있다. 통계청의 한국인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대 때는 백혈병, 30대에서는 위암으로 죽는 환자가 많은 반면 40ㆍ50대는 간암, 그리고 60대 이상에서는 폐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간암은 전 세계적으로 신환자가 해마다 60만여 명씩에 이를 정도로 흔한 암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동남아시아, 중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이 발견된다. 국가암정보센터가 2018년 말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 자료를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새로 발견된 국내 간암 환자 수는 총 1만5771명으로, 전체 암 발생건수(22만9180명)의 6.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Q.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 인자는?

A.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다른 암종에 비해 간암은 위험인자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혀진 암이다. 대표적인 것이 만성 간염에 의한 섬유성 변화가 간을 딱딱하게 만드는 간경변증이다.

간경변증은 만성 B·C형 간염, 지방간, 자가면역 간질환, 유전성 간질환 등에 의해 유발되는 만성 간질환이다. 간암 환자의 약 80%에서 간경변증이 발견되고, 간경변증의 2~6%가 1년 안에 간암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전 단계의 만성 간염 환자도 간암 발병을 경계해야 한다. 만성 간염의 0.5~1%가 1년 전후 간경변증을 거치지 않고 간암으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만성 염증과 섬유화 현상을 일으키는 간질환은 기본적으로 모두 간암을 유발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림= 서울성모병원 제공

Q. B·C형 간염의 간암 유발 위험성은?

A. 바이러스성 간염은 한국인 간암 발생의 최고 위험 요인이다. 바로 B·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B·C형 간염이 그것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정상인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도가 100배나 높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 간암 환자의 약 70~80%가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 발생 위험성도 만만치 않다.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시 만성 간염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55~85%에 이른다. 그만큼 간경변증과 간암을 합병할 위험성도 높아진다.

B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다. 피 검사를 해보고 항체가 없을 경우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백신을 3회 접종하면 막을 수 있다. 만약 산모가 만성 B형 간염 보유자일 경우 출산 후 12시간 안에 신생아에게 B형 간염 면역글로블린 주사와 함께 백신을 맞춰야 한다. 모자간 수직감염 위험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C형 간염은 아직 예방백신이 없다. 따라서 일상생활 중 남들이 사용한 면도기나 칫솔, 손톱깎이 등의 기구를 공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활용품에 묻은 체액을 통해 간염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어서다.
 

Q. 간암의 증상은 무엇인가요?

A.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90%가 망가져도 환자가 자각증세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발병 초기 특별히 나타나는 증상이 없는 까닭이다. 이상 증상은 간암이 진행단계에 접어든 다음에야 나타난다.

병원에서 간암 판정을 받는 환자의 상당수는 암세포가 이미 상당히 퍼져 간 절제 수술만으로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 무렵 환자들은 복부 통증 및 불쾌감, 팽만감이 생기고, 체중감소 전신 쇠약감 식욕감퇴 등도 느껴진다. 뭔가 바늘 같은 것이 간헐적으로 복부를 찌르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간암 환자의 80~90%가 간경변증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복수와 황달 증상이 심한 환자는 간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져 암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다. 고위험군 환자들은 평소 혈액 및 영상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간 기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초기 간암의 경우 간이식, 간 절제, 국소 비수술요법 등으로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하다.
 

Q. 가능한 한 초기에 잡아야 하는 이유는?

A. 간암 환자의 상당수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있더라도 만성 간염 등 기존 간질환자에게 생기는 암이기 때문에 그간 앓던 간질환 증상으로 오인, 무시하기가 쉽다. 그래서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간암 진단을 받는 경우도 많다.

거듭 강조하지만, 간암은 조기치료 기회를 놓치면 완치하기가 어려워진다. 만성 간염 등 간암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복부 초음파(경우에 따라 CT 혹은 MRI)와 혈액검사(알파태아단백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최근 간암치료 성적이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간질환자들이 복수 황달 배부(背部)통증 등의 증상이 생긴 뒤에야 뒤늦게 병원을 찾고 있다.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평소 정기검진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Q. 간암은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는가? 

A. 치료 효과 측면에서 근치적 치료와 비(非)근치적 치료로 나눌 수 있겠다. 수술 여부에 따라 간이식과 간 절제술로 이뤄지는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누기도 한다. 비수술적 치료에는 고주파열 치료, 경피적(經皮的) 에탄올 주입술 등과 같은 국소소작술, 경동맥 화학색전술, 방사선치료, 전신 항암화학요법, 항암표적치료 등이 있다.

이중 간이식과 간 절제술, 국소소작술 등이 근치적 치료로 간주된다. 어느 방법을 쓸 것인지는 간 기능과 간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조기 간암인데다 간 기능도 좋을 때는 간 절제술, 간 기능이 나쁘긴 해도 그렇게 많이 진행되지 않은 간암 제거엔 간 이식을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만약 간 기능 저하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국소 소작술로도 절제수술과 대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체로 간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간 기능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을 때는 경동맥 화학 색전술도 고려된다.

이들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병합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방사선 치료 혹은 항암제 투여 쪽으로 치료계획을 짠다.

간암은 환자의 현재 몸 상태와 암 진행 단계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완전 제거를 목표로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방법을 단독 혹은 병용하는 방식으로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킨다.
 

Q. 간암은 재발도 잦다. 치료 후 건강관리는 어떻게?

A. 간암 환자들은 암 치료 후에도 반드시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 특히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로 만성 B·C형 간염을 잘 조절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주로 B·C형 간염, 간경변증 등 만성 간질환자에게 생길 위험이 높은 게 간암이다. 

만성 간질환자는 현재 눈에 보이는 간암을 깨끗이 제거한다 해도 미래의 어느 날 남은 간에서 또 암이 생길 수 있다. 암 덩어리를 완전 제거하는 간 절제술 후 5년 내 재발률이 약 50~70%에 이를 정도다. 흔히 간암 전문가들이 간 이식을 하더라도 초기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간암센터 유영경 교수(오른쪽 첫번째, 간담췌외과) 팀이 복강경 생체부분 간이식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Q. 간이식은 어떻게 하는가?

A. 간이식 수술은 ‘이식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대부분 배를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 3~4개를 뚫거나, 아니면 배꼽 부위에 단 한 개의 구멍만 뚫고 그 틈으로 특수 카메라가 장착된 내시경과 미세 수술기구를 집어넣어 수술을 하는 복강경 수술로 이뤄진다. 

수술 시간은 생체 부분 간이식의 경우 6~7시간 정도 소요된다. 수술 성공률은 평균 90% 이상으로 세계 간이식 수술을 선도하는 미국의 82~8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림= 서울성모병원 제공

Q. 간이식을 하면 재발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뜻인가?

A. 간이식은 환자의 병든 간을 완전히 적출하고, 그 자리에 건강한 사람 또는 뇌사자가 기증한 간을 일부 또는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크게 뇌사자 간 이식과 생체 간 이식으로 나뉜다. 뇌사자 간 이식은 장기이식센터를 통해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신청하게 되면 응급 정도에 따라 뇌사자의 간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주로 부모형제 사이에 많이 성사되는 생체 간 이식이 70~80% 정도를 차지한다. 생체 간 이식의 경우 공여자의 간 크기와 혈액형을 중심으로 수술 적합 여부를 따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면역억제제 사용법과 혈장교환술 같은 발전된 시술을 통해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도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간이식은 간암 환자의 대부분이 갖고 있고, 재발 위험을 높이는 간경변증까지 동시에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간외(肝外) 전이와 혈관 침범이 없으며 종양이 한 개뿐이라면 5㎝ 이하, 여러 개일 경우엔 3개 이하이면서 각 종양의 크기가 3㎝ 이하일 때 이식 수술 후 4년 무병 생존율이 92%나 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일반적으로 간 절제술의 경우 암 제거 후 5년 내 재발률이 50~70%에 이르는 것과 크게 대비되는 치료율이다.
 

Q. 간이식을 못 받는 환자도 있는가?

A. 지속적인 알코올 중독, 약물 남용, 심한 심폐질환이나 폐동맥 고혈압이 있는 환자, 활동성 감염이 있는 환자, 간 외 악성 종양이 있는 환자, 면역억제제 사용이 불가능한 환자는 간이식을 받을 수 없다.
 

그림= 서울성모병원 제공

Q. 간이식 수술 후 주의해야 할 점은?

A. 간이식을 받은 환자는 주기적으로 간 상태를 관찰하는 정기검진과 더불어 면역억제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특별히 가릴 음식은 없으나 단백질량이 많은 것이 좋으며 감염 예방을 위해 첫 3개월 동안은 과일, 야채도 삶아서 먹는 등 생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치료 중 음주나 흡연을 하거나, 자식의 간을 이식받고 건강을 되찾았다고 술과 담배, 건전하지 못한 생활에 다시 빠져들어서도 안 된다. 간에 좋다는 속칭 ‘엑기스류’도 멀리 해야 한다. 평소 먹어보지 않았던 것이라면 더욱 더 위험해 조심해야 한다.
 

Q. 평소 간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A. 무엇보다 간경화가 생길 수 있는 요인부터 막아야 한다. 간염 예방백신 접종 및 치료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주기적으로 간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

B형 간염의 경우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C형 간염이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40대 중반 이후 유병률이 높은 편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높이는 비정상적인 성생활, 지속적인 과음과 흡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물의 오남용, 과로 등도 피해야 한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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