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계엄령 문건 발단 ‘황교안 靑’, 합리적 추론…檢 다 알고도 은폐”

기사승인 2019-10-29 11: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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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군인권센터(임태훈 소장)가 지난 2017년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작성한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이하 계엄령 문건)을 두고 검찰이 사실관계를 고의로 누락해 왜곡된 불기소 처분장을 작성했다며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센터 교육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에 지시한 계엄령 문건 작성 시작 날짜가 2017년 2월17일이라는 검찰의 수사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해외 도피 중인) 조 전 기무사령관 없이도 충분히 사건 전모를 밝혀낼 수 있는 상황에서 수사를 중단해 주요 피의자들을 1년 이상 방치, 증거 인멸할 시간을 줬다”고 비판했다.

센터가 받은 복수의 제보에 따르면 조 전 기무사령관은 지난 2017년 2월10일부터 이미 기무사 3처장 소강원을 불러 계엄령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면서 문건은 수기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5장의 문건을 같은달 16일 보고받은 조 전 기무사령관은 소강원에게 ‘계엄 T/F’(일명 ‘미래 방첩 업무 발전방향 T/F’) 구성을 지시했다. T/F 첫 회의는 조 전 사령관이 한 전 장관을 만난 당일 오전 9시에 열렸는데 소강원은 이미 이 자리에서 국회 해산 계획 등 초법적 내용을 고려하는 조 전 기무사령관 지시를 전달했다.

또 센터는 이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당시 대통령 권한 직무대행)의 연루설을 다시 제기했다. 임 소장은 “검찰 불기소 처분장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김관진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난 2016년 10월 이미 국가안보실 소속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에게 국회 계엄 해제 요구 시 대처 방안,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방안이 담긴 문건을 작성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면서 “그렇다면 계엄령 문건 발단은 황 권한대행 체제 하 청와대에 있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검찰이 위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핵심 피의자들을 불기소처분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이 내용은 이미 검찰에서 관련 피의자와 참고인들이 이미 진술한 내용”이라며 “위 제보가 사실이라면 지난 2017년 2월17일 조 전 기무사령관에게 계엄령 검토를 최초로 지시했다는 한 전 장관의 진술은 명백한 거짓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불기소 처분장에 거짓말임이 확실하게 입증되는 한 전 장관 진술만 그대로 인용하여 불기소 사유로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짓말을 한 한 전 장관, 아무것도 모른다고 발뺌한 조 전 기무사령관은 거짓말의 혐의가 뚜렷하고 증거인멸 우려도 충분한 바 충분히 구속 수사 요건을 갖췄는데 검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군인권센터 “계엄령 문건 발단 ‘황교안 靑’, 합리적 추론…檢 다 알고도 은폐”센터는 검찰이 사건 수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문건 작성 발단, T/F 구성 일자 등에 대해서도 일언반구도 남기지 않았다며 “그 까닭이 궁금하다”고도 덧붙였다.

임 소장은 “제보자에 따르면 검찰이 확보한 계엄령 문건은 총 10개”라며 “정황상 시간 순서대로 최종본이 완성된 것이 아니다. 문건 변천 과정과 최종 문건은 이 사건에 있어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10개 문건이 존재한다는 제보자 진술의 사실 여부와 이 중 검찰이 ‘최종본’이라고 판단한 문건은 이 중 어느 것인지 명백히 밝히라”고도 검찰에 요구했다.

센터는 검찰과 계엄령 문건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 책임론을 두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논란은 앞서 센터가 지난 21일 “새로 입수한 계엄령 문건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정부 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는 내용이 적시됐다”고 발표하며 불거졌다. 센터는 황 대표가 당시 NSC의장이었고 세 차례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계엄령 문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센터는 황 대표를 단 한 차례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문건을 수사한 민군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사실상 수사를 덮었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윤 총장이 관련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자 센터는 지난 24일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의 불기소 이유통지서를 공개했다. 이어 “불기소 이유통지서에는 발신인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으로 돼 있고 직인도 찍혀있다”며 윤 총장 책임론을 재차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불기소 이유통지서는 사건이 등록된 기관장 명의로 일괄발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장 직인이 찍혀 있지만 윤 총장이 관여한 바 없다”며 “군인권센터가 조작해 검사장 결재란에 적힌 사선을 임의로 삭제했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결재란에 사선이 있었는데 군인권센터가 지웠다는 대검찰청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은 지난해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과 촛불집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17년 3월 작성된 이 문건에는 촛불시위가 격화될 경우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특전사 1400명, 무장병력 4800명을 동원해 계엄을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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