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페 할인? 저흰 없는데”…코리아세일페스타, 백화점 ‘무풍지대’

[르포] 코세페 보다 자체 그룹 행사 ‘각자도생’…소비자 할인 체감 ‘시큰둥’

기사승인 2019-11-0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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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세페 할인 없나요”, “네? 저흰 없는데.”

5일 오전께 찾은 서울 중구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손님인 척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 세일 상품을 보러 왔다’고 물으니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이곳 매장 직원은 “브랜드별로 개별 할인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있다”면서도 “따로 코세페 할인을 하고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2층 여성의류부터 아동 매장이 있는 7층까지 둘러봤지만, 딱히 눈에 띄는 할인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전무했다. 

사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코세페’를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면세점 위치를 알리는 입간판. 신세계그룹 자체 할인 행사인 ‘쓱데이’ 광고판 외에 별다른 코세페 홍보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일하게 코세페를 알리는 것이라곤 에스컬레이터 이동 시 보이는 층간 전광판의 ‘FESTA GO(페스타 고)’ 행사 알림 광고였다. 백화점에 숨어있는 코리아세일페스타 QR코드를 찾아 8개 배지를 모으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른 행사 안내로 순식간에 바뀌어 눈여겨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였다. 이를 사진으로 찍기 위해 기자는 에스컬레이터를 두세 번 오르내려야 했다. 

실제로 방문객 중에서 QR코드로 배지를 모으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직접 QR코드를 찾아보려 했지만, 어디서도 조언을 받을 수 없어 포기했다. 여성의류 매장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도 “그런 이벤트는 처음 들어 본다”면서 “알아도 딱히 할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할인 상품이 늘어난 것 같나’고 묻자 “딱히 할인 물건이 많은 것 같지 않다”면서 “(코세페) 기대를 갖고 이곳을 찾은 게 아니다”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인근의 롯데백화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세페 보다도 롯데그룹 자체 할인 이벤트 ‘블랙 페스타’를 앞세우고 있었다. 신세계백화점과 마찬가지로 할인 혜택 역시 와닿지 않았다. 한 남성의류 매장에서는 20% 할인을 내걸었지만, 대부분 100만원 이상의 고가로 할인에 큰 의미가 없었다. 다른 매장도 엇비슷한 상황이었다. 롯데백화점 측은 “코세페 관련 할인은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자체 연관 행사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세페 할인? 저흰 없는데”…코리아세일페스타, 백화점 ‘무풍지대’서울 압구정의 현대백화점 본점도 코세페 보다 자체 행사 ‘코리아 현대 페스타’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식기, 침구, 주방가전 등 일부 리빙 브랜드의 할인 판매만 눈에 띄었다. 한 침구류 매장에선 아예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가격표가 그대로였다. 한 매장 직원은 “고객들이 행사 진행 여부를 물으면, 따로 할인가격을 안내하고 있다”면서도 “브랜드 본사에서 코세페 홍보물을 전달받았지만 백화점 측에서 설치를 반려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코세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고객들은 소수였다. 또다른 매장 관계자는 “할인행사 기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찾아오는 고객은 많지 않다”라며 “우연히 들렀다 할인 가격을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코세페 행사 도입 초기에는 홍보물도 다양하게 제작해 걸었는데, 현재 그런 축제 분위기는 없다”고 설명했다.

애당초 백화점 업계는 올해 코세페 참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유통업자가 판매촉진행사에 드는 비용의 50% 이상을 분담토록 한 ‘특약매입 지침’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신경전을 벌여왔던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백화점 업계가 참여하긴 했지만, 당시 업계가 보이콧을 선언할 정도로 강경했다”면서 “공정위가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늦췄지만, 업계는 할인보다 경품 및 이벤트로 코세페 구색만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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